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꽃은 부산하게 피었다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화려함을 감추고 슬며시 여린 새싹들을 내민지가 꽤 오래지났지만 올해는 봄이 오지 않은 듯 하였다.
그 흔한 봄꽃놀이도 한번 떠나지 못했던 계절 그런 앓이의 계절이 지나고 있었다.
이젠 연로하신 어머니의 잦은 병원 입원과 퇴원 알게 모르게 수반되는 가족간의 갈등들~
바다가 그리웠다.
그냥 달려가면 환한 미소로 반겨줄 바다가 그리웠다.
예전에는 바다가 그리우면 쏜살처럼 달려갔었는데 이런저런 일들의 겹칩으로 잠시 떠난듯한 바다. 그래도 바다가 목메일땐 루어대와 민장대 하나 들고 볼락낚시를 몇 번 나간게 올해 출조의 전부였다.

이맘때면 제일 수수하면서도 화려하게 피는 꽃이 이 수국이 아닐까 한다
더군다나 보라색 계열은 그 화려함의 극치라 내가 참으로 좋아라 하는 색상이다
아버지의 무덤가에도 보라색 수국이 꽃을 터트리고 있었다
이 사진의 수국은 어느 절 앞마당에 핀 꽃이다.
설레임!
**낚시 형에게 전화를 하고 나니 살째기 박동을 줄였던 듯한 가슴이 일제히 일어나 전속력으로 방망이질을 하는 느낌이다.
하루전 소풍을 떠나는 아이의 셀레임처럼 모든 채비를 준비해두고 잠을 청해본다. 다른날 같으면 곤히 잠들었을 시간에 TV 리모컨만 혹사를 시키다가 어느사이 잠이 들었을까?
알람으로 맞춰둔 4시 20분 보다 더 빨리 눈이 뜨인다. 고양이 세수만 하고 주섬주섬 옷을 갈아입고는 밖을 나오니 아직은 어둠의 시간이지만 꽤나 익숙한 시간이었다는 망각이 떠오른다.
산길을 돌아돌아 고성쯤 가다보니 휘뿌옇게 아침이 밝아온다. 음악 볼륨을 줄이며 아침의 고요속으로 더 빠져들 무렵 형이 전화를 한다.
“어디쯤이고?”, “고성쯤 지납니다. 시간안에 갈테니 걱정마요”. “5시까지 오라했는데 지금 고성지나면 우짜노?”. “6시까지 오랬잖아요! 암튼 최대한 빨리 가께요” 전화를 끊고 한참을 생각해봐도 분명 전날 6시까지 오랬는데 뭐가 잘못된 거지......,
잠시후 또 형 전화가 온다. “배 정박지로 바로 온나. 가게 가지말고~”. “알았습니다”
약간은 느슨했던 엑셀레이터에 힘을 더주어 본다. 부춘리에서 율포리로 올라가는 언덕에서 차는 가볍게 한숨을 몰아쉬는 듯 하다. “그런게 어딧노 더 달려~” 하며 엑셀을 지긋이 눌러본다. 율포리 언덕에서 탑포 바닷가가 보인다.
넓은 바다가 보이고 섬이 보이고 나를 기다리는 「**호」가 보이고, “너무 오랜만에 왔네~”하며 반갑게 맞아줄 형이 보이고, 늦었다고 약간은 눈살을 찌뿌릴 조사님들이 보이고......, 이미 내 눈손에 다 보이는데 차는 아직도 율포리 언덕을 내려서고 있다.

달을 산등성이에 이고 있는 탑포 앞 정박지를 벗어나며~
어슴프레 밝아온 아침에 늦잠은 잔듯한 달이 중앙 위에 희미하게 보인다
마음이 초조한 형이 정박지 계류장 위에 서 있더니 내 차를 보자 배에 올라타며 나를 반겨주고 “많이 늦어서 죄송하다”는 인사에 이미 기다리던 조사님 두 분도 인사를 받아준다. 그러고 보니 한분은 안면이 있는분 같았는데 기억이 가물거린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호”엔진소리는 이미 작년의 엔진소리보다 좀 더 맑아진 느낌이다. 나중에 그 이유를 들어보니 형이 엔진오일을 교체하고 배 하부까지 꼼꼼히 확인을 하였다니 그 느낌이 내게 와 닿은 걸까?.
