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초봄 여수 안도 누렁바위 포인트에서 오수를 즐기다가 경험한 얘기를 해볼까한다. 물론 이 얘기는 믿거나 말거나다. 내가 다녀본 남해 바다 속은 밖같 세상 처럼 아름다웠으며 사계절이 있었고 약육강식의 원리가 그대로 적용되었으며 사랑도 있었고 모험과 희생도 있었으며 그들만의 바다 세상에서 균형을 아루며 살아가고 있었고 나는 언제나 이방인으로서의 모습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나에게 특히 관심을 가져준 동료 감시들과 특히 팽과 핑 그리고 삥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고 또한 다시 인간 세상으로 돌아 갈 수 있도록 도와준 주술사 검정 우럭에게도 심심한 감사를 드리는바다.
1. 변신
형형색색으로 빛을 발하던 무엇이 내 정수리를 사정없이 통과하여 갑자기 무중력 상태가 되어 몸이 가만히 뜨는 듯 싶더니만 머리 앞 부분이 밑으로 향하자 허리와 다리 부분을 좌우로 움직여 두 손으로 슬그머니 휘저어보니 저항이 느껴지며 다시 몸의 앞 부분이 서서히 뜨는게 아닌가. 아니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물 속이란 말인가!.
조심스레 주위를 살펴보니 나의 주변에는 뼘치 만한 수많은 감시들이 놀고 있고 대장 감시를 따라 이리저리 옮겨다니며 먹이를 먹고 있었다. 아직은 뭔가 답답하여 깊히 심호흡을 해보는데 입안으로 짭짤한 바닷물이 통과하더만 귀 밑으로 흘러 나간다. 아! 내가 순식간에 아가미로 호흡을하는 감시로 변해버린 것이다. 세상에 어떻게 이런일이!
다리를 아니 꼬리를 움직여 보았다. 서서히 앞으로 전진. 한쪽 가슴의 지느러미를 움직여보았다. 몸이 활등 처럼 옆으로 틀어진다. 이런! 이런! 의식은 분명히 나인데 바다 속에서 숨을 쉴 수 있다니. 옆을 지나는 뼘치 감시를 슬그머니 주둥이로 밀어보니 즉시 신경질적으로
"야 임마 너 눈탱이를 어디다 두고 다녀 조심해 " 분명히 아주 정확한 목소리로 항의를 하는데 어찌 된 셈인지 감시 말을 알아 들을 수 있게 되다니 "아이고 미안 미안 허다"하고 나도 모르게 감시 말이 튀어나오니 "아니 이놈이 어따두고 반말은 반말이야."하면서 주둥이로 나를 떠밀어 대어 나도 그냥 밀릴 수는 없어서 "금방 잘 못했다고 했슴됐지 뭐 그리 화를 내나, 시벌 계속 밀어대먼 나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하고 점잖게 경고를 하였으나 상대는 바로 등지느러미를 세우고 달려들어 나의 가슴을 톱질하듯 문지르고 달아나니 가슴팍이 매운 마늘을 발라 논 양 즉시 아려온다.
그래도 젊은 시절 태권도가 유단자인데 이런 쬐끔한 감시 한테 밀릴 수 없어 꼬리 감아 돌려차기, 몸통 돌려 가슴지르러미 이단 찌르기, 가슴지느러미 수평세우고 배지느러미 송곳 지르기, 헤딩으로 콧등 받아 코피 터치기 등을 섞어가며 공격을 주도하니 주변의 뼘치 감시들이 환호성을 울리며 나를 응원하고 있었다. 몇 수 교환하니 비실비실 거리는 폼이 너무 안스러워 보여 몸통을 주둥이로 밀어 균형을 잡어주며
"얌마 이제 그만허자. 더 겨뤄 봤자 뭐 좋을게 있겠냐. 나도 지금 뭐거 뭔지 모르것따"하며 휴전을 요청하니 멋적은 듯 가슴 지느러미를 흔들어데며 항복 표시를하니 나도 가까이 가서 가슴지느러미를 내밀어 사과를 하고서는 이름을 물어보니 "팽"이라했다. 팽이가 내 이름을 물어 보는데 어떨 결에 "뻥"이라 해버렸다.
