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부터 건강이 급격하게 나빠진 노모님 말동무라도 되어 드린다고 할일없어 집에서 빈둥거리던 내가 고향 지리산 산골에 머물기 다섯달. 그러던중 지난 2월초에 급기야 노모님은 운명을 달리 하셨고 고향집에 머문김에 49제라도 성의껏 모신다는 명분으로 낚시도 잊고 눌러 앉아 있던것이 벌써 다섯달.
이틀전 "요즘 조황이 어떤가요 선장"라는 내 물음에 "벵에는 아직 조금 이른것 같고 참돔은 붙은거 같습니다 형님" 라고 한다. 몇일전 이번 출조를 마음 먹고 먼저 경산에 있는 지인과 출조를 약속한 뒤 내가 이끌고있는 <피싱클럽 길물>의 [번개출조] 코너에 글을 올렸으나 오는 28일의 정기출조 때문인지 더는 동행자가 없어 일단 경산의 김조사와 가기로 하고 선장에게 전화를 했던 것이다.
- 언제 보아도 아침해는 장엄하게 솟아 오른다 -
출발당일 우리 아파트에서 저녁 7시에 만나기로 했던걸 저녁 8시로 늦춰 만나 인사를 나누는데 김조사 하는 말. "형님 아무래도 조수석 뒷타이어가 펑큰것 같아요" 하는수없이 갈길이 꽤 먼 길이고 또 고속도를 달려야 하기 때문에 시간은 그리 넉넉치 않으나 타이어방을 찾았지만 모두가 퇴근을 했는지 진량 인근에는 불이 꺼져 있었다 그래서 경산 시내로 들어 가는데 요행히 한집이 아직 문을 닫기 전이라 점검을 시키니 '실빵구'로 진단을 한다
펑클 때우는것 보다 어차피 교체 할때가 늦어진 타이어 4짝을 새걸로 갈고 출발. 원래는 가다가 저녁을 먹고 갈 계획이었지만 자정에 출항할 배를 타려면 밥먹을 시간여유가 없을것 같아 가는 길에 불켜진 편의점에 들러 도시락으로 두끼분을 사 들고 달려 겨우 출항시간에 도착을 했다.
오랜만에 만난 코털선장이 "형님 오늘은 날씨도 좋을것 같고 물때도 그 자리와 맞아 떨어지니 재수 좋은줄 아쇼" "그런게 다 뭔 소용이여 낚시가 잘 돼야지" "아니지라 고기 않되믄 내가 와 거길 내려 드리려 하겠습니까" 하며 코털 특유의 너스레를 떤다.
"그 포인트는 다섯물만 넘으면 열두물 까지는 물이 차 올라서 꾼들을 거절 하지요 한물때 보름 동안 열네물서 네물까지 오를수있는 단 엿새 동안에도 바람방향이 맞잖으면 못 올라 파고가 조금만 높은 날도 아예 접근을 허용치 않으니 형님 보고 '재수좋다'고 했죠"
우리는 30여분을 바다호로 달려 드디어 포인트 하선을 할수 있었다. "참돔은 형님, 지금부터 날샐때 까지가 좋으니 자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명색이 참돔을 잡겠다고 온 나를 보고 한다는 소리가 겨우 저말이라니 이 늙은이를 낚시 초짠줄 아나벼 저 코털은~' 참 기도 않찬다. 차라리 "형님도 이 포인트를 잘 아시겠지만 이곳은 어디 서서 어떤 방향으로 몇미터 전방 또는 좌우측을 공략 하세요" 이렇게 말해 주면 얼마나 이쁠까. 에이그 코털 코털~~
어쨋거나 우리를 내려 주고 배가 떠나고 난 갯바위는 암흑천지다. 집에서 나오며 충전용 헤드플래쉬는 두고 와 조끼주머니 한쪽에 스위치가 말썽인거 하나가 있어 오는 도중 들른 낚싯방에서 배터리까지 사 넣었는데 결국 몇번 깜빡이더만 완전 고장이 나 버린다.