아마도 기계와 연관된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좀 남다른 걸까?
저 여에 내려 볼락을 낚으면 참 잘 낚이겠다고 늘 생각하던 탑포리 앞 여가 눈길 옆으로 스치고 초가을 감성돔이 깔끔한 손맛을 안겨줬던 죽도가 멀리서 사라지고 마릿수 감성돔을 안겨줬던 추봉도도 지나가 배는 양식장 사이를 미끄러지듯 빠져나가 어느섬 앞에 자리를 잡는다.

바다의 느낌은 늘 향기롭기만 하다
그 향기에 붉은 아침의 기운이 더해지면 저절로 힐링이 되고 찌들었던 내 삶이 조금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 든다.
낚시할 때 내 자리는 늘 앞쪽이었다. 다른 분들이 선장 옆에서 낚시하면서 누구보다도 바다의 여건을 잘 아는 선장의 조언을 받으며 낚시하라는 내 작은 배려와 선수에서 낚시하면 낚시 공간 확보가 용이하다는 장점이 같이 작용을 하여 난 늘 앞쪽에 짐을 풀었으나 이날은 형이 뒤로 와서 낚시 하란다.
느긋한 마음으로 채비를 하니 형이 “여긴 대물이 나오는 곳이니 목줄 튼튼한 놈으로 사용해라”일러준다. 난 “알았어요”대꾸를 하며 내가 고기를 낚을 줄 알아야 목줄을 튼실한 놈으로 써든가 하지 하며 속으로 그럴리는 없을거라 생각이 들었다.
언제나 그랬듯이 형은 조류를 살펴가며 정성스레 밑밥을 던지고 서둘러 채비를 마친 두 사람은 낚시대를 담그고 있다.
난 느긋해진다. 예전에는 남들보다 먼저 낚시대를 드리우며 먼저 고기를 낚을 것 같은 조급함이 앞섰지만 이젠 한템포 쉬어가는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조타실을 기웃거려 보니 어탐기의 수심은 10m 내외를 가르키고 있고 키 왼쪽에 낮선 모닌터가 있어 자세히 보니 해양 네비게이션달려있다.
아마도 예전에 매물도 인근까지 출조하였다가 지척을 분간할 수 없는 짙은 안개로 맘졸였던 것이 부담스러웠지 않았나 싶다.

유난히 아끼던 원줄 삼형제 녀석들이다
흰색은 내 릴에 감았고
노란색은 이번에 대학생이 된 아들녀석 빨간색 릴에 감아두었다
조만간 아들을 데리고 시원한 바닷내음에 하루쯤 절였다 와야 할텐데~
조류가 거의 없고 간간히 밑밥에 동조하는 듯한 망상어떼가 보이길래 채비를 하려는데 어떻게 채비를 하는지 잠시 기억이 가물거린다. 그리고 보니 작년 12월초에 감성돔 낚시 이후 한번도 출조를 안한지라 ㅎㅎㅎ
원줄 2.5호(이건 늘 고정적임 ㅋㅋㅋ), 목줄 1.5호 2m, 막대찌 1.5호(늘 사용하는 **표 막대찌), 수중찌 1.5호, 감성돔 바늘 3호를 셋팅하여 바닷물에 하루를 담궈본다.
적막의 시간들이 흐르고 선수에 선 조사님 연신 씨알좋은 망상어를 낚아 올린다. 가운데 조사님의 헛챔질은 이어지고~, 내 찌는 미동도 않고~, 그 순간 장목에서 어제도 오셨다던 중간에서 낚시하던 조사님 찌가 순간적으로 사라지고 챔질후 포물선을 그리던 낚시대가 다시 그 복원력을 찾아 원점으로 돌아온다. 낚시 바늘 묶은 위가 터진 것이다.
