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돔이 온갖 기교와 오랜 기다림 그리고 짜릿한 손맛이라면, 볼락은 발품을 팔아가며 민장대로 한 마리 입질하면 살짝 후킹후 다른 한 마리까지 낚아 올리는 탈탈거리는 고유의 손맛을 느낄 수 있어 늦가을부터 이른 봄까지 조사님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러한 매력도 요즘은 줄어들고 조건만 좋으면 쿨러 가득 볼락을 채울 수 있는 선상에서 카드 채비로 속전속결로 낚아 올리는 낚시가 오히러 더 대중화가 된 것 같다.

가끔 들리는 산사 올라가는 돌계단
옆쪽은 잘 닦인 콘크리트길이 있지만 이 계단을 오르면 마음이 한결 더 포근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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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뒷동산에서 곧게 뻗은 대나무 하나 잘라(그것도 집에서 쓰던 무쇠낫으로 자르다 보면 낫 이빨이 다 나가 아버지께 꾸중을 듣고 했던 기억이 난다) 햇볕에 대나무를 돌려가며 곱게 말려 굵은 낚시줄(지금 생각하면 적어도 3호줄은 될 것 같음)에 동내 구멍가게에서 팔던 모양도 일정한 낚시 몇 개(볼락 바늘은 없었고 농어 바늘 형태로 볼락 바늘 크기로 치면 한 11호나 12호쯤 됨)와 1.5호나 2호쯤 되는 납 몇 개(길죽한 조개봉돌 비슷하나 단단해서 손으로 눌러지지 않음)를 사서 썰물이 되길 기다렸다가 갯가에서 호미를 이용하여 청갯지렁이 파서 자전거를 타고 비포장 길을 조금 달려 갯바위에 걸터앉아 채비(목줄도 없고 그냥 원줄에 직결한 가장 원시적인 채비, 그리고 지금 생각하면 아찔 한 납을 낚시 30cm 위에 물리는데 손으로 눌러지지 않아 이빨로 꼬옥 물어서 고정시켰던~)
물때도 모르고 그렇게 앉아서 반나절 정도 낚으면 가져간 양동이에 제법 볼락이 낚였던 시절이 있었으니 ㅎㅎㅎ 그때는 처음 큰 고기가 낚여 올라오면 집안에 제일 큰 어른인 “할머니 반찬~”요렇게 했던 기억이......,

9월말 동료들과 손죽열도 감성돔 낚으러 갔었는데
감성돔은 커녕 잡어도 안 낚이던
할일없이 산이나 어슬렁 거리고 말았던 기억이~
간만에 형수에게 전화를 하니 감성돔 오짜 2마리, 살짝 쓸림을 무시하고 목줄을 교체 않고 낚시하던 형 낚시대를 끌고 가는 무지막지한 녀석 터트렸다고 형은 씩씩거리고, 썰어 먹음 맛날 28~35급 20여마리나 낚았다는데 마음은 감시 꼬시려 달려가고 싶은데 근무가 맞지 않다 보니 에공~~~
꿩 대신 닭이라고 저번에 씨알좋은 볼락을 안겨줬던 미조****에 전화를 하니 휴일임에도 조사가 별로 없대서 바로 콜~ 라면 하나에 밥을 말아 게눈 감추듯 먹고는 꼬불꼬불 해안도로를 달리는데 차량들이 거의 40km 수준으로 달리고 있다 에공 이러다 늦을텐데......,
약속 시간 4분쯤 남겨놓고 선장이 전화를 한다. 한 4분쯤 더 늦겠다고 통보를 하고 열심히 달려 도착을 하니 6시 2분, 주차를 하고 짐을 챙겨 배로 가니 헉~ 조사님이 10분이 넘는다
마땅한 자리도 없어 선미쪽을 보니 저번에 같이 낚시를 했던 조사가 보여 같이 낚시하여도 되겠냐고 물어보니 반갑게 짐을 받아준다.
승선 명부를 작성하고 어스름한 저녁 헤드라이트를 밝히고 선상대 두 대(각기 길이를 달리하여 채비 엉킴을 방지)를 준비하는데 꽁지머리(아직 이름을 모르겠다. 건축업을 하시는 분) 조사님이 채비 하는걸 도와준다. 이쪽 미조 볼락 낚시는 선상대를 두 대를 이용하여 거치대에 고정만 해두고 입질이 오면 바로 끌어 올리는 낚시라 일반 선상 낚시와는 조금 다른 패턴으로 낚시를 하는데 그 이유가 어초 깊이 카드 채비를 넣다 보니 한 마리만 물어도 잘 얽혀서 그런다는 것이다.

