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놈이 오짜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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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놈이 오짜 였을까?

1 다비드 23 5,444 2014.03.26 15:08
서울사는 영원한 초보 다비드 입니다.
 
판매글이나 문의글 말고는 처음으로 조행기를 올려 봅니다.
 
그 놈때문에 스트레스로 일 손에 잘 잡히질 않습니다... 후유증이 심하네요^^
 
지난 일요일 멜바다피싱 출조 버스를 이용해서 전남 초도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4개월만에 하는 출조 였습니다.
워낙 어복도 없고 실력도 없어서... 기대보다는 마음비우고 간만에 바다바람이나 한번 쐬자 라는 마음으로....
 
23일 새벽 4시 고흥 나로대교 아래에서 한바다호에 승선하여 처음 가보는 초도로 출발합니다.
조타실에 소파가 하나있네요. 당연히 가이드하시는 김사장님 앉아야 하는 건줄 알지만 신발벗기가 귀찮아서 안면몰수하고 그자리에 앉아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니 어느새 초도에 도착합니다.
 
가이드 김사장님 오늘은 수심낮은 여밭 포인트에 내린다고 하십니다.
그냥 내 이름 불러줄때까지 기다려 봅니다...
 
처음 내린자리는 앉는 자리 뒤편이 직벽인 포인트인데 수심은 정말 낮은 여밭입니다.
일출이 참 멋졌는데... 카메라가 꽝입니다.
<img src=

여밭이라고해서 긴장했는데 큰 밑걸림은 없고...
생명체가 있기는 합니다만... 복어 한마리가 둥둥 떠다니며 빨간찌를 툭툭 치고 다닙니다.
그리고 시커먼 상괭이가 여기서 쑥 저기서 쑥...
간조가 오전 8시11분이었는데 나름 열심해 해봤지만 10시가까이까지 입질 한번 못 받았습니다.
 
그때 한바다호가 지나가면서 이동할꺼냐고 물어본다... 3초간 고민하다가 "네! 이동"
초스피드로 짐을 챙기고 다시 배에 오릅니다.(초면의 조사님이 도와주셔서 금방 배에 오를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초도가 처음이니 아는 포인트로 없고 선장님이 가시는데로 그냥 갑니다. 한 10분쯤 이동하여 본섬 초입에서 내려 줍니다.
선장님이 지금 배대는 방향으로 치면 됩니다. 수심은 7~8m 하고 휭하니 가십니다.
얼른 물한모금하고 밑밥을 열주걱 뿌려봅니다. 물이 아주 천천히 왼쪽으로 가네요.
 
채비를 다시합니다.
낚시대는 시에라 1.2호, 3000번LB릴(13하이퍼포스), 2호원줄(토레이 수퍼스트롱), 1.5호목줄(나만의수제찌표), 1.2호 고리찌(나만의수제찌), -1.2호 부피큰 수중찌, 3호바늘, B봉돌, 수심 8~9m 쯤에 면사를 매고....
 
크릴 실한놈으로 골라서 "한마리만 물어봐라"하고 낮게 외치면 발앞에 아주짧게 첫캐스팅을 날립니다.
수심까지 내려가는 동안 밑밥을 몇주걱 오른쪽으로 주고나서 찌를 힐끔 쳐다 봅니다.
 
밑걸림이 있나? 수심 7m만 줄껄....생각하면서 채비를 살짝 들어줍니다.
투둑.... 채비를 쑥 가져갑니다. 이때 까지도 그 놈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첫캐스팅에....
대를 바짝세우고 릴링... 헉 이 놈이 그냥 갑니다. 앞으로 앞으로...
시에라 1.2호가 허리를 완전히 접네요...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ㅋㅋㅋ
양손으로 대를 잡고 버텨봅니다... 이때 가이드 김사장님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목줄 2호 쓰세요~요~요~오~ 감당안되는 놈의 힘에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본능인지 뭔지.. 잘쓰지도 않는 레버를 조작합니다. 한번... 두번... 놈이 머리를 오른쪽으로 틀고 또 쑤욱,,, 쑤욱 움직입니다. 뇌를 스치는 생각 "반대로 땡기면 터진다.."
대를 놈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틀고 릴링... 고기가 뜬다 싶더니 머리를 반대방향으로 틀고 또 제 갈길을 갑니다. 놈의 움직임이 꾹꾹이 아니라... 꾸~~~욱 꾸~~~욱 꾸꾸~~욱 이런 느낌입니다.
 