우리는 보통 낚시하다 첫 고기를 걸어 줄이 터지면 그 고기가 놀라 달아나면서 주위에 있던 다른고기까지 덩달아 도망간다고 알고 있는데 형은 양식장 인근의 고기들은 그렇게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데 그래도 찝찝함은 어쩔 수 없었다.
아침 바람에 가볍게 입은 내 옷차림이 살짝 한기가 드는 듯 한지라 “아침 바람이 차네~”하니 형이 “선실에 점퍼 있다 그거 챙겨 입어라~” 하며 커피를 끓여 내어 온다.
거듭된 망상어의 입질이 이어지자 형이 시동을 걸어 옆으로 좀더 자리를 옮기고......,

국내 최고의 바리스타가 만드는 커피 맛이 여기에 비유될까 싶은
선상표 최고 커피맛!
약간은 냉기가 도는 아침이라 이 커피 한잔에 느긋한 아침의 향이 더욱 찐하여 진다.
여전히 조류는 침묵을 지키고 살짝살짝 찌는 거기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조는듯한 분위기 속에 연신 챔질을 하던 앞 조사님 낚시대에 묵직한 힘이 전달된다. 한참을 부러운 듯 바라보다 형이 뜰채로 갈무리를 해주고 난 낚시대를 걸쳐두고는 올라온 감성돔에게 눈인사를 하기에 바밨다.
잠시후 또 앞에서 감성돔을 낚아 올리는데 빵이 장난 아니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형이 뜰채질을 하고 난 또 쪼르르 달려가 감성돔 구경을 하고 ㅋㅋㅋ
여전히 입질도 없는 내 찌톱만 뚫어져라 쳐다봐도 미동도 안하는데 앞에서 또 한번의 강한 입질의 감성돔을 꺼집어 내고 또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ㅎㅎㅎ
내 자리로 돌아와 다시 낚시를 하는데 형이 농어를 한 마리 걸어 올린다. 그 기운이라도 얻으려는 듯 농어를 들고 물칸에 넣고 보니 그 사이 앞 조사님이 또 한 마리 걸어 올린다.
계속 부러울 뿐이라 쪼르를 달려가 채비 운영법을 보니 헉! 합사원줄에 목줄을 2호줄을 쓴다. 전날 무섭게 휘어지는 낚시대를 힘도 못써보고 네방이나 터트렸다며 밤에 분하고 가슴떨려서 잠도 못잤다며 어렵게 마나님의 허락을 득하고 달려왔다는 것이다.

앞 조사님의 멋진 파이팅!
얼마나 부럽던지 에공~~~
“형! 앞에 조사분 합사 원줄에 목줄 2호 사용하더라”
“응! 어제 하도 감성돔에게 혼줄이 났을끼다. 그래서 저렇게 중무장을 하고 왔을끼다 니도 2호 목줄 써봐라~”
평소 형은 감성돔 선상낚시에 합사줄 사용에 대해 비관적이다. 그 이유를 말해주던데 워낙 오래전이라 가물가물 ㅎㅎㅎ, 합사줄은 나이론줄에 대해 강도가 2배에서 약 2.5배쯤 강하여 가는 원줄 운용이 가능하나 밑걸림시에는 오히려 채비 손실이 생길 수 있으며, 합사줄은 부드러워 일종의 퍼머 현상이 생기지 않으나 그 부드러움으로 인해 도래나 기타 묶은 부분이 쉬이 풀리는 경향이 있으며, 또한 나이론줄에 비해 원줄이 부드러워 가이드대나 원줄 스스로 잦은 엉킴이 발생되거나 늘어나지 않은 합사줄의 특성상 그걸 완하하기 위하여 목줄을 필요이상으로 길게 사용하여야 한다는 것등 장점보다 단점이 많다는 것으로 심해 카드낚시 채비 운영시에 오히려 적격이라는 것이다.

너무나 간만에 들여다 본 선장실
왼쪽에 해양네비게이션이 달려 해무가 짙은 악천후에도 안전한 항해가 가능할 것 같았다
또한 목줄 2.0호 운영에 대하여 잠시 강의가 있었다.