산 오른지 오래되어서 용쓰며 올라본 지리산
그날은 일출도 봤는데 어찌나 추운지 온몸이 덜덜덜~~~
장터목 고사목지대를 지날 때 마다 아픔이 솟는다
하늘이 보이지 않는 천연림이었는데 불법 벌목을 숨기려고 불을 질렀다는 안타까움이......,
살아서 천년
죽어서도 천년 그렇게 고사목은 세월을 삼키고 있나 보다
10여분쯤 달렸을까 닺을 놓는데 예외없이 꽁지머리(낚시오면 뒤에서 닺을 책임진다고 하여 일명 닺돌이란다)가 닺을 고정하고 준비해둔 낚시대를 담그는데 배 중간에선 한꺼번에 중치급 이상 볼락이 3마리씩 물고 늘어지는데 선미쪽은 아예 입질도 없다. 배 중간에선 연신 환호성이고 선미쪽 4사람은 잠잠~~~ 조금더 시간이 흐르자 보다 못한 선장이 뒷 줄을 좀더 당겨 배를 이동시켜 주는데도 역시나 뒤는 잠잠잠~~~
꽁지머리 조사님은 아버님과 동출을 하였는데 곁에서 거들며 낚시하는 모습이 얼마나 보기 좋고 탐이 나던지 나이들면 우리 아들도 나를 델고 다녀야 할텐데......,
잠시후 꽁지머리 아버님의 낚시대가 바다를 쳐 박는다. 뭘까뭘까? 올라온 녀석은 머리에 혹이 선명한 탈참 거의 40은 넘어 보인다. 아버님은 생전에 이렇게 큰 고기도 낚아 본다며 흐뭇한 모습이고~ 선장은 기분이 좋은지 불빛을 보고 모인 호레기를 뜰채질로 잡아 올리며 남자들 정력에 좋다며 먹기를 권하고 중간에 앉아 낚시중인 꽁지머리 아버님도 소주 한잔에 안주 삼아 드시더니 큰 호레기에 물려 아프다고 엄살도 떠시고 ㅎㅎㅎ
나도 하도 고기가 안물어 쿨러에 들어있던 작은 캔 맥주에 안주삼아 호레기를 먹었는데 신선해서 그런지 맛이 기가 막힌다.