일단은 얼떨결에 거치른 신고식을 치르고 나니 주변에 엄청난 수의 뼘치, 혹은 새끼 감시들이 모여들어 한 수 가르쳐 달라고 아우성을 치고 있는중에 군화짝 만한 중치급 감시가 다가오더니
"내 자네를 유심히 지켜 봤네만은 지금까지 그런 권법은 본적이 없고 거의 흉네도 넬 수 없는 동작들인데 도데체 자네는 어디서 그런 무술을 배웠는가. 대장님께 말씀드려 자네를 교관으로 임명 할 것인 즉 내일 아침부터 물의 흐름이 정지된 시간에 그 무술을 가르치소. 헌데 그 무술의 이름은 무엇인가?" "태권도"라는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지으며 뾰족한 머리를 좌우로 흔들어댓다."
다음날 아침 물의 흐름이 정지고 하늘로부터 연한 빛이 세어들어와 움푹 패인 넓은 광장에 하늘그림자가 어른거리는 때에 따개비와 파래가 무수히 붙어 있는 높다란 뾰족 바위 위에 서서 감시형 태권도를 가르치는데 대장 펑 감시를 포함하여 모든 감시들은 내가 행하는 동작을 구령에 따라 하나씩 따라 하기 시작했다. 허나 워낙 어려운 동작들이다보니 균형들을 못 잡고는 뒤집어지고 넘어지고 서로 부딪히고 새끼 감시들은 아예 지들끼리 장난질들을 해데고 난리가 났다.
처음 하는 훈련이라 대충 끝내고 나니 어제 나한테 얻어맞아 콧잔등과 눈텡이가 심하게 부어오른 팽이가 이쁘게 생긴 핑이라는 여자친구를 데려와서 소개를 하는데 여자 친구 아빠가 무리의 부대장 쯤 된다 했다.
물의 흐름이 서서히 빨라지자 주변에 여러 부유물들이 떠다니고 우리는 그것을 재빨리 집어먹는데 갑자기 한쪽으로 무리들이 휩쓸려 몰려 간다. 하늘에서 무수히 많은 새우들이 눈송이 처럼 내려 오고 달콤한 냄새를 풍기며 셀 수 없이 많은 보리가 떨어져내리니 여기 저기서 법석을 떨어데며 먹어데다가 지그들끼리 싸우기 까지 한다. 분명코 갯바위 상단에서 꾼들이 밑밥들을 뿌려대는데 어림잡아 십여 명의 꾼들이 맘먹고 왔는지 엄청 뿌려댄다.
허면 이들 새우 중에는 바늘을 머금은 녀석이 있을 텐데 바짝 긴장 할 수 밖에 없었다. 이걸 어찌한다 생각하다 하나의 아이디어가 칼번개 처럼 떠올라 그대로 시행해보니 건너편 새우 위로 길다란 노란줄을 뚜렷이 볼 수 있었으니 지금 생각해도 아찔하다. 입으로 바닷물을 충분히 빨아들여 급하게 뿜어 낸뒤 뒤로 약간 물러나 보면 물로 만들어진 볼록렌즈가 만들어져 근처 한참 앞발치 까지도 자세히 보이는 것이었다.
몇몇 군데서 하늘로 들림을 받고는 비명 소리를 지르며 아랫 쪽으로 쿡쿡쿡 머리를 박으며 하늘로 하늘로 멀어져 갔다. 옆에서 지켜보던 팽이의 말로는 아침 식사 때 뿐아니라 물살이 죽어갈 때도 거의 하늘에서 새우나 보리가 내려온다 했다. 팽이와 핑에게 낚시줄을 볼 수 있는 볼록렌즈 만드는 기술을 전수하니 무척 신기해하며 만들어진 렌즈를 통해 농어 대가리 처럼 커진 얼굴에 왕볼락 눈처럼 커져버린 둥그런 눈을 껌벅거리며, 갑자기 변해버린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고 또 쳐다보며 입을 벌려 혓바닥을 내밀어 보기도 하고, 누런 이빨을 앙당물어보기도 하고, 한눈을 감아 서로에게 사인을 보내보기도 하고.............