“일반적으로 감성돔은 목줄을 잘 타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바닦층을 더듬는 영등철이나 봄철에는 목줄이 오히려 튼튼한 것이 평균 씨알이 굵어진 감성돔을 쉽게 제압”할 수 있어 형도 2.0호줄을 사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가을처럼 수온이 높아 감성돔 활성도가 좋을 때는 감성돔이 중충까지 떠 오르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때는 가벼운 목줄을 사용하는 것이 조과면에서 월등히 낫다”는 것이다.
“목줄 선택시 잘 펴지고 강도 높은 목줄을 골라야 하며 무었보다도 중요한 것은 목줄 관리를 잘 하여야 한다며 가끔 손으로 훝어 목줄 표면에 이상이 있으면 즉시 교체를 하여야 하며, 특히 감성돔을 낚아 올렸을 때는 습관적으로 목줄을 더듬어 작은 쓸림이 있는것도 꼭 확인을 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바늘을 묶을 때도 마찰열에 유의하여 지긋이 잡아당겨 묶으라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감성돔 낚시에는 기본적으로 1.5호, 1.7호, 2.0호 목줄을 가지고 다니며 그 때의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를 하여야한다”는 것이다.
내 채비를 살펴 보았다. 그럴리는 없지만 대물이 물었을 때 제대로 대처가 가능한지 의문이 들었다.
채비 교체를 하였다. **표 막대찌 1.5호는 그대로 두고 조류가 없고 망상어의 성화에 대비한 잔존부력 최소화를 위해 수중찌 2.0호로 바꾸어 찌톱이 조금만 나오게 하였고, 순간 수중찌에서 약한 조류에도 쉽게 조류를 탈 수 있는 표면적이 더 큰 찌로 바꾸었음 물론 2m이던 목줄도 1.5호에서 1.7호로 바꾸며 길이도 기존 2m에서 과감하게 1.5m 정도로 잘라버리고 바늘 50cm 정도 위에 2B 봉돌을 하나 달았다.
이 짧은 목줄에 굳이 봉돌이 필요할까 싶었지만 입수 되기가 무섭게 사라지는 미끼 도둑 망상돔의 간사한 입질을 피하기 위해서는 그게 나을 듯 싶었다. 또한 감성돔 바늘도 3호에서 4호로 바꾸어 완전 중무장을 하고 나니 마음도 든든해지는 것 같았다.
그 사이 형이 감성돔 한 마리를 낚아 올리고 앞 조사님은 이미 감성돔을 다섯 마리나 낚아 올리고 있었다. 역시나 어제 네방이나 총을 쏘았다더니 오늘은 단단히 손맛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여유로운 양식장의 하루
언젠가 저기서 양식장 먹이 주는 시간에 맞춰 낚시대를 드리우면 줄줄이 물고 늘어지던 고등어의 앙탈거림이 그립다.
역시나 입질이 없다. 앞 조사님은 간간히 망상어라도 올리고 챔질이라도 하는데 난 뭘까? 가운데 낚시하던 조사님도 영 시원찮은지 채비에 대해 불만을 자주 늘여놓는다.
“형 앞 조사님 미끼에다 뭔 약을 발랐나? 와 거기만 입질이 있노?”
“약은 무슨 약 그냥 열심히 하면 되는기라 아범(형은 작년부터 나보고 아범이란 표현을 즐거이 쓴다)도 오늘은 기록어 깨봐라~”
선수 조사님보고 한마디 했다 “무슨 좋은꿈이라도 꿨냐고?”
“어제 처음 **낚시배 타고 총 네방이나 쏘았으니 오늘은 어제 피어싱 해둔 감성돔 잡아가야제예~”한다
“겨우 두 번째 타는 조사님이 저 정도인데 4년이나 탄 나는 뭐꼬예~”하니 형이 씨익 웃으며 “벌써 우리가 인연을 맺은지 4년이나 되었단 말이가?” 반문을 한다.