또 레버를 주고 대를 돌려 놈을 뜨워 봅니다. 이제 제법 고기와 힘겨루기가 됩니다. 대탄성으로 버티고
릴링을 반복합니다. 찌가 보입니다.... 한번더 릴링....
놈이 물속에서 몸을 뒤트는 모습이 보입니다.... 와우 옆모습이 거짓말 쪼금 보태서 빨래판 입니다.
내 낚아본 감생이 중에서 젤큰놈이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쳐 정신이 몽롱합니다.
놈이 또 그 특유의 움직으로 물속으로 파고 듭니다 꾸우욱..... 버티자.....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 놈은 다시 자기가 가야할 그 길로 가버렸습니다. 내 바늘을 입술에 달고...
낚시대가 벌떡 일어 섭니다.... 자기도 지 할일 다했다고...
채비를 회수해 보니 바늘 묶음이 풀려버렸네요..... 묶을때 약간 삑사리난걸 귀찮아서 그냥 뒀더니... 이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손이 덜덜 떨리고 다리도 후들후들 합니다. 뭔 정신인지 그자리에 밑밥을 몇주걱 퍼 줍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오늘 낚시는 끝났다. 라고 되뇌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용왕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찐한 손맛 보게 해 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용왕님...."
 
그런데 그 감사의 기도는 진심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후 계속해서 왜그랬을까? 내가 왜그랬을까? 왜 그 바늘묶음을 그냥 뒀을까?
기본에 충실해야 했었는데.... 에휴~~~ 내가 그렇지 뭐...
이런 아쉬움과 자책이 나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목줄을 1.7호로 올리고 바늘도 다시 정성드려 묶습니다.
웬지 그 놈이 다시 올꺼라는 막연한 기대와 근거없는 확신을 가지는 환자가 되어서...
 
다시 캐스팅 조류는 아직 그대로 아주 천천히 왼쪽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자리에서 거짓말 처럼 입질이 옵니다..... "침착해" 라고 속으로 외치며
광속챔질...그리고 릴링 놀래미.... 그래도 오늘 내품에 안긴 첫 고기 입니다. 뽀뽀 후 방생...
 
다시 캐스팅 같은 자리에 들어가니 또 처음같은 입질이 옵니다. 챔질...
왔습니다!
그 놈은 아닙니다.
그냥 제법 힘은 씁니다... 꾹꾹꾹 쳐 박는걸 보니 감생이 맞습니다.
예의상 레버 한번 주고 고기를 띄워서 뜰채에 살며시 담아 줍니다.
35cm 정말 고마운 감생이 입니다. 아주 자~알 생겼습니다.
너~~무 기쁘고 고맙습니다... 오늘도 꽝 되는 줄 알았는데....
연신 고맙다고 이쁘다고 말하면서 바늘뻬고 살림통에 넣고 기포기까지 틀어주고...
<img src=

그런데 아까 그놈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도 나를 괴롭힙니다.
한마리 했는데도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정도가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더 천천히 했어야 되는거 건가?
첫 오짜 잡으면 사진찍고 뽀뽀하고 방생할려고 했는데...
 
별의별 생각이 다 들고 미쳐버릴것 같네요.ㅠㅠ
 
철수배 안에서도.. 돌아오는 버스안에서도... 계속해서... 속이 쓰리고 아픔니다.
 
그리고 일상으로 돌아온 오늘 그리고 글을 쓰고 있는 이시간까지도....
아직도...
 
그 놈이 오짜 였을까?
 
