
만나는 친구들이 대부분 낚시를 좋아하다보니 자연히 통화를 할때면
"어디 안가나?.. 어디갈래?,,,"등등의 출조를 종용하는 대화들뿐이었다.
때는 바야흐로 정말 놀기 좋은 시절, 총각시절이 아니었더냐...
그것도 낚시하기에 너무 적합한, 6월경이었으니,,
'90년 6월의 어느날,,,
그날도 한넘에게 전화를 했다.
"낚시?됐꼬?"
"글쎄,,, 나는 됐는데,,,찝찌브리한게,,,
울 마누라가 좀,,,,"
* 그당시 친구들중에 유일하게 결혼을 한 친구였다.
그것도 아주 젊었을때, 그러다 보니 그 친구를 만날때면 항상 어부인 대동이었으며
낚시 갈때도 역시나 마찬가지였으며, 그렇다고해서 우리가 불편해 할만큼의
그런 상황이 아닌 항상 부담없이 같이 낚시를 다니는 제수씨였으나,,,,
그러나,,, 그날은 장박을 계획하다보니 어쩔수 없이 망설이게 되었는데..
"평소 니 답게,,, 그냥 모른척하고 사라지자"(이런 도움안되는 친구봤나,,,)
"그라까,,,"
"그러음,,,,당근이지"
"안그래도 누구도(다른친구) 근질근질한다던데..."
"그럼 더 좋네. 일단 불러라. 어디 갈건지는 만나서 이야기하고.."
그래서 점심 무렵 집에서 만나 셋이서 앉아 고민을 하였다.
당연히 한 친구는 집사람 몰래 살금살금,,,낚시가방만....
일기예보? -> 한 삼일은 별 이상 없는데 저멀리 남쪽에 태풍이 어쩌고 저쩌고,,,
일단 됐고,,,
"어디갈래?"
"이맘때 쯤이면 나로도 좋은데,, 흐흐,,좋지를,"
그런데 주중이라 출조점이 없다..
요즘처럼 정보가 흔하지도 않았으며 정보라고 해봐야 고작 목요일 일간지에 게재되는 주말 출조 정보 말고는 확인 할 길이 없었으니,,,
그러던 차에 얼떨결에 제주도가 어떠냐??
음,,, 그럴듯한데,, 속으로 (우와 제주도 씩이나?????*,.*)
"그곳은 차편이 필요없다 아이가..." 라는 말에 모두 올인이다.
그럼 빨리 공항에 전화해서 표가 있는지 알아보자.
급조된 출조가 저 멀리 제주도까지 가기로 한 것인데 진행이 일사천리다.
상기된 마음에 빨리 공항으로 달려갔다.
당시에는 출발간격이 좀 뜸했는지 예약된 시간이 두시간 가까이 남았지만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예매를 하고 짐도 맡기고 홀가분하게
공항 로비(?)에 앉아 담배를 한대 무니 너무 여유롭다.
처음 가보는 제주도 낚시인지라 얼렁뚱땅 낚시잡지를 통해 한두곳의 포인트를
알아두었지만 각자의 마음에는 기대가 가득차 있었다.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 더디게 가고있다.
그러던 중에,,,,
어디선가 방송으로 친구의 이름을 부르며 찾고 있지 않은가?
처음에는 잘못 들었나 했는데 맞다. 친구의 이름이,
마누라를 몰래 따돌리고 도망온 친구의 이름,
셋이서 고민을 했다. 왜 너 이름을 부를까??
공항에서 그럴일이 도저히 없는데..
혹시, 너거 마누라 !!
읔,,, 클났따...
당시에는 휴대폰이 없으니 누구를 찾는 연락을 하지면
충분히 상상이 가는 스토리였다.
순간, 우리는 "망했구나"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으,,, 이 비행기가 빨리 떴어야 하는데,,,
이젠 다 긁렀구나. 이 일을 어째 해결하지?