보통 가을철에 압맥을 많이 사용하는데 선장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압맥을 많이 넎는다
같이 예전 보릿고개엔 이 보리쌀이 없어 굶어 죽고 하였는데 요즘은 감성돔 먹이로 전략을 하였다며 한때의 가난하고 춥던 어린시절을 회상을 해보았다.
보릿고개가 절정일 때 하얗게 피는 이팝나무가 있는데 멀리서 보면 흰 쌀 처럼 보여 이밥나무로 불리다가 이팝이라 불리우는 우리 토종 나무가 생각난다.
그때 얼마나 먹을게 없었던지 시집간 딸이 친정아버지에게 "아버지 이팝나무꽃이 필 땐 시댁에 오지 마라"고 했던 아픈 전설을 간직한 꽃, 그 꽃이 조금있음 하얗게 피어날것이다
그렇게 두 번째 장소에서 잦은 미끼 도둑만 발생하자 형이 또 자리를 옮긴다.
여전히 내 찌는 미동도 없고 형은 또 한 마리를 낚아 올린다. 살짝 조바심이 생겼지만 늘 꼴방이라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다 그러면서도 자꾸만 자꾸만 찌에다 눈을 고정하고 있었다. 얼마나 찌를 뚫어져라 봤으면 눈물이 날 지경(내가 낚시하면서 이렇게 집중해서 낚시 해본적이 없었음)이라 가끔 주위의 섬이며 바다를 쳐다 보고는 다시금 눈을 고정하고 말았다.
배 우측으로 흐르던 조류가 그 움직임이 아주 조금 빨라졌나 싶더니 순간 내 찌가 시야에서 스믈스믈 아기 손톱만큼 잠기고 있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그순간 찌는 내 말에 화답이라도 하는 듯 순간적으로 물속으로 빨려들어가고~
하나~ 둘~ 셋~
마음속의 숫자가 헤아려지는 순간 챔질~
헉~ 이건 장난 아니다 단단히 조여둔 트랙이 살짝 풀리고 다시 감아 올리고 양식장 줄 쪽으로 달아나면 다시 반대쪽으로 낚시대를 뉘이고 다시 이쪽으로 파고들면 또 반대쪽으로 낚시대를 뉘이며 계속 감아 들이는데 "침착하게 하라“는 형 목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짧은 시간이었는듯 하나 아주 긴 시간이 흐른 느낌이다.
형이 뜰채에 고기를 담아주며 “축하한다 드디어 기록어 경신했네~”하며 등을 토탁거려준다. 갑판위에 놓인 녀석은 시커면 어체를 드러내매 숨을 할딱거리고 자랑스런 내 금침이 입술 안쪽 천정에 박혀있다.
얼핏 보아도 52급은 되어 보인다. 앞 조사님이 다가오더니 “여지것 다섯 마리 낚았는데 소용없네 이렇게 5짜 한 마리 낚아야 되는데~” 하며 축하를 해주더니 인증샷 하나 찍어준다.
조심스레 물칸에 넣고 보니 남들이 낚은 4짜는 어린 막내동생처럼 느껴진다.
다시금 자리로 돌아와 채비를 확인하고 4호 바늘을 묶어 마무리 후 짧아진 목줄 길이만큼 수심 조정을 한후 크릴 두 마리를 끼워 조류에 흘러 보내고 찌를 바라다 보니 이제야 흥분이 되어 쉬이 집중이 되지 않는다.

내 생에 첫 오짜고기
무어라 형언할 수 없는 느낌! 감동!
아직도 짜릿한 떨림!!!
형수 가게에 전화를 했다 “형수! 내가 5짜를 했다요. 드디어 기록어 깼다”
“삼촌! 거짓말 하지 마라. 삼촌이 뭔 5짜를 잡았단 말이고~ 순 뻥이제~”
옆에서 듣고 있던 형이 “이 사람이 속고만 살았나 진짜 5짜 낚았다 사진 보낼게 봐라~”
형수에게 산적이 5짜 낚았다고 대문짝만하게 조황기 좀 올려달라 해놓고는 사진을 보냈는데 반응이 없다 아마도 내가 낚았다고 생각을 안하는 것일 것 같다.