볼록렌즈 만드는 기술을 팽에게 전수한 다음날 핑의 아빠 풍이 나를 찿아와 자기 무리들에 그 기술을 모두 가르쳐주라는 간절한 요청을 받고는 오랫 동안 고민에 빠졌다. 훗날 다시 인간으로 변하여 갯바위 낚시를 하게되면 그 기술 때문에 절대로 감시를 잡지 못하리라는 걱정이 앞서 핑 아빠에게 다른 무리에게는 절대로 가르쳐 주지 않는다는 약속을 받고서는 그날은 저녘 물의 흐름이 정지된 때에 그 기술을 전수하였는데 어제 팽과 핑에게서 처럼 그 기술을 반복 학습하며 모두들 좋아라 떠들어대니 영역을 둘러싸듯 병풍처럼 서있는 바위들이 곧 바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펑 대장의 모든 무리들이 볼록렌즈 만드는 기술을 전수 받고 즐거워 하는 때에 갑자기 하늘에서 쿠쿠쿵 퍽퍽 천둥소리가 나며 커다란 돌멩이들이 떨어져 내려오니 그 돌멩이들을 피하느라 이리저리 경황없이 달아나는데 아마도 하늘에서 누군가 뻥치기를 하나보다. 그렇다면 앞쪽 뒤쪽 멀리로부터 우리 무리가 빠져나갈 수 없는 커다란 그물이 서서히 우리 무리를 둘러싸게 될터인데 워낙 근시라서 눈꺼풀을 찌그려가며 어렵사리 초점을 맞춰 자세히 보니, 놀래서 눈이 접시 만큼 커진 볼락도 보이고, 아무렇지도 않다는 표정을 보이는 문어도 보이고, 실성한 것 처럼 날뛰는 메가리와 고등어에 얼굴이 상기되어 몸까지 뻘개진 쥐노래미도 보이고. 안절부절하며 넙적한 몸을 서로 부디쳐데는 광어와 도다리도 보이고 눈만 껌뻑이고 꿈적도 않는 커다란 검정우럭도 보였다.
대장 펑 과 핑이 아빠 풍은 무리를 향해 큰소리로 "모든 감시들은 당황하지 마라, 당황하지마라" 외쳐대지만 다들 어찌할바를 모르는 듯 우왕좌왕 할 뿐이었다.
나는 침착하게 생각해보니 제법 먼데를 구석 구석 볼 수만 있다면 위기를 탈출할 수 있을 것 같아 망원렌즈를 만들어보기로 작정하고 볼록렌즈 만드는 기술을 반대로 적용하여 물을 뿜어 앞으로 머리를 내어 힘껏 뱉고 뒤로 바로 물러나니, 담배 연기로 만들어내는 구멍난 동그랑땡 처럼 잠시 오목렌즈가 만들어 짐을 확인하고선 핑과 팽을 엇비슷하게 거리를 두어 세워놓고는 오목 볼록을 만들게하고서는 그걸 일치시켜 망원경을 만들어 핑과 팽을 빙글 빙글 돌게하니 그물의 구석 구석을 자세하게 볼 수 있었는데 이제는 검정우럭도 어쩔 수 없어 허둥데는 장소 밑으로 마주 보는 커다란 바위 사이밑으로 큰 구멍을 확인하고서는 즉시 대장 감시를 그 구멍으로 안내하니 먼저 나가는 것을 극구 사양하고선 아랫 것들을 먼저 빠져 나가게 하고는 맨 나중에 그 그물을 빠져 나왔다.
