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일전에 생수 열 묶음과 크릴 열 박스는 만재도로 미리 넣어 두었기에 생미끼의 준비를 알아보려고
전화를 하니 낚시점의 최 사장은 날짜를 잘못알고 있었다.
하루 후에 내려간다는 것을 하루 전에 도착한다는 것으로 알고 준비를 하고 있었다며 다음날부터는
손님도 없기에 들어가는 배편이 몇 일간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아마도 근래에 만재도 출조가 잦은 경상도의 낚시점 손님과 맞추어 배 운행, 일정을 잡았나본데
하루를 당겨가도 아무 상관이 없이 준비가 되어있다는 일행들과는 달리 미쳐 짐정리를 끝내지 않았기에
짐 꾸린 것이 약간, 뒤죽박죽이 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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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했던 새벽 두시를 넘겨서 출발한 배가 북항을 서서히 빠져 나가고 있었지만 선실 안이 넉넉했는데
약속했던 단체 팀이 몇 시간을 남겨 놓고 돌연, 취소를 했기 때문이라는데 얌전하지 않을 날씨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잠 못 들어 하던 찜질방에서 들이킨 캔 맥주의 알코올기가 남아있던 탓인지 스르르~~ 잠이 들었던가본데
경제속도로 얌전하게 달리는 배와 잔잔한 상태의 바다가 세 시간 가량의 숙면에 도움을 주었던가 보다.
날이 환하게 밝았을 시간이었지만 짙은 해무 탓으로 시간대를 알 수가 없기에 전화기를 켜고
위치확인을 해봤지만 통화권에 들어오지를 않았으니 얼마나 더 가야 만재 도에 도착 할 수가 있을까?
거의 네 시간을 넘겨서야 엔진소리가 줄어들기 시작했고 갑자기 짙은 해무 속에서 불쑥~!
만재도의 윤곽이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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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십 년대 초중반에 진도의 팽목 항에서 '남해2호'와 비슷한 30톤급의 큼지막한 낚싯배인 ‘조성스타’를 타고
만재 도를 찾았을 때와 흡사했는데 지금이야 최첨단 기구들이 많이들 부착되어있지만 그때는 나침반에
주로 의존하여 만재 도를 찾아갔었다…….
가거 도를 다니며 지나는 길목에 있던 이상한 섬에 한번 들러 보자고 몇 번이고 벼르다가,
어느 정도 인원이 모아져서야 만재 도를 갈 수가 있게 된 것이 구십 년대 초반이었다.
새벽항해라는 것이 허용이 되지 않던 시절이었으니 승선 준비를 마치고, 땡~! 하고
아침 6시의 시보(時報)가 울려야만 팽목 항을 빠져 나올 수가 있었고, 짙은 해무로
만재도 근처까지 도착하여 행여나 장애물이나 섬의 배들과의 충돌을 우려하여 가끔씩
기적 소리를 울려대며 숨을 죽이고 있다가, 해무가 걷히고 섬의 모습이 보이자 접근해 오는
택택이 목선에 삼삼오오 나누어 타고선 근처의 부속 섬을 찾아가 갯바위에 내려선 시간이 열시가 넘었었다.
철수시간이 오후 두시 경이었으니 급히 채비를 하고 점심 도시락을 먹는 시간도 아끼며 세 시간 정도의
낚시를 하곤, 철수를 해야 했으니 도대체 무슨 짓을 하고 다녔던 때였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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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이 흐린 듯이 해무가 짙어서 더욱 조용한 듯 한 섬의 방파제에 배가 접안을 하자
멀리서 손수레를 끌고 달려 온 민박집 아저씨가 반갑게 손을 잡더니 아예 포옹까지 한다.
작년 12월 감성돔 철에 보고 반년도 넘어서야 만나는 민박집 아저씨지만 매일같이 카톡을 주고받다보니
엊그제 본 것같이 친숙하기만하다…….
섬에서 외롭지 않을까, 뭍에 있는 아들, 딸과 지인들이 신기하고 볼만한 자료들을
많이 보내준다는데 그 중에서 골라낸 자료들을 매일같이 한두 개씩 보내오기에 하루라도 건너뛰면
무슨 일이 있는지, 궁금할 정도인데 근래에 와서는 그 농도가 약간 진한 것도 보내오기에
아줌마에게 일러바칠까, 생각중이다...... ^^;;
서 씨 아저씨와 일행은 바로 낚시를 나가서 오전 횟거리를 장만해 오겠다고 바람을 일으키며
사라졌기에, 남은 사람은 집으로 올라가서 뜨거운 첫날밤의 낚시를 위하여 잠시 휴식을 취하며
짐정리도 하고 아침밥도 한술 뜨다가 서 씨 아저씨가 가져온 횟거리를 맛있게 먹어주면 되지 않겠어?!