얼마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의도적으로 처음 5짜를 안겨준 그곳에 고기가 한 마리 더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어 자꾸만 찌를 그쪽으로만 오게 하여 아까보다 더 집중을 해본다.
그러더니 이번에는 지나가는 물고기가 낚시줄을 살짝 건드린듯한 반응이 오더니 찌가 아기 손톱만큼 잠기더니 멈추고 만다.
담배라도 필줄 알면 한 개피쯤 피워봤음 직한 아주 답답한 시간이 흘렀는데도 찌는 그 깊이에서 미동도 않는다.
살짝 침을 삼키며 뒷줄 견제를 하자 찌가 서서히 아주 서서히 잠긴다
다시금 헤아려본 마음속 숫자
하나~ 둘~ 셋~
챔질~
아까는 느끼지 못하던 피아노 소리가 또 들린다.
선실에서 라면이나 일찍 끓여 먹자며 라면 끓이는 형에게
“형! 이건 아까보다 크다 빨리 뜰채 준비해라~”
형이 후다닥 뛰어나와 뜰채를 들고 서 있는데 이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줄이 릴에 감겨 더 이상 릴링을 할 수 없다.
형이 “내가 줄을 풀테니 아범은 고기나 잘 봐라~”
2~3초의 시간이 흐른 것 같은데 웬 시간이 그렇게 긴지
꼬였던 줄이 풀리고 서서히 떠 오르는 감성돔
헉~ 이건 아까보다 더 빵도 좋고 크기도 크다
얼핏 갑판에 뉘이고 손으로 가름해보니 54급은 되어 보인다
역시나 입속에 박힌 금침(난 예전엔 가마 바늘 애용자였다 하지만 **낚시를 알고부터 형수가 이 금침을 추천하기에 그때부터 쭈욱 이 바늘만 사용하는데 미늘의 날카롭기며 그 강도가 예사롭지 않으며 바늘 개수도 많아 더 실속적인 것 같다)이 눈부시다.
이미 탄력을 잃었을듯한 목줄을 바꾸며 다시 채비를 하는 순간 형을 물칸에서 고기를 꺼내 줄자로 재어 보더니 “딱 5짜네! 둘다 5짜여! 그런데 이번 것이 조금더 크네~”
잠시후 채비를 그쪽으로 담구고는 또 형수에게 전화를 했다.
“형수! 아까 낚은 오짜 보다 더 큰 오짜 낚아 또 기록 갈아치웠다”
“삼촌! 장난이제! 뭐꼬 장난이가? 그리 고기가 안 낚이나?”
하하하!!! 대답대신 웃어주며 전화를 끊고 말았다
물론 나란히 찍은 5짜 고기 사진은 전송을 해 주고~

두번째 오짜
이런 행운이 있단 말인가?
정녕 꼴방맨에게도 이런 신내림이 있었단 말인가......,
그사이 라면이 알맞게 익었고 라면을 먹으러 다들 모이자 선수에서 낚시하던 조사님 내 양손을 잡으며 “기(氣)좀 가져갑시다. 나도 5짜 한번 해보게요~” 하며 공손하게 내손을 잡는지라 살짝 힘을 더주어 잡아주었다.
배에서 먹는 라면은 유난히 맛나다
참으로 얼마만에 먹어보는 라면이란 말이고~ 하지만 그 꿀맛 같은 라면이 조금만 먹어도 저절로 배가 불러 생수 한모금으로 입을 헹구고는 다시금 낚시에 빠져본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뱃전에서의 형언할 수 없는 라면맛
이날은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른듯한 느낌이었다
라면 조금에 언제나 형수가 담은 김치맛에 푹 빠져 김치 국물까지 들여마실 정도였는데 이날은 김치맛도 제대로 느낌이 오지 않았다 ㅎㅎㅎ
더 이상의 입질이 없자
형이 4번째 자리 옮김을 하였다.