물론 그 구멍으로 제법 몸집이 큰 검정 우럭, 광어, 쥐치, 왕볼락들도 모두 모두 무사히 빠져나오고 게으르고 동작이 늦은 참개 몇 마리만 그물에 남아 있었다. 그물 밖으로 벗어나자 검정우럭이 다가와서 감사의 말을 표하는데 감시 언어보다 알아듣기 어려운 경상도 사투리 비슷 하였는데 대충 나중에 무슨 문제가 있으면 찾아오라 일러주고는 내 오른쪽 가슴 지느러미에 끈끈한 액을 듬뿍 발라 주는 것이었다. 이 냄새를 찾아 방향을 잡으면 반드시 자기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남기고 어둠고 차가운 물속으로 사라져갔다.
2. 전쟁
물흐름이 정지된 아침의 시간에 태권도 교육이 시작된지 며칠 뒤 대규모의 망상어 무리가 우리 영역으로 침입해 들어왔다. 대장 펑의 말에 의하면 곧 시작될 짝짓기 시절에 이곳이 더없는 장소로서 언제나 전쟁을 치루곤 했다고 했다. 물살이 세어져 이동하기 힘든 시간에 쳐들어온 때문에 서로 힘든 싸움이 되었으나 그간에 단련한 꼬리돌려차기, 가슴지느러미 이단차기,헤딩으로 코피터치기,꼬리 세워 배지를기등의 기술로 인해 망상어들은 혼이 나고있었다. 어떤 놈들은 전투 중에 지레 겁을 먹고는 새끼들을 빠트려 버리니 우리 무리에 중치급 감성돔들이 재빨리 주어 먹어 버렸다.
망상어와 전투를 치루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도 못한 때에 이번에는 대규모의 볼락 군단이 쳐들어왔는데 체구는 우리 쪽 보다 작으나 워낙 주둥이가 크고 이빨이 날카로와 처음에는 고전을 면치 못했는데 모래를 빨아 머금고 있다가 가까이 다가오면 볼락의 얼굴 특히 커다란 눈에 사정 없이 품어데니 견디지를 못하고 곧바로 퇴각하였다. 물론 모래 품어대기 작전의 총괄적인 아이디어는 펑 대장한테 내가 제공하여 이루어졌다.
하늘 쪽에서는 제법 늘씬한 농어나 숭어들이 소란을 떨어대지만 우리 무리와 직접 부디치는 일은 드물고 어쩌다 하늘 쪽에서 먹이가 부족하면 우리 영역으로 내려오기도 하는데 이때는 방사체 밀집 대형을 취하고 밀어 부치면 꽁지빠져라 하늘로 도망가버리곤 했다.
우리 영역에서 어찌할 수 없는 존재가 바로 복어였는데 무리가 공격을 하면 몸을 둥그렇게 만들어 침들을 세우고선, 뽁뽁거리며 적은 주둥이로 우리 감성돔들의 꼬리 쪽을 마구 물어 뜯어 심한 부상을 입게되는데 내가 가만히 관찰하여보니 아랫 쪽에서 배꼽 쪽을 공격하면 둥그렇게 된 몸이 배구공처럼 튕겨나가는 것을 발견하고는 저마다 아랫배를 공격하게하니 복어들은 배구공 신세가되어 이리져리 튕겨다니다는 결국 현기증으로 전의를 상실하고 비틀거리며 퇴각하게 되었다.
3. 사랑
여하튼 몇날 며칠을 전쟁을 치루고나더니 이제는 동료들 끼리 짝짓기 싸움이 시작 되었다. 제법 이쁘고 건강해보이는 영계 감시가 보이면 그 주위로 우락부락하게 생긴 여드름 감시들이 모여들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데 결국 우세한 녀석들이 차지하기도하고 반대로 때깔 좋은 미남 감시가 있으면 처녀 감시들이 싸움을 벌이는데 이들은 치고 받기 보다는 주로 하루밤 하루낮을 쉬지않고 말싸움으로 승부를 내는 것이었다.