그걸 보고 동행한 김조사가 자기껄 내게 주고 자기는 덩치큰 랜턴으로 '이빨없는 잇몸'을 자처 한다. 참 미안하고 고마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일단 오다가 시간에 쫓겨 못먹은 저녁식사를 새벽 1시가 되어 도시락으로 때우고 장비를 펴기 전에 밑밥부터 몇주걱 어두운 발밑에 뿌려두고 뜰채를 펴고 낚싯대를 편다. '이곳에선 얼마나 잘빠진 미인이 인사를 나와 줄까' 사뭇 부푼 기대를 하며.
일단 하선을 하여 짐을 정리한 뒤 갯바위 주위를 불빛으로 대충 기억 했는데 뽈래기도 제법 있을것 같고 발판도 일단은 편한 자리로 보인다. 다만 파도가 조금이라도 있으면 갯바위 구석구석으로 쪼개진 틈이 많아 더러 물벼락은 맞을것 같지만.
그렇게 시작한 낚시 시간이 벌써 두시간이나 흘렀는데도 선장이 말 하던 "4짜를 넘나드는 전갱이도 심심찮게 낚여 줄겁니다"는 "아~나 콩떡이다" 그 뿐이 아니다 아예 생명체 자체가 존재 하지않는 곳 같다. 흘림낚시에 반응이 없어 하선후 봐 두었던 구석구석의 뽈래기가 있을법한 구멍을 민장대로 쑤시고 다녔으나 한마리 입질도 받아 내지 못했다.
그래서 잠시 눈이라도 붙일 요량으로 돌출된 피부에 모기약을 뿌리고 갯바위 평평한 곳에 앉아 잠을 청했다. 그러나 그것조차 궁뎅이를 타고 올라오는 냉기에 1시간도 못있고 다시 낚시 모드로 돌입.
그러나 김조사는 그때까지 열낚은 하고 있었으나.... 조과는 꽝이다. 쉬도 못하고 고생만 열나 한것이지. 하기사 갯바위찾는 꾼들 중에 그 '헛고생' 겁내는 이 한사람도 없기는 하지만. "입질 한번 받았어요?" "아뇨? 단 한번도" 그렇게 몇마디 주고 받으며 보니 주위가 희끄무레 아침이 밝아 오는것 같아 시각 확인을 하니 벌써 새벽 4시를 넘고 있다 "조금 있으면 날이 완전히 샐것 같으니 지금 부터 집중 해 보자"라 말을 하고 열심히 발밑에 밑품질을 하며 흘리기 불과 5분도 않된 찰라.
바알갛게 빛을 내 뿜던 전자케미 불빛이 사라진다고 깨닫기도 전 강하게 처박히는 1.75호 낚싯대를 잡아 세우며 릴레버를 잡았다 놓고 대를 완전히 세움과 동시에 브레이크를 잡는 동작이 어쩌면 한동작으로 보였을 행동. 곧이어 저항 하는 정체모를 녀석과의 겨룸. "김형 거기 뜰채 좀 내옆에 갖다 놔 주겠소?"
참으로 얼마만에 맛보는 긴장감인가 우리 꾼들은 단 한번의 이 토막토막 울부짖는 신경의 아우성을 경험키 위해 어제도 올랐고 오늘도 올랐으며 또 내일도 이 갯바위를 오를 것이다.
거기다가 오늘의 긴장감은 딴 날들과 또다른 이유가 있다. 바로 레버브레이크(LBD) 릴의 사용 미숙함 때문이다.
종전 까지는 드랙릴만 고집스럽게 사용해 오다가 이 릴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사용 하기전에 미리 조정해 둔 드랙인데도 뭔가 신경이 쓰인다 릴을 건네 주며 지인이 아빠가 해 준 "선생님 일단 이 릴을 사용할땐 손가락을 레버에서 절대로 떼지 마세요"란 말 때문에 움켜잡은 레버를 놓지 않았음에도 설정해둔 드랙을 차고 나가는 녀석의 힘이 대단 해 머릿속에서는 '얼른 레버를 한두눈금 더 조여!' 라며 속삭이고 '않돼 멍청아! 고기가 차고 나갈때는 드랙을 조이면 그걸로 끝이야! 것도 몰라?' 그러면서도 조금씩 여유가 생겼던지 "큰고기와 겨룰때는 브레이크를 짧게 잡았다 놓기를 반복 하면 의외로 대상어의 힘이 쉽게 빠집니다"라던 지인이 아빠 사공사장의 말이 떠 오르고 따라서 그걸 실천할수 있었다.