형이 자꾸만 한 지점에서 입질이 온다며 계속 그 자리를 고집하다가 바늘만 터트리고 있더니 드디어 한수 꺼집어 올린다.

선장의 파이팅 모습이다
늘 무던한 모습으로 바다를 아끼고 사랑하는 그저 평범한 모습 그런 모습이 주는 듬직함과 위안이 한창 커가는 세 아이의 장한 아빠의 모습으로 각인되어 가고 있다.
내가 뜰채로 갈무리를 해주자 중간에서 낚시하던 조사님은 자꾸만 헛챔질을 하길래 형이 수심을 다시 조정해보라며 이제 초들물이 시작되었으니 수심을 조금만 더 깊게 줘 보라며 다시 수심 맞추기를 종용하자 그 조사님 봉돌로 수심을 점검하니 어이없이 찌가 더 깊이 잠긴다. 형이 다시 맞출 수심을 알려주고 그 조사님 몇 번의 헛챔질이 있더니 기어이 낚시대가 포물선을 그리는 것이 보인다.
그런데 초릿대와 2번대가 완전 언발란스다. 알고보니 초릿대가 파손되어 급한김에 초릿대를 낚시점에서 수리하였다고 하는데 초릿대는 완전 연질이나 낚시대는 경질대라 초릿대만 휘어지는것이었다.
형은 갈무리를 끝낸 조사님에게 “얼릉 초릿대 본래것으로 수리하여야 한다 아니면 낚시대 전체가 부러지거나 원줄이 충격을 흡수할 수 없어 대물이 낚였을 때 줄이 터질거라”며 다음 낚시를 위해 반드시 준비하라며 주문을 한다.
그러면서 “이제 한숨 돌렸다. 가운데 조사님 한 마리 꺼집어 올리니 내 맘이 노이네~”하며 선장으로서 도리를 다한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 같았다.

장목에서 오셨다는 조사님
이날 망상돔에 얼마나 시달렸는지 철수길에 살짝 졸고 있는 모습이다.
복수전하러 월요일에 출조를 하신다던데 꼭 짜릿한 손맛 보시길~
그 사이 선수 조사님이 1수 더 추가로 파이팅을 마감하고 따가워진 햇살을 뒤로하고 낚시를 접고 말았다.
정박지에서 물고기를 꺼내 사진을 찍고는 각자 몫을 챙겨 주고는 형이 물청소를 시작한다. 난 곁에서 물끄러미 바라보다
“형! 예전 같은 낚은 물고기 다 퍼줬는데 이젠 위판고 있어야 면세유 받을 수 있제?”
“응! 보름에 한번씩 수협에 위판고 실적이 있어야 면세유를 받을 수 있고 이제 아이들도 커가니 나름 돈도 많이 드네~ 마음 같아서는 낚은 고기 몽땅 싸주고 싶지만 그게 잘 안되네~”
“형! 난 5짜 한 마리면 충분하다. 4짜하고 바꾸자 어차피 집에가서 썰어 먹을텐데 크기가 뭔 필요있노?”
“아니다 아범 마음은 고맙다. 아범 생에 처음 낚은 5짜니 집에가서 맛나게 먹어라”하며 끝끝내 손사레를 치더니 물청소를 멈추고 담배 한 개피 꺼내문다.
늘 꼴방이라 간단하게 소품들 넣어온 살림통 밖에 없는지라 소품들을 봉지에 쏟아 붓고는 살림통에 담으니 녀셕을 꼬리가 휘어진다.

2014년 4월 25일 10:26분 / 약 30분 뒤인 10:58분에 올라온 고기
한녀석은 50.2cm, 한녀석은 50.5cm
고맙고 한없이 미안한 녀석들이었다.
배 물청소가 끝나고 형이 오더니 살림통을 내 차에 실으려는 것을 보고는 “우선 내 차에 실어라 물 넘치면 차 부식도 되지만 냄새 고약하게 난다”며 낚시차에 실으란다.