눈앞이 깜깜했다. (무슨 죽을죄를 지은것도 아닌데.)
근데 어떻게 알았을까???
"그 아줌마 매구네..." 끄~응"
일단 가봐라,
보내 놓고 나서 둘이서 고민을 했다.
저친구를 떼놓고 둘이서 갈래?
아니면 데리고 네명이서 갈래?(이건 좀 무리인것 같고)
그럼 제주도 취소하고 다른곳으로 갈래??
좀처럼 결정이 나질 않는데.
한 10분쯤 흘렀을까?
그친구가 저 멀리서 오고있다.
숨을 졸여가며 오는 친구를 보고 있는데 뒤에 따라오는 사람이 없다.
그럼 일단 여기에 찾아온것은 아니고,,,전화가 왔단 말인데...
- 이상하게도 그 당시 우리는 오로지 그 일(마누라에게 들킨)밖에 없다고 생각이 들었다.-
친구의 마누라가 일단 보이질 않으니 또다시 한발짝의 여유와 함께
속으로 모든 압력과 협박을 물리치고 "그냥 간다" 라는 말로 뿌리치고 왔기를 바랬다.
털레털레 오는 친구를 조심스레 보며 물었다.
"어찌 됐는데??"
"마누라가 집으로 오란다.안오면 보따리 싼다고,,"
그럼 그렇지,,, T.T
조용히 세명은 담배를 한개피씩 물고 불을 댕기고 있었다,,
푸~우
우리의 꿈과 손맛, 대물들의 형체들이 하나하나 일그러져 흰 연기속에서 같이 나오고 있었다.
원망스러운 친구,,,,
우짜자고 빨리 결혼을 해 가지고 우리를 이렇게 속상하게 하냐? 으이구,,,,
내 앞으로는 절마 저거 하고 다시 낚시 가나 봐라,,,라고 속으로 다짐, 또 다짐.
담배만 빡빡 피워 대면서,,,,
"우리끼라 가까??" 라는 말을 내뱉을까 말까하는데,,
그친구 왈,
"야, 비행기에 가스 못싣나?"
그기 무슨 말이고?
집에서 그냥 가지고 나온 낚시 가방 안에 저번에 사용하다 남은 부탄가스가 있었다네.
그래서 공항 x-ray 검색대에 걸려가지고 확인한다고 나를 불렀다 아이가......
이이~롢?????
순간 지옥에서 천국으로, 그것도 미끌어지면서 다친곳 한군데 없는.
이렇게 좋을수가 있나?
노심초사 졸였던 마음이 한꺼번에 풀어지니 더욱더 날아갈것 같았으니
전화를 하지 않았던 그친구의 마누라가 어찌나 고맙던지.( 이 무슨 논리인지...)
(뒤에 생각한거지만 어찌 알겠냐?우리가 공항에 있다는것을....)
그렇게 한바탕 해프닝이 있은 다음 혹시라도 그 아줌마가 오지 않을까라는 불안감을 안고,,,
뒤도 한번씩 힐긋 돌아 보면서 제일 먼저 탑승수속을 하였다..
이윽고 비행기는 굉음을 내며 막 이륙을 하는 순간,,,
그친구 왈,,,
그것도 아주 진지하게,
" 와,*,,?꼭 비행기 타는 기분이네..(순간 붕 뜨는 기분을,,) "
지나 내나 처음 타 본 비행기였으니 당연하였으리라...ㅋㅋ

제주공항에 내린 시간이 아마 오후 세시는 넘었던것 같았다.
자, 여기서 어떻게 남쪽 모슬포로 간다지?
조금은 막막해서 어영부영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마침 택시가 보인다. 기사 아저씨에게 여쭈어 볼려고 말을 붙이니,,
이야기끝에 우리가 바로 그 택시를 타고 가는것이 훨씬 수월할것 같았다.