잠귀신이 들어앉았는지 또 깜빡 잠이 들었나. 본데 점심시간대가 지났는데도 서 씨 아저씨는
들어오지를 않고 갯바위에서 버티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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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락과 함께, 밑밥을 한통 가득 담아다 달라니 저 아저씨, 무슨 일을 내고 있는가. 본데?????
전화를 해보니 내리자마자 여남은 마리의 돌돔을 낚았기에 일찍 들어와 돌돔 회를 안주로
만재도 입성 주를 한잔 할까 했었지만 폭발적인 후속 입질이 이어져 스무 마리를 넘기고 있었다니
저 아저씨가 오늘은 과부들이 그리도 꿈꾼다는 황금 가지 밭에 넘어진 것이 틀림이 없었다....
가거 도에서 오는 여객선의 도선을 마친 젊은 선장의 배가 들어오는 것을 보면서
급히, 당기지도 않는 점심을 먹는 속도가 여느 때보다 빠르다는 것을 느꼈는데
이십여 년 간, 백여 번도 넘게, 다녔던 섬에서 아직도 조급함을 느끼다니...... ㅜㅜ
도시락 여섯 개를 싸들고 서 씨 아저씨가 자리를 잡고 있는 곳으로 달려가 보니
냉동고에 넣으라며 줄무늬가 있는 고기 한 봉지를 내려주며 도시락과 바꾸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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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새로 만든 와이어 꿰미에는 얼마나 고기가 달려 있을까?
도시락과 밑밥 통을 받아 험한 갯바위를 올라가는 두 사람의 엉덩이에는 뭍에서나 본 듯한 것이
붙어 있었는데 아줌마들이 밭에서 농사를 지을 때 사용하는 엉덩이 방석이 분명한데???? -_-?!
밤에 너울이 있을 것 같다고 젊은 선장이 걱정을 하기에 안전한 곳을 찾아가기로 했는데 몇 일전
만재 도를 다녀갔다는 기상대의 차 씨 아저씨가 크기를 알 수 없는 고기를 몇 번이나 걸었다간,
릴을 망가트렸기에 감성돔용 릴을 사용하다가 수도 없이 줄을 끊기었다며 젊은 선장은
엔진까지 꺼놓고선 큰 목소리로 장황하게 설명을 했다…….
(수심, 18미터고요! 이쯤에서 저쯤까지에서 고기가 물걸랑요? 큰 참돔이랑께요~~?!!!)
참돔? 참, 만재사람들의 참돔사랑이야 유별하기도 할게다…….사랑스럽기도 할 거고, 고맙기도 하겠지…….
6.25 동란이 있었지만 섬에서는 알 수가 없었다. 육지일도 제대로 살펴 볼 수가 없는데
먼 섬까지 돌볼 수가 없었기에 섬사람들은 식량이 떨어지면 꼼짝없이, 굶을 수밖에 없었지만
일본 어선들이 찾아와선, 참돔 잡은 것이 있다면 쌀과 소금이나 기름으로 바꾸어 갔기에
육지에서는 초근목피(草根木皮)로 연명을 해도 섬에서는 쌀밥을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민박집 아저씨의 아버지가 크기도 알 수 없고 무게도 알 수 없는 커다란 참돔을 잡아서는
드럼통속에 넣고 소금으로 파묻어 놓았다는데 꼬리가 밖으로 튀어나와 잘 거두어 집어넣었다니
크기가 얼만했을까? 소금 속에 파묻어 놓으니 그 형태가 한동안 유지가 되었다는데 그 짠, 고기를
일본 사람들이 그대로 가지고 갔다니 일본인들의 붉은색 사랑은 무척이나 강렬한가보다,
너무 지나쳐서 문제이기도 하다만…….
결혼식을 한다면 금빛병풍을 빚을 내서라도 얻어다가 둘러치고, 신부가 입는 기모노의 색깔도
금빛이나 붉은색을 택한다는데 상처가 나서 바르는 약도 핏빛과 같은 아까찡기요, 첫 번째로
내세우는 물고기도 아까다이, 참돔이니 지금 서해중부권에서 쏟아지고 있는 참돔떼거리를
관광 상품으로 하면, 이쪽에선 대마도로 가니 그쪽에선 이쪽으로 오면 수지타선이 엇비슷하게
될 수도 있을 텐데…….쩝....