볼락 군단과의 전쟁시 유달리 열심히 모래를 나르는 여자 감시가 있었는데 유난히 눈이 총총하고 지느러미가 기품이 있고 비늘이 미끈거리며 가슴쪽이 두툼하니 살이 올라 섹시한 모습이었는데 언제부터인가 나의 뒤를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길래 하루는 아랫배에 힘을 주고 물어봤다.
"너 나를 좋아 허냐" 그렇다고 했다 그녀의 이름은 삥이었다.
삥의 아빠 엄마는 삥이 2살 때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우를 먹다가 하늘로 들리움을 받아 올라가버리고 두 동생들과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했다. 삥과 친구가 되어 한참이 지난 어느날 삥의 집에 들러보니 하늘에서 내려온 비닐 봉다리 세 장이 살림의 전부였다. 겨울 온도가 내려가면 동생들과 이불삼아 둘러 쓴다 했다. 나는 비닐들을 대충 재단하여 주둥이로 구멍을 뚫어 입기 편하게 옷처럼 만들어 주니 입고있는 모습이 우리집 견순이 해피 같았다. 삥은 고맙다고 먹다 남은 굴 조각을 나에게 주었다.
며칠 사이로 수온이 제법 상승하여 군데군데로 데이트 족들이 늘어나면서 김 양식장이나 미역양식장 바닥이나 되는 듯한 곳에 무수한 밧줄들이 하늘로부터 내려와 꽂혀있는 곳으로 이동하여 꼬여진 밧줄 뒤라든지, 버려진 아이스 박스 속이라든지, 미역밭 속이라든지, 찢어진 신발 속, 문이 떨어져나간 냉장고 속, 뻘에 묻힌 폐선의 고물에서, 녹슨 전기밥솥등등 조금 은밀하다 싶으면 어디서나 사랑이 이루어졌다.
도시 녀석들이 뿜어낸 알과 정액들로 검은 바다 속이 하얀 안개 바다가 되어 버렸는데. 얼마나 사랑들을 해데는지 사랑이 끝나면 다들 비실비실하는데 핑에게 물어보니 이때가 타종족의 탐식자들의 먹이활동이 적어 지금 시간을 맞출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 시기에는 특히 먹이가 부족하여 빈혈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데 나는 육지 산모들이 애를 낳고 미역국을 먹는다는 생각이 들어 핑에게 물어 보니 미역은 먹지 않는다 하여 펑대장에게 모든 식구들에게 미역을 특히 미역귀를 먹어 볼 것을 건의하여 그때부터 미역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후로는 사랑을 나누고 비실비실하는 녀석들도 거의 보이지 않고 너무 많이 먹어데는 바람에 미역밭이 휑하게 변해버렸다.
그림자처럼 따라 다니는 삥도 과년하여 총각 감시들의 유혹을 줄기차게 받았는데 다 뿌리치고 내 뒤만 따라다니니......어쩔 때는 나도 삥에게 불덩이 같은 무엇이 가슴지르러미 위로 치밀어 오를 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이 깜깜한 바다에다 씨를 뿌려 놓고 혹시나 다시 내가 본래 나로 변한다면 ............... 수많은 생각이 오고갔다. 결론은 여기다 씨뿌려 놓고 갈 수없다 였다.