형이 집을 오가며 잠시 피곤할 땐 쉬어가는 집에 들리자 제법 세간 살이가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고 주문을 받아 틈틈이 만든다는 **표 수제찌가 더러는 건조중이고 더러는 색칠중인 것이 눈에 띄인다.
형이 얼음 두 개를 챙겨 넣어주며 “빨리 가라 삼천포까지 가도 요녀석들 살아있을끼다~”
“형~ 수고했다요 조만간 오께~”하며 재빨리 차를 몰아 오다가 동부에서 기포기 하나 사서 숨가파 할 감성돔에게 틀어주고 말았다(집에 기포기 하나 있는데 에공 챙겨 올걸~ 하는 후회감이 앞섰으나......,)
자랑이 하고팠다. 맨 먼저 집사람에게 5짜 감성돔 2마리 낚아간다니 얼마만한 크기인지 또 그걸 어떻게 낚아 올리는지 모르는 지라 그냥 회 썰어먹는다는 말에 좋아라 할 뿐이었고, 입사 동기이자 동갑내기에 늘 낚시 떠나면 같이 낚시를 즐기는 동료에게 전화를 해서 5짜 두 마리나 했다니 역시나 “뻥 치지 마라~ 니 실력에 우찌 5짜를 잡노 그것도 2마리나~" ㅋㅋㅋ 그러거나 말거나 내 기분을 니가 알기나 하나 ㅎㅎㅎ(이 동기는 혼자서는 잘 잡는데 나와 같이 내리면 조과가 별 신통잖아 나보고 늘 어복이 없다고 놀림)

내가 즐겨 사용하는 바늘
예전에는 위의 가마 바늘은 사용하였지만
몇년전부터 형수 추천으로 아래의 바늘은 사용하고 있는데 여러면에서 좋은점이 더 많은 것 같다.
집에 도착하니 아직 고기를 살아서 팔딱이고 있고 그걸 보신 어머니는 “요즘 입맛도 없네 이 귀한 고기 처가에 가서 썰어 먹어라”하며 끝끝내 손사래를 치신다.
서둘러 처남들을 호출하였다. 큰 처남집에 다들 모이라고 해놓고 진주로 달려가는데 퇴근시간이라 길이 얼마나 막히는지 ㅎㅎㅎ
처갓집 식구들은 모두 눈이 휘둥그래지며 폰으로 열심히 사진찍기에 바쁘다.
“이렇게 큰 고기는 처음본다 도대체 우찌 잡았노? 줄은 얼마나 굵어야 하노? 낚시대가 안 부러지나?” 급기야 둘째 처남은 숨을 헐떡이는 감성돔 입에 손가락을 넣어 들어 올리며 무게를 느껴보더니 아야~ 하며 급히 내려놓는다. 감성돔에게 손가락을 물려 껍질이 벗겨져 피가 나는 것이다 ㅋㅋㅋ
고기가 얼마나 큰지 듬성듬성 썰어도 큰 접시에 두접시가 넘는다. 식탐가인 큰 처남은 연신 “고기가 달다! 맛나다! 이건 횟집에서 사면 최소한 30만원은 넘을끼다~ 내가 얼마전에 손님 접대한다고 4짜 24만원에 먹었는데 이거랑 비교가 안되네~”
장인 장모도 맛나다를 외치고 난 저절로 어깨가 올라가고......,
매운탕은 얼마나 맛이 있던지 밥 한그릇 거나하게 먹고는 서둘러 집에 오기 바빴다.
많이 아쉬웠다
환한 웃음으로 반겨주던 형수나, 산적삼촌을 부르던 은비, 가희, 현준이의 귀여운 모습들, 그리고 형수의 맛난 먹거리를 보는 즐거움과 미각의 향연이 못내 아쉽다.
더 아쉽고 부끄럽고 미안한건 이 녀석들을 살려주지 못한 내 자신이다. 진주에서 집에 돌아오는 내내 이 녀석중 하나라도 방생해줄껄 하는 후회가 밀려왔다.
이 부제를 “감성돔아! 고맙고 미안하다 참말로 미안하다”로 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