..
이제는 수온의 변화로 그 자원이 더 늘어 버려 만재도의 감초가 되어버린 뺀찌급을 넘긴 돌돔이
노래미를 제치고 먼저 낚여 올라왔다…….
물 방향을 살피며 어종을 가리지 않는 낚시를 해봤지만 아직도 물방향이 맞지를 않으니
잠시 쉬어가 보려고 너무나도 익숙한 지형이었지만 높이 올라가 주변을 다시 한 번 살펴보았는데
아직, 해가 높이 있다 보니 안보이고 못 보았던 물속 지형이 편광안경을 통하여 또렷하게 보였다.
기상대 아저씨가 여러 번 낭패를 본 이유가 물속에 있었는데 저렇게 지형이 생겼으니
어느 시간대에는 농어가 물었고, 계절에 따라 감성돔이 낚였었고, 고기를 걸어도
터트릴 수밖에 없게 생겼구먼?
그래놓고 크기를 알 수 없는 고기였다고 호들갑을 떨었을 게고…….
오늘은 물방향이 맞지가 않는 날이니 역방향으로 낚시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래도 방향만 맞추면
시간대에 맞는 어종이 다양하게 걸려 나왔다.
“역시, 찌 움직임이, 참돔 다르고, 농어 다르고, 돌돔 다르네요…….”
어느새 뒤에 와서 구경을 하고 있던, 정 군이 입질도 못 보았다고 한탄을 하다가 돌아갔다.
잠시 해 구경을 했지만, 날이 저물면서 다시 짙은 해무가 둘러싸이기 시작했고
안개비가 흩날리다가 이슬비도 내리기에 작은 텐트를 설치해 두었으니 크게 젖지만 않는다면
들어갈 일도 없이 밤 시간을 보내면 좋겠다만.....
우비를 꺼내 입고 땀이 차기 전에 비가 그쳐서 벗어 던졌고, 우산을 두어 번 접을락, 펼락 하다가
잠시 쉬려고 정 군이 있는 뒤편으로 가보니 제대로 된 고기는 만나지를 못했지만 반찬거리
고기들은 꽤나 잡았다고 한다…….
(제대로 된 고기는 어떤 고기이고, 반찬거리 고기는 어떤 고기일까?)
쿨러를 떠들어 보니 큼지막한 우럭들과 30급의 돌돔이라 불리지 못하는 뻰찌들로 묵직했는데
참돔이나 농어구경을 못했다고 자조적인 말투였는데 또 농어 떼가 덤비면 농어 떼만 덤빈다고 불만이고
크지 않은 참돔이면 상사리 급이 괴롭힌다고 불만이니, 목숨 걸고 미끼를 탐하는 고기들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황당한 소리일까?!
틈틈이 서 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해보니 뜸해지긴 했지만 따몬따몬, 고기가 잡힌다니
축복 받은 날이 따로 없겠지?
낮에는 물속이 훤히 보여 돌돔들이 몇 마리가 있는지 물속을 들여다보면서 잡았다니
오늘이 십년 만에 가끔씩 있는 물속이 열린 날이 분명했는데 그쪽 문만 열렸나?
밤이 깊어지면서, 수온이 내려갔고 물도 줄었다, 이슬비 같이 안개비가 흩뿌리니 버티고
있을 시간이 아니었다.
흐르는 물도 잠이 들 시간이고 물고기도 쉴 시간이고 별도 달도 모두 숨어 버렸다.
한쪽밖에 모기장이 없는 어설픈 텐트 안에서 두시간정도 단잠에 빠져 들었었나 보다.
이렇게 삐딱하게라도 텐트를 설치할 곳이 있다는 것이 만재 도에서는 얼마나 큰 행운일까?!
정군이 텐트의 밖에서 자고 있었던데 모기의 날개가 젖었기에 안심하고 누울 수가 있었겠지…….
서울은 하늘이 뚫렸는지 굵은 비가 쏟아진다는데 누런 종잇장을 열장이나 받아 챙겼던 딸내미는
옥상 문이나 잘 닫았는지 걱정이 된다......ㅜㅜ
희끄무레한 새벽이 됐기에 멀리까지 눈을 돌렸는데 갑자기 키를 높인 해일이 달려오는 것이 보였기에
그만 가슴이 철렁였다. 당황스럽긴 했지만 값이 나가는 물건부터 뒤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물살에 쓸려 나갈 늘어놓은 물건들도 그렇지만 몸부터 피해야한다는 생각에 정 군이 있는 뒤쪽을
돌아다보았지만 다행스럽게 갯바위에 다가와서는 갑자기 사그라져 버렸다.