처음 입질을 받았던 순간이 약 50m쯤 이었으니 150m가 감긴 4호 원줄이 3분의 1도 남지 않은걸 보면 아마 50m 이상을 풀고 달아 나며 저항을 했다는 반증. 이제 힘이 거의 빠졌을법 한데 전혀 그런것 같지가 않다. 그러다가 조금씩 릴링이 되어 이제 먹을수 있겠구나 싶었는데 또다시 드랙을 차고 나가는 괴력에 4호원줄은 걱정이 않되지만 2m도 않되는 3호목줄이 걱정 된다.
필자의 낚시습관 아니 고집 중에 '어떤 채비에도 목줄의 길이는 2m가 넘을 필요가 없다'를 지켜 이번에도 4호 원줄이라는걸 감안해 목줄이 3호라서 길게 준것이 2m다. 바로 그것이 걱정으로 다가 온것.
그런데 이 걱정이라는 놈은 종종 현실로 나타 난다. 그렇게 신음까지 토해 내며 팽팽하게 당겨지던 줄이 한순간 느슨 해지며 릴이 그냥 부드럽게 감긴다 저항하던 정체모를 그녀석이 끊고 달아 났다는 얘기가 된다. 그 녀석의 승리로.
감아 올려 보니 역시 목줄이 터진것이다. 꽤 긴 시간의 싸움이었는데도 오늘은 웬지 손가락도 떨리지 않고 허탈하여 주저 앉지도 않고 곧바로 다시 목줄을 갈아 매 낚시를 계속 할수 있었다는게 이상 하다면 참 이상한 현상이다. 어떤 예감 같은거라도 있어서 일까? LBD릴의 사용 미숙에다가 초반 참돔시즌의 대물에 대한 엉성한 채비설정 등....
분명 한건 끊고 달아난 녀석은 저항하는 모양으로 봐서 분명히 참돔 이라는 확신과 초대물은 아니지만 대물참돔이 틀림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기억 나는 85cm의 참돔.
그 여왕을 품에 안은 장소가 바로, 이자리 앞쪽넘어 있다. 그때가 2003~4년경으로 기억되니 벌써 십몇년이 훌쩍 지났나 보다. 녀석을 터트리고 또 그 자리가 같은 바운더리라서 그런건지 그 순간이 더욱 생생하게 떠 오른다. 그때의 그 흥분, 그 승리감이.
그렇게 첫입질을 받은 놈과의 승부에선 패하고 10분이 채 않돼 다시 한번의 입질. 올려 보니 4짜를 조금 넘어서는 색상도 아름다운 미녀 참돔. 얼마 않돼 다시 한마리를 보태고 나서는 다시 참돔 그림자는 볼수 없었던 날이다.
대신 해가 완전히 뜨고 밝은 낮이 되니 밤에는 흔적도없던 볼락이 심심찮게 올라 와 주었고 생각지도 않던 4짜 조금 못미치는 감성돔 한마리가 덤으로 얼굴을 내 밀었지만 바로 방생 해 버리고 볼락들 중에는 30cm를 웃도는 씨알까지 전체적인 씨알이 준수한 녀석들 "아이고 귀여븐 것들~" 개인적으로는 맛으로 따져 참돔이나 감성돔 보다는 볼락을 우위에 두는 필자다 보니.
이렇게 2016년 5월 18일의 참돔 낚시는 종료를 했고 오늘 얻은 교훈은 '언제든지 드랙은 원줄과 목줄에 맞도록 조정을 해야 한다' 이다. 원줄이 약한데 드랙을 과도하게 조우면 원줄이 견디지 못할것이고 반대로 원줄이 강한데 드랙을 느슨하게 조아두면 대물을 걸었을때 암만 브레이크를 잡아도 끝없이 풀고 나간다는 점, 잊으면 않된다.