차비도 차비고, 그 무거운 짐을 들고 버스를 갈아타는 번거러움까지,
택시면 한번에 OK 가 되니.
타협끝에 택시비 20,000원(거의 비행기 값보다 비쌌던걸로 기억한다)을
지불하고 기분좋게 남쪽으로 향했다.
그날 우리가 내정해 놓았던 포인트는 모슬포, 송악산 기슭의
어딘지도 모르는 아무곳의 갯바위였다.
택시에 내려 야트막한 언덕처럼 생긴 산길을 가다보니 왼쪽으로 중간중간
갯바위로 내려가는 이동로가 보인다.
어디가 어딘지 모르다보니 아무곳이나 정해 일단 내려가 보았다.
적당히 경사진 갯바위와 저쪽 너머에는 편편한 갯바위가 보이길레
자리는 좋아 보였는데, 너머로 갈려니 어째 좀 불안하다.
물이 들면 격리가 될것같은,,,,
그래도 지금 이자리에서는 경사진 곳인데다가 아래에는 물이 있는곳도 아니요,,
할수없이 짐을 이곳에 두고 저쪽으로 걸어가서 낚시를 하기로 했다.
바람도 적당하고 파도도 적당하고, 물색은 기억이 안나지만 하여튼
들뜬기분에 고기가 금방이라도 물어줄것 같은 분위기였다.
그런데,,,
낚시대를 던지니 입질이 없다. 아니 밑걸림이 심했다.

참,, 그당시에는 우리들의 낚시대는 그냥 민장대 뿐이었다.
요즘처럼 전문화된 흘림낚시(릴 찌낚시)는 부산에서는 거의 하지를 않았으며
한다고 해봐야지금 생각하면 5호대정도(호수의 개념도 거의 없었다)의
릴대로 투박한 막대찌로 흉내나 내는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그러니 당연히 민장대 위주의 낚시였고 그래도 잘 잡혔으니,,,,,,
무섭고 불안한 밤을 보내야 된다는 생각,,,,
4칸(7.2m)의 적당히 무거운 낚시대로 멀리던져도 멀리던져도
바닥까지의 수심이 2m도 채 안되는 수심이었다.
그래도 수심이 좀 되어야 고기가 될것같은 육지 패턴의
낚시만 생각하다 보니 참 적응 안되는 낚시인지라 친구나 나나 별 대책이 없었다.
기껏 잡히는 고기는 손바닥만한 술뱅이 (용치 놀래기)와 얼굴에 둥그런 검은 점만
있는 조그만 돔 뿐이었다.
시간이 지나 바람도 좀 더 불고, 긴 여름해지만 해는 져서 어둑어둑해지다보니
지루하다.
첫날의 낚시는 어차피 오래하지도 못했지만 너무 기대밖의 저조한 상황이다.
케미 라이트를 꼽아야 잘 보일때쯤,, 짐이 있는 자리로 돌아갈려고 보니
아뿔사,,,,,
우리가 지나온 자리에는 이미 물이 들어 건너갈 상황이 못되었고
더군다나 파도까지 드세지니 도저히 건너 갈수가 없었다.
흐미,, 일을 우짠다냐....
심지어는 우리가 낚시하는 자리까지 이미 파도가 올라오고,
우리는 겁을 먹은채로 뒤쪽 갯바위 위로 기어 올라가야하는 상황이다.
세명이서 꼴났다.
엉거주춤한 자세로 앉아 아래의 파도치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혹시 !! 라는 생각에 무섭고 불안한 밤을 보내야 된다는 생각,,,,
친구는 "아마 울 마누라가 빌었을꺼야.. 고생하라고 " 라면서
자조섞인 말로 T T 거렸다.
한 세시간쯤 흘렀을까?좀 조용해지는 틈을 타서 살금살금 아래로 내려가 보던
친구가 고함을 쳤다.
"야,, 넘어갈수 있을것 같다.."