서 있는 곳의 직벽 지형상, 올려친 다해도 큰 위험은 없었겠지만 물속에 멀리까지 깔려 있는
큼지막한 여덩어리가 영향을 끼쳤을 거라는 생각을 잠시 후에나 해보게 되었지만...... 휴~~~~ ㅜㅜ
날이 밝으면서 농어 떼가 들어왔을 만한 방향으로 루어를 던져보니 바로 감각이 있기에
재차 던지게 되었는데 당찬 당김 새가 농어와는 다르다했더니 부시리가 걸려 나왔다…….
근처에 무리가 떼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중에 큰 놈은 리틀보이만한 원자폭탄만 하기에 낚싯대 부러지고
루어도 잃고, 팔도 상할 것 같아 바로 접어 버리고 말았다.
이곳에서의 낚시는 물때 상으로는 맞지도 않지만 발밑에 있을 돌돔을 낚으려고 뿌려주는 밑밥을 쫓아
홈통 안까지 따라 들어와 부시리들이 몸을 뒤집어대니 이것들이 언제부터 이렇게 담대해졌을까?!
이제, 더 이상의 낚시는 글렀으니 낚싯대를 접을 수밖에.....
날이 밝으면서 다가오는 젊은 선장의 배가 보였고 미리 짐을 꾸려 놓았으니 뜨거워지기 전에
배에 올라, 서 씨 아저씨가 있는 곳으로 가볼 수가 있었는데 아직도 짐을 꾸려놓지도 않았고
먼저 들어가라며 손을 휘저으며 배의 접근을 막는 것이 이어지는 입질이 있는 것 같았다......
(헐,,,,,, 저 아저씨, 만재도 다닌지 15년 만에 가장 큰 경사를 치르는가보네.....)
잡기는 좋으나 뒷일이 귀찮은 고기 손질을 민박집 아저씨가 거들어 주었기에 집으로 올라와
시원한 물을 뒤집어쓰며 모기약 성분을 꼼꼼하게 씻어내곤,
딸내미가 넣어준 다리에 붙이는 이상한 부치개들을 덕지덕지 붙여보니 시원한 것 같기도 하다만.......
정 군이 아침녘에 갓 잡았다는 돌돔같이 생긴 고기 한 마리가 회점으로 변하여 밥상에 올라왔는데
민박집 아저씨의 서툰 솜씨 탓인지, 반접시를 빼돌린 건지 얼마 안 되긴 했지만 아침부터 회로
배를 채울 순 없으니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그제야 서 씨 아저씨가 장비를 그대로 놔두고 나와서는
고기 손질까지 하고 올라왔다니 점심을 먹자마자 또 나가봐야할 판인데 참, 체력도 좋수~~!!!
서 씨 아저씨가 재미를 본 어제, 오늘 같은 날은 조상이 3대가 덕을 쌓아야 만날 수 있는
복 받은 날일 텐데 빈 바늘을 물에만 담가도 절로 고기가 물어 주는 날이 분명했다.
70년대 중반에 선임자 몇을 모시고 파로호를 갔는데 영감님 한분이 수심을 맞춘다고
채비를 내렸는데 60센티가 넘어 보이는 쏘가리가 빈 바늘을 물고 늘어졌다…….
온 몸이 전투장비로 뒤덮인 쏘가리를 번개같이 바구니 속에 집어넣고는 다음날 아침까지
차 안에서 흥분을 가라앉히지를 못하다가 오음리 고개를 넘어 춘천에 와서 막국수에 빈대떡과 막걸리로
큰 점심을 냈는데 그때의 그 자리는 40년이 넘도록 나의 단골 시크릿 가든이 되었다.
서 씨 아저씨가 내렸던 저 자리는 만재도의 개척자였던 주회장님과 이사장이 발견했지만
그 속 깊이를 되짚어 가며 몇 번이고 지형을 읽어봐야 하는 까다로운 곳이었지만
어제 오늘만큼은 문이란 문을 다 열어준 날이었기에 고기들이 한꺼번에 물속에서 쏟아져 나온 날이 분명했다.....
서 씨 아저씨의 이번 동행자는 몸만 따라와 잠시 쥐어주는 낚싯대 하나로,
고기를 등에 지고 와야 하는 곳이라는 뻥소리에 넘어가 만재 도를 찾아왔다가
바로 낚싯대를 분질러 먹고 남은 기간 동안, 서 씨 아저씨가 고기 잡는 구경만 하다 간 사람으로
이번이 두 번째의 만재도 방문이 되시겠다…….