가야산에 이른 단풍이 든다
자연이 만든 고운 채색
인간의 시계는 빨리가고 때론 느리게 가곤 하지만
자연의 시계는 순리를 거스리지 않고 흘러만 간다.
세번의 자리 옮김이 있고 낚시에 열중을 해보지만 주위에 사람들은 잘도 낚아 올리는데 내 낚시대는 침묵 시위중이라 조용하기만 하다. 역시나 나와 비슷한 조과를 유지하던 꽁지머리 조사님과 함께 온 조사님이 갑자기 뜰채를 찾길래 큰 노래미가 한 마리 올라오나했더니 30cm가 훌쩍 넘는 진짜 눈알이 100원짜리 동전만한 볼락이 올라오는데 얼마나 부럽던지 저 정도 크기면 감성돔 4짜하고도 안바꾸는건데......,
마지막으로 쑥섬으로 자리를 옮기자 바로 입질이 들어오는데 어라 내껀 전부 아가야 볼락들인데 다른 조사님들은 큰놈들로 잘도 낚아 올린다. 그러다가 잠시 입질이 뜸해지자 꽁지머리 조사는 카드 채비를 멀리 던져 특정 포인터까지 끌고와 큰 놈을 잘도 낚아 올린다. 한번의 실수도 없이 던지면 올라오고 또 던지면 올라오고 신명난 낚시를 보고 있으니 중간에서 낚시 하던 조사님 한분 와서 역시나 근처에 던져 넣고 후두둑~ 당찬 볼락을 낚아 올리는데 그 잠시의 시간동안 내가 낚은 마릿수보다 더 많은 볼락을 낚아 올리더니 아예 쿨러통까지 들고 온다. 그걸 보던 다른 조사님 한분 더 선미로 오는 바람에 가운데서 낚시하던 나는 올라오는 볼락에 부딪치고 던지는 낚시줄에 감기고 하여 아예 자리를 비켜주고 말았다.

가야산 만물상
저 웅장한 바위들은 얼마나 많은 인고의 시간을 견디었을까
아직도 낚시업에 종사하고 있는 모 사장님의 말이 생각난다.
“조사(釣絲)님은 좋아라 하지만 너무 이기적인 낚시꾼은 싫어라 한다”
짧은 듯 긴 시간이 그렇게 흘러가고 서로들 얼마나 잡았는지 쿨러며 살림통을 쳐다보는데 보여줄것이 없는 나는 제발 내껀 열어보지 말아야 할텐데라는 심정으로 엉덩이로 눌러 앉고 있었다 ㅋㅋㅋ
철 수 시간에 꽁지머리 조사가 살짜기 귀에 대고 말한다. “낚시꾼들 때문에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예~ 스트레스 받지 말고 다음에 평일에 오이소~” 난 웃으며 답해주었다. “아닙니다~ 바다에 고기는 많은데 실력이 없어 못 낚았습니다~” 나중에는 선장까지 오더니 한마디 건넨다 “좋은날 연락 드릴테니 그때 오이소~”
음악을 크게 틀고 신나게 집에 도착하니 새벽 01:30분이다
대충 씻고는 그대로 누웠는데 눈 앞에서 볼락들이 아른거리는 것을 보면 영락없는 낚시꾼임엔 틀림이 없나 보다.

두미도에서 바라보는 일몰
이날도 두미도에 감성돔 낚으러 갔었는데 약 30여명이 내렸는데 감성돔은 겨우 2마리
바다에 생물체는 다들 어디로 갔었는지 흔적도 없고
철수 시간이 빨리 왔음 하는 안타까움만 남았었다
몇해전이었던가 두미도 마당바위에 볼락 낚시를 갔었는데 나는 마당바위에 내렸고 같이간 일행은 마당바위 건너편에 내렸는데 난 20여수나 했을까 그런데 그 일행은 쿨러를 가득채운게 얼마나 억울한지 결국 다음날 휴가까지 내고 마당바위 건너편에 내려 쿨러를 가득 채워 처가에 볼락 굵은 녀석들만 골라 80마리를 보내고 어깨가 으쓱하던 생각이 난다. 지금도 볼락 낚시 갔다가 못 잡아 오는날이면 전설처럼 예전 이야기를 와이프에게 꺼내며 실력은 있는데 물때가 맞지 않았다, 바람이 너무 불더라, 아예 볼락이 없더라는둥 적당한 핑계를 둘러대곤 한다.
조만간 좋은 날을 잡아봐야 할텐데......,

지리산 운해
양털 같은 저 이불속으로 풍덩 뛰어들면 참으로 포근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해전 직장 동료를 삼킨 칠선계곡위로 고운 구름꽃이 피었다.
ps 이름을 몰라 그냥 꽁지머리를 하고 있어 꽁지머리 조사 표현하였으니 실례가 아니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