그래??? 내려가보니 건너야 할 길목에는 아직도 물이 조금씩은 넘실거리지만
발이 빠지는 정도이니 재보고 말고도 없이 구세주를 만난듯 넘어왔는데..
낚시도 못하는 남은 밤을 꼬박 새워야 할 상황이다보니 그것도 막막했다.
이 밤에 다시 나갈수도 없고 해서 그곳에서 텐트를 쳐야만 했는데
다행히도 그곳에는 산 허리에 동굴들이 많이 만들어져 있었다.
사람이 충분히 들어가고 활동을 할수 있을만큼의 넓고 긴 동굴이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일제시대에 만들어진 것이란다.
깊숙한곳 까지는 무서버서(?) 들어 갈수도 없고 동굴 입구에 텐트를 치고
라면에, 소주에 그럭저럭 편안한 자리는 되었다.

다음날 새벽,,
어제 도착한 시간과 비슷한 물때다.
어제의 화려했던(?)기억에 낚시를 할생각도 별로 없었다.
서둘러 짐을 정리하고 송악산길을 터벅터벅 내려 오고야 말았다.
입구에 오니 이젠 어디로 가야 하나?
무작정의 발걸음이 무척이나 무겁다.
그래도 갯바위 보다는 방파제가 수심이 깊지 않을까라는 기대에
어딘지도 모르는 곳의 마을에 내려 방파제에 낚시를 했다.
그러나,, 역시였다.
수십마리의 술뱅이와 함께 우린 이미 지칠대로 지쳐 세상이 싫었다.
일찌감치 민박집을 얻어 쉬고 싶었다.
마을 어귀에 어느 민가에 물어보니 민박이 가능하단다.
넓다란 빈방이었는데 방안에 들어가는 순간,,,
헉,,,, 이렇게 많은 갯강구가 있을수가 있을까???
방안은 갯강구의 교회당이었다. 한 백여마리는 되는것 같았다.
싫다 소리도 못하고 수십분의 노력끝에 모두다 쫓아 내고는
허기진 배를 채우려고 아무 생각없이 그친구(결혼한 친구)가
라면을 끓였는데 우린 이미 돌이킬수 없는 큰 실수를 또 하고야 말았다.
학교시절부터 그친구가 라면을 끓이면 무조건 그 라면은 '풀라면'이었다.
기종을 불문하고 모든 라면은 그친구가 손을 대면 그냥 풀이 되어버리는,,,,,,,
국물과 면이 한데 어우러져 도저히 면과 국물을 구분을 할수없을 정도의
고난이도의 요리솜씨.
그래도 우짤거나, 다시 끓이기도 뭐하고,, 배도 고프고 술도 고프고,
그날도 일년이 한번 있을까말까하는 실수로 풀을 안주삼아대낮에 소주를 마셔야 했다.
노곤한 몸인지라 기어 다니는 갯강구는 아랑곳 하지 않고 잠이 들고는 말았는데,,,,,
꿈결인지 모르지만 어디서 웅성웅성 거린다.
주인집 아줌마가 문을 두드리며 우리보고 뭐라고 그런다.
총각,,, 낚시 와서는 낚시를 안하고 자고 있으면 어쩌냐고 깨우신다.
그래요?? 라면서 문밖을 보니 비가 오고 바람도 불고,,,
에잉>>>> 뭐가요??
라며 밖을 보니 이미 방파제에는 낚시꾼들로 만원이다..
그곳 제주에는 이런 조건의 기상이어야만이 낚시가 잘된다는것을 그제서야 알았다.
그렇다는데,,,낚시를 안할수가 있나???
한달음에 뛰어 나갔다.
나가는 길에도 이곳 저곳에서 나오는 낚시꾼을 만날수도 있었으니
무슨 날을 만난 마냥 동네 전체가 낚시하는 분위기이다.