민물낚시는 제법 했었기에 잉어나 향어크기만한 바닷고기를 못 잡을 리가 없다며
길쭉한 민물 낚싯대 세대를 들고 두 번째 만재 도를, 따라온 것인데 지렁이든,
크릴이든 간에 바늘에 붙여 물위에 닿기만 하면 온갖 고기가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너무 빠른 챔질에 설 걸린 고기가 있었기에 갯바위의 뒷벽을 때려 세대의 낚싯대가
부러졌을 때는 이미, 담아둘 곳이 없을 정도로 고기를 잡았다는데 결국, 서 씨 아저씨보다
고기를 더 잡았다는 것 아니겠어?
어떠한 어종의 고기를 잡던, 큰 고기 작은 고기를 잡는 낚시란 것은 자기만족이지,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다보니 강원도 산속에 있는 댐을 찾아가서
민물낚시나 해보았던 사람이었는데 처음 보는 푸르스름하고 괴기스러운 청갯지렁이를 보고는
그 끔찍한 생김새에 흠칫, 놀라긴 했었지만 고기가 물어주니 손이 점점 빨라지기 시작하며
목장갑도 벗어던지고 정신없이 낚시를 했을 것이다.
문제는 처음 만재 도를 왔을 때, 모기에게 물려서 너무 고생을 하여 이번에는 모기약을
철저하게 준비한답시고 방송에서 본데로 계피를 사다가 끓여낸 진액을 페트병에 담아와,
스프레이 용기에 담아 온 몸에 흠씬, 뿌렸는데도 눈 주변을 어찌나 물렸는지 퉁퉁 부어
눈이 절반크기로 줄어들었고 온몸에 모기가 물어댄 흔적이 불쌍할 정도로 나타나 있었다.......
갯바위 낚시를 다니면서 가장 큰 문제가 모기와의 불편한 만남이기에,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나온 유명제약회사의 두 줄만 싹~싹~! 발라만 주면 해결이 된다는 모기약은
나오자마자 큰 인기였지만 만재 도에서는 통하지를 않았다…….
두 줄은 커녕, 열 줄을 발라도 모기가 달라붙었는데 방금 전에 약을 바른 부위에
모기가 내려앉기에 ‘저 모기가 미치지 않았을까…….’ 지켜보다가, 물리고 나서야
미친 건 모기가 아닌 나였다는 것을 알고, 용기의 뚜껑을 열고 로션 바르듯이 발라대고서야
어느 정도 약효가 있었으니 시중에서 파는 모기약의 대부분은 가벼운 피크닉에서나 통하지,
만재도 에서 통할 약들이 아니었다.
도깨비 시장이나, 양물시장에 가면 쓰다가 절반정도가 남은 모기약이 가장 효과적이기에
그 모기약이 있는 곳이라면 송탄이나 동두천까지도 달려가곤 했는데 기왕이면 50년 전통의
평양냉면집이 있는 동두천에 가서 냉면도 먹고, 박스채로 모기약을 사오 곤했으니,
당해 보지 않고서는 모기와의 전쟁을 알리가 없을 것이다.....
언젠가는 한여름이었지만 모기를 피하기 위하여 겨울용 고어텍스 옷을 입고 잠시 갯바위에 누웠다간
벌어진 옷소매사이의 손목부분을 물렸었는데 손목이 부어 시계가 빠져 나오지 않을 지경이 되었다.
서울에 도착하여 약국으로 달려가 바를 약을 달라 했지만 약사는 그 지경이면 발라서 될 일이 아니고
조제해서 먹어야 한다기에 모기에게 물리고 약을 먹기도 했으니 그 고통이야 당해보지 않은 사람은
알 수가 없을 것이다.
모기 / 청 수
너는 보기에는 약하디 약하여 아무 힘도 없는 것처럼 보이나
한밤중에는 맹수보다 더 무서운 공포의 대상으로 둔갑하는구나.
네가 공격한 독침의 피해는
가렵고 따갑고 아파서 참을 수가 없는데도
너는 베트콩처럼 공격하고는 사라져서 도무지 찾을 수가 없으니
너는 미사일보다 무서운 가공할 힘을 가졌구나.
공의의 하나님은 약한 너에게 독침을 주어 힘을 실어 주었는데
약한 나에게는 무슨 힘을 주었는지
이 수수께끼를 푸는 날 파랑새가 나에게도 날아올지 모르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