여기까지 오짜 못잡아본 서울초짜의 넋두리 였습니다.
장황한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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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댓글
뽕 맞으셨네요 아주 마니 머리속에서 머물듯 합니다 저두 그런 경험이 있어서...내 고기 아니다라고 생각합니다 저두..담엔 꼭 성공 하시길 바랍니다
46 흑구 14-03-26 15:45 0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파워였다면 5짜가 틀림없을겁니다. 그느낌, 그 후들거림을 저도 못잊어서 아직도 다닙니다..ㅋㅋ 다음에 또다시 그런 입질을 받는다면 꼭 성공하시길...화이팅
1 부산과메기 14-03-26 15:53 0  
영업고기 한테 당하셨네요^^ 그런 영업고기들 땜시 낚시를 접을수가 없네요 그넘들 밀당의 고수들 입니다 즈그들도 양심은 있을거라 더큰넘 으로 만나보실수 있을겁니다 언제나 즐낚 하십시요
1 커피믹스 14-03-26 15:58 0  
저도 거제 구조라 솔여 에서 처음느껴지는 손맛 꾹꾹이 아닌 꾹우~우욱~~ 꾸우~우욱 1박2일 처음이자 마직막 입질 ...목줄 이터지구 내속도 터지고.... 집에 오는 길이 왜이리 먼지...
1 항유고래 14-03-26 16:06 0  
낚시는 항상 아쉬움이 남아야 다음 또 갯바위을 찾습니다... 오짜 맞다고 생각합니다...
1 찌나이퍼 14-03-26 16:13 0  
오짜한테 당하셨군요ㅎㅎㅎ 담번에 꼭 걸어올리시길~^^
61 미스타스텔론 14-03-26 16:14 0  
얼굴만 보여주고 사라지느 대물 감시 , 그때 머리속이 하얗게 되지요 바늘묶음, 원줄,목줄 도래묶음, 가장 중요 목줄 상처여부도 회수때마다 매번 관찰
아쉽습니다 이번 고기는 다비드님 고기가 아닌가봅니다 부디 담엔 채비든든하게 하시고 육짜한마리하세요
1 땡감시 14-03-26 16:47 0  
아고 그놈은 분명히 오짜가 아니지 싶네요 생각에는 오짜가 아니라 칠짜가 아닐까요? ㅎ.ㅎ 나름 찐한 손맛 보신거 축하드립니다 도망간놈 담번에 꼭 생포하시기 바랍니다 수고하셨네요^^
사진이 안보이네요. 저만 안보이나요? 꼭 대물은 예고없이 물어주나 봅니다. 신경 바짝쓰고 하면 잡어한마리 안물고 꼭 여유좀 부리고 딴짓하면 대물이 덜컥하네요.. 아쉽지만 다음을 노리셔야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1 바라쿠다 14-03-26 16:48 0  
수심얕은 여밭에서 약한 채비로 오름고기를 잡는 다는건 경험상 아주 어려운 일같네요. 일단 한번 주도권을 빼앗기면 그걸로 거의 끝입니다. 회복할 가능성이 별로 없거든요. 앞으로는 좀 투박하더라도 강한 채비를 쓰시기 바랍니다. 원줄 2호 목줄1.5호 이런 건 가을채비가 맞겠지요.
1 다비드 14-03-26 17:48 0  
많은 선배조사님들께서 부족한 글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고, 조언을 주셔서 너무 감사드립니다. 일일이 답글 못달아 드려서 죄송합니다. 마음 비우고 겸손한 마음가짐으로 다음 기회가 오기를 기다려 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59 폭주기관차 14-03-26 18:02 0  
아고~ 아깝네요, 다비드님 고기가 안돨리고 그랫는 갑네요. 다음에 다시 가셔서 그놈 꼭 체포하시어 얼굴좀 보여주세요.
7 막대찌달인 14-03-26 19:43 0  
이거 휴유증 한달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 불끄고 잘려고 하면 생각남ㅋㅋ
1 감성돔의적수 14-03-26 20:41 0  
내 경우에는 휴유증이 이주이상 간것 같습니다 다음에는 꼭 체포하시기 바랍니다
1 조선의한 14-03-26 22:28 0  
읔 이글을보니 생각납니다 지난날에 기억이 ㅡㅡ;; 2년전 10월달인가? 내만권 어느 이름모를여에서 지금까지 상상도못할정도 감시와 한판겨루기중 참패함 [5짜도2번낚아본낚시대임]아마6짜엿을것임 ㄷㄷㄷㄷ
1 지현아빠 14-03-27 12:14 0  
아고...아쉽네요.... 곧 복수전하러 가이소...^^
1 고성낚시꾼 14-03-28 11:51 0  
아....정말 아쉽습니다..... 분명..오짜였을겁니다^^~~근디....진짜 후유증 오래가겠네요~~~ㅋ 꼭...오짜를 넘어...그보다 큰 대물하시길~~~^^
1 바람인 14-04-01 10:09 0  
아이고~~~그래도 재미있는 낚시입니다 이러한 모든것이 즐거움이죠 무조건 이기면 낚시하는 사람이 얼마 안되겠죠?...
1 넙치농어 14-04-01 14:57 0  
첨이면 적어도 1주일은 끙끙 앓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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