벌써 방파제 한쪽에는 낚시대가 휘어져 끙끙대는 모습이 눈에 들어오고
흥분한채로 옆에 가보니 한 30 Cm 가 넘는 뻘겋고 넓덕한 고기가 퍼득거린다.
그놈 참 주디도 쬐끄만게 고약하게 생겼네..
"아저씨 이고기 이름이 뭡니까?"
" 따찌 " 요.
" 예? 따찌요? "
음,, 생긴거 만큼 이름도 고약하네..
독가시치의 제주도 방언이었다.

방파제 주위에는 허연 파도와함께 물보라가 일고 있었고 현지 낚시꾼들은
하나같이 릴 낚시대에 무거운 고추찌를 달아 멀리 던져서 낚시를 하였고
여기저기서 열심히 힘을 써며 "따지"라는 놈을 끄집어 올리는데
무척이나 힘을 쓰는것 같았다.
간혹 큰 씨알의 벵에돔도 올라오니 우린 흥분된채로 서둘러 채비를 하였건만
우리는 그쪽을 보고 도저히 낚시를 할수가 없었다.
민장대밖에 없었으니 입질이 오는 그쪽에는 던져봐야 파도에 휩쓸려 볼수도 없고
수심도 얼마 안되니 엉망진창이었다.
할수없이 내항쪽, 잠잠한 곳을 보고 낚시를 하고 있자니 입질도 없고 속에 천불이 난다.
물끄러미 입맛만 다시면서 남들 낚시하는것만 보고 있자니 낚시꾼입장에서
이보다 미칠일이 또 어디 있을까...
터벅터벅 걸어들어오니 민박집 주인 아줌마께서,,
"총각들,, 왜 낚시 안해?? 지금하면 잘 물텐데..."
으이구, #&%**$& @
우리의 속이 깨지는것을 어찌알고 약을 올리실까,,
" 그냥요,,,"
그날밤도 빗소리를 들으면서 갯강구와 함께 조용히 잠만 잤다.
다음날 아침,
눅눅한 습기가 올라오는 방바닥에서 우리는 심오한 회의를 해야만 했다.
우리의 낚시일정에 대해서,
이곳의 지형이 이러다 보니 우리의 장비로는 도저히 불가능이다.
그래서 예전에 내가 가본(낚시는 안했지만) 기억에 성산 일출봉 옆에는
어느 정도 깊은곳이 있었던 어렴풋한 기억이 났다.
그래서 그곳에 가서 낚시를 해보자고,,,
별수있나,, 낚시를 할려니 그수밖에,,,
비를 맞으면서도버스를 타고 유람삼아 그곳으로 갔다.
역시 기억이 맞았다.
일출봉 올라가는 입구 오른쪽 자갈마당 옆으로 돌아가니
눈에 익은듯한 갯바위가 보인다.
조심스레 낚시대를 드리우니 우리 입맛에딱 맞는 수심이다.
얼씨구.... 비쌌던 크릴 한마리를 꿰어 던져본다.
잠시후 입질이 오는데 25Cm쯤 되는 벵에돔이 올라오기에
비좁은 곳에서 세명이서 낚시를 하자니 번거롭지만
제주에 와서 사흘째, 고기 같은 고기를 처음 잡았는데 비좁은게 대수냐.
기대에 찬 눈빛으로 조용히 낚시대 끝을 지켜보는데,,
이어지는 입질이 없다.
10분, 20분,, 한마리 있는 고기를 잡은것 아냐???
비는 계속 부슬부슬 내리고 잠시후 우리들의 마음속에는
포기라는 단어를 생각할수 밖에 없었다.
"우짜꼬, 돌아가까?"
민박집으로 가기는 가야겠는데 가자니 할일이 없고,
여기에서도 마땅히 할일도 없고 그냥 버스 타고 유람이나 하기로 했다.
오후가 되니 다행히도 날이 개여 햇빛이 구름사이로 간간이 비추는데
버스가 어느 방파제를 지나길레덜컥 내렸다
'노니 장독깬다'고 또 낚시를 할 마음에..