갯바위 낚시를 나와 한사람은 생선회를 못먹고 한사람만 먹을때 참 곤혹스럽다 하겠다 바로 이번이 그런 경우다. 동행한 김조사는 술은 마셔도 회는 못먹는다. 해나가 갯바위 나와 <갯바위 주점>문을 열지 못하고 가야 하는 때가 이런 때다.
그래도 어찌 맨입으로야 가겠는가 잡은 볼락을 3마리 포떠서 도마위에 썰어 놓으니 혼자 먹을 술안주로는 넉넉하고 여기에 오늘은 막걸리로 한사발 걸치니 주기는 없어도 배가 불러 좋다.
이제 벵에낚시도 시작 되고 참돔과의 화끈한 승부도 가능한 시즌에 들어 이 시즌을 기다려 온 많은 낚시인들은 많이 바빠지게 생겼다. 그 중에는 필자도 포함.
이번엔 다른건 아무것도 준비를 못해 왔지만 항상 소품배낭 한구석엔 간장과 와사비는 들어있고 여기에 오면서 편의점에서 구입한 아삭김치와 볼락회를 곁들여 먹으니 이 또한 일미가 아닐수 없었다.
'이제, 이나이에 갯바위 오르면 몇번이나 더 오르랴' 하는 마음이 들어 새로 장비를 구입 하는건 자제를 해 오다가, 늘 하나만 들고 다니는 드랙릴이 불안하여 이번에 새로 구입해 처음 들고 써 본 3000번 다이와 토너 엘비디릴을 써 보니 드랙릴 보다는 확실히 아기자기한 맛은 충분히 있었고 부드러웠다.
여기에 속공 플러스라는 예민하고 편리성 좋은 찌에 푸욱 빠진 출조였다 할까? 뭐 나름 의미있었던 걸음이었음엔 틀림이 없다. 하나의 부력을 가진 찌에 컨트롤싱커라는 걸 사용해 5개 이상의 찌로 변신 시킬수있어 눈 어두워져 채비교환에 어려움이 많은 필자같은 경우 박수를 치지 않을수 없는.... 찌.
밝혀 두지만 어떤 특정제품을 광고 하자는 의도는 전혀 없지만 혹여 그렇게 느껴진 님들이 계시다면 너그럽게 봐 넘겨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날 그날의 출조에서 얻고 느낀 이야기들을 쓰다 보면 제품얘기도 나올수있고 또 어떤 소품을 설명 하다보면 그 제품만 가진 특허의 경우 같은 기능의 다른 소품은 없다보니 자연적으로 제품 이름이 나오고 그 제품을 광고하는 꼴로 보일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위의 채비도가 이번에 필자가 터뜨린 의문의 고기를 걸었던 채비 입니다. 3B찌에 -3B의 잠수찌로 변형시켜 사용한 소품들로서 그림에서는 컨트롤싱커만 빠졌네요. 저건 낮낚시에 사용했던 3B 채비로 엑스핀 하단에 3B 조개봉이 있는데 사진엔 잘려 보이지 않습니다.
지루한 글 읽어 주신분께 감사를 올리며 다음 조행기에선 일부러 터뜨리는 부시리 말고는 결코 녀석들과의 싸움에서 패배하는 일은 없도록 하겠습니다. 감사 합니다.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어머님의 극락왕생을 빕니다
대물을 걸어 올린 내용이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궁금합니다.
보는이로 하여금 손에 땀을 쥐게 하는데, 해나님은 얼마나 아쉬웠을까요.
생동감있는 사진과 글 잘 보고 갑니다.
다음번에도 꼭 그자리에 들어가셔서 터트린 대물 참돔 다시 회수해 오시길 기원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인간으로서 피할수없는 영원한 이별 순리라 여기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미련과 아쉬움. 아무리 아니라고 대범한척 너스레를 떨어도 놓진데 대한 미련만은 숨길수 없나 봅니다. 다음에 재도전을 한다고 다시 그런 기회가 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다시 가려 하는 이 어리석음. 회수해 오지는 못했어도 결국 가고 말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