차도 들어 올수 있을만큼 비교적 큰 방파제였다.
그곳에서도 우리는 가진게 민장대 밖에 없어 계속 경상도식 낚시를 하였는데
방파제인제라 수심도 비교적 있었고 비가 오고 파도가 친 뒤라 조건이 좋았는가
보다.
몇 마리의 벵에돔이 쑥 쑥 올라온다.
주위의 다른 낚시꾼이 생전 처음보는(?)듯한 민장대를 가지고
벵에돔을 걸어 올리는걸 보니 신기하게 생각한다.
아저씨 그걸로 고기 잡아요? 라며 묻기도 한다.
호기심을 가지는데 우리가 더 의아해진다. 괜히 우쭐한 마음도 생기네..ㅋㅋㅋ
그러던 차에 친구가 채비를 손질하는라 방파제 바닥에 낚시대를 두고 있었는데
아뿔사 !!지나던 차가 낚시대 위를 그냥 모르고 지나가 버렸다.
어, 어,,,,아저씨 !!
내린후 보니 사고를 저질렀다는것을 안 모양이다.
난감해 하는 아저씨에게 "이거 우짤거요?" 라고 물었다.
물론 우리의 잘못이 없었던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모른척 할수는 없지 않은가?
그 아저씨가 부러진 낚시대를 보더니
" 이거 낚시대 맞습니까?이런 낚시대는 처음 보는건데요? "
" 아니, 이아저씨가.. 그럼 이게 뭘로 보여요? "
웃기는 일이다. 하기사. 제주에서는 처음 보는 낚시대일수도 있었다.
"보소, W 사의 무슨 무슨 제품이요..."
"봅시다. 내 아는 낚시점이 함 물어 봅시다. 그런게 있는지,,"
전화를 하러 방파제 어귀에 다녀오더니만 이야기를 한다.
" 제주에서는 그런 낚시대를 팔지도 안하니깐 도저히 수리가 안된단다. "
황당한 노릇이다.
당장에 어쩔수가 없으니 말이다.
어정쩡한 상황에 계속 있을수가 없어 결국은 나중에 부산에 가서 우리가
수리를 하기로 하고 받은 연락처로 연락을 하여 청구하기로 하고 일단락 되었다.
멀리 제주까지와서는 고기는 옳게 잡지도 못하고 뭔가가 계속 부딪낀다.
그렇게 사흘째도 흘러만 가고 민박집으로 오는데 오는길에 또 이상한 일을 보고
야 말았다.
버스에서 내가 제일 앞좌석에 앉아 조용한 국도길을 버스는 기분좋게 가고 있었다.

그런데 저 앞, 약 30m 정도였나..
적당히 큰(누렁이 급) 개 두마리가도로를 가로질러 건널 참이다.
멀리서 보이는 장면의 분위기는 마치 사람이 둘이 바쁜것도 없이
아귀자귀한 이야기를 하며 무단행단(조용한 국도길에 행단보도가 어디 있겠냐만
은)을 하는것 처럼 아주 태연한 개 두마리였다.
그러는 동안 차는 버스는 계속 진행을 하고 있는 마당에
운전을 하는 기사 아저씨도 못본것인지 속도를 줄이지 안고 계속 달린다.
그런데,,,,
두마리의 개가 서로 얼굴을 보며 나란하게 걷고 있다가 이쪽(버스쪽)을 보고 있던
개가 동료(개)에 뭐라 말한마디도 없이 꼬롬하게 혼자 빨리 건너는게 아닌가?
저쪽을 보던 개는 갑자기 친구(개)가 빨리 가니 " 어, 니 어디 가노? " 라는 찰나
그사이 버스는 그냥 통과하고 차에서의 느낌은 덜컹하며 요즘으로 치면
과속 방 지턱 하나를 넘어 지나온 정도의 충격이었고
뒤를 돌아다 볼 상황도 아니고 나는 물끄러미 운전기사 아저씨의 얼굴을 보았다.
아는지 모르는지 기사 아저씨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는듯이 계속 운전을 하시고.
그것도 그렇지만 아까 그 버스를 보고 빨리 도망간 개도 너무 야속하다.
버스를 봤으면 친구(개)에게 같이 피하지고 하든지, 아니면 끄집에 당기든지..
혼자 살기라고 후다닥 피하는것을 보니..
그날 기분은 참 묘했다..
사흘째 밤, 그날 밤 라면은 물론 내가 끓였다.
나흘째 아침이 되어 보니 밤새 많은 비가 내렸나 보다.
이번에는 심상찮다. 민박집 아줌마 말로는 저멀리 태풍이 올라오고 있단다.
이제서야 우리는 완전히 제주에서의 낚시는 접어야만 했다.
아니, 진절머리 나는 수준이었다.
빨리 육지로 가고픈 마음이 태풍바람에 더욱더 간절했다.
이러다 우리 며칠간 육지로 못가는거 아닌가라는 의구심과 함께.
공항에 전화해보니 비행기는 못뜬단다.
그럼,,,,??
배편은 다행히도 아직까지는 결항할 마음이 없단다.
예약을 할려고 하니 예약은 안돼고 그냥 가서 구매를 해야한다는데..
오전에 그곳에 가서 뭐하냐??
부산으로 가는 배는 저녁에 뜨는데.
그래도 어찌 될지 몰라 부랴부랴 갔다.
북제주로 넘어가는 버스속에서 바깓풍경을 보니 예사롭지가 않다.
비가 많이 내려 중간중간 개울물이 범람하고 바람도 세차고.
이렇게 우리의 제주에서의 낚시 행각은 마감 되어야하는가에 대한
회의도 느껴지기도 하고 아,!!허탈하고 고달프다.
전라도 권으로 갔었다면 얼마나 많은 감싱이들을 잡았을까? ㅋㅋㅋ
너무나 많은 기대를 했던 탓일까?
나도 나지만 몰래 빠져 나온 친구의 입주를 생각하니 그또한 큰 고민거리다.
(넌 주거써 !! ㅋㅋ)
밀물듯이 밀려오는 후회와 함께 한숨이 나온다.
제주 항에 도착해 배편을 예약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우짤거냐..
요즘처럼 pc 방이 있나, 찜질방이 있나.
당구장에서 딱딱 소리나 들으며 서있는거지.
먹기 싫은 라면 대신 자장면을 먹을수도 있지,,,,,,
다행히도 배는 아직까지는 정상적으로 뜬단다.
저녁에 부산으로 오는 여객선 갑판에 앉았다.
멀리 서편에 지는 노을을 배경으로 앉아있는 친구의 얼굴을 바라 본다.
흐흐,,,, 다들 어찌그리 고소할까??
말은 안해도 모두 내맘같을꺼야.. 이놈들,,,,
그래도 친구들이라 맘이 비슷한 모양이다.
이런저런 고생을 해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는게 좋은거지.
밤새 배는 거친 파도에 울렁이면서 미끄러져 오는데
큰배였지만 묵직한 롤링으로 사람들은 이미 바닥에 널부러져 있고
날이 밝아 보니 바다는 말이 아니었다.
다행히도 큰 배다보니 큰 요동도 없이 무사히 부산까지 올수있었고
왼편 멀리 다대포도 보이고 송도도 보이고
용두산 공원의 부산탑도 보이네... 반갑다.
그렇게 하여 기대도 많고 탈도 많았던 제주에서의 첫낚시 기행은 마무리가 되었다.
사전에 제주도의 낚시에 대해서 좀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갔더라면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았을지라도 그래도 여행이라고 생각하니
지금에 와서는 아주 재미있었던 추억거리다.
가끔 그 이야기를 하면 씨익 웃음만 나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