사랑의 시즌이 끝난 뒤에도 모든 무리들은 새끼들을 지키기위해 간간이 찾아오는 탐식가들을 물리치기위하여 산발적으로 소규모 전투를 벌이곤 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물의 온도가 올라가면서부터는 하늘로부터 새우나 보리가 훨씬 많이 그리고 빈번히 떨어져 내려와 펑의 무리를 즐겁게 하였는데 물론 펑의 무리들은 렌즈 만드는 기술로 낚시줄을 확인하고 피해버리기 때문에 아무도 하늘로 들림을 받지는 않았다. 어떤 감시들은 그 기술 덕분에 바늘에 있는 새우를 침착하게 빼어 먹는 녀석들도 나타났다
하루는 태어날 때부터 등이굽고 지르러미가 생기다 말아 거동이 불편한 퓽이라는 감성돔을 돕고 있는데 대장 펑의 말이 언제부터인가 대홍수 로 육지에 물이 한꺼번에 쓰레기와 함께 밀려오면 근처에 모여들어 먹이를 찾아 먹곤 했는데 그 뒤로부터 기형 감시가 많이 나온다 했다. 나는 비닐이나 농약 냄새에 대해 설명해주고 그러한 냄새가 나면 되도록 멀리 피하는게 상책이라고 일러 두었다.
4. 이별
한번은 대장 펑이 나를 부르더니 "어이 뻥군 우리 무리 중에는 나 보다 연장자가 없을 정도로 나이가 제일 많은데 하루하루를 뱃짱으로 살아 오며 수많은 친구들과 타종들을 보아 왔지만 자네 만큼 많은 지식과 무예를 지닌 감시는 본일이 없다네. 해서 나도 나이를 먹을만큼 먹고 요사이는 거동도 불편하니 자네가 이 무리를 이끌어 줌이 어찌것는가." 물론 나는 정중히 거절하였다. 왜냐면 나보다 연장자 감시가 셀 수 없이 많고 솔직히 대장 감시 허면 머덜꺼여 술이 나와 밥이 나와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물의 온도가 더욱 올라가고 붉은 물의 띠를 피해가며 서서히 깊은 바다로의 이동이 시작 될 즈음 어느날 엄청난 물의 압력이 거의 이틀 동안 천지 사방으로 밀려들어 정신을 차릴 수 없는 지경이 되었는데 무리의 절반 이상이 심한 멀미를 하고 먹이도 구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는데 나도 거의 이 대목에서 생을 마감하나 두려운 생각이 들 정도였다. 여름 아니면 가을의 거대한 태풍이 몰아 치나 보다. 다행히 안전한 바위굴을 발견하고는 삥과 그녀의 동생들과 위기의 순간을 넘을 수 있었다.
그 동굴에서 처음으로 삥에게 나의 모든 과거를 자세히 알려 주게 되었는데 처음에는 무슨말을 하는지 알아 듣지를 못하다가 차츰차츰 나름데로 생각하는 듯 싶더니만 변신한 외계인을 대하듯 덜덜덜 떨기 시작하였다. 한참이 지난 후 삥은 오히려 나에 대한 걱정을 하더니만 언젠가 그물에서 만난 검정우럭을 소개하고서는 그는 종족에 관계없이 어려움을 해결해주는 주술사라 하며 어느 곳에 사는지는 잘 모른다고 했다.
그날 나는 삥의 가슴지느러미 부분에 죽은 복어 껍질을 둥그렇게 물어 뜯어 구멍을 내고서는 반지처럼 만들어 끼워 주니 삥은 빈 껍데기 소라를 구멍을 내어 죽은 장어 껍질을 끼워 나의 목에 걸어 줬으나 무겁고 헐거워서 차고 다닐 수는 없었다.
태풍이 지나고 무리중의 상당 수가 하늘로 들리움을 받았다. 굶주림 때문에 볼록 렌즈 기술로 낚시줄을 확인도 하지 않고 허겁지겁 먹어대다 그런 결과를 초래한 것이다.
물론 이들 중 뼘치 몇 마리가 하늘로 들림 받고 구사 일생으로 살아 돌아온 경우도 가끔 있어 바같 하늘 세상에 대한 얘기도 알려 지기는 했지만 어떻게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니 처음에는 호기심을 가지다가도 금방 바다세상의 얘기로 돌아가곤 했다.
곧 바로 다가온 차거운 물의 시절에는 더욱 깊은 곳으로 이동하여 먹지 않고 잠자는게 일이었다. 먹을 것도 없으려니와 더운 물의 시절에 비하여 하늘에서 내려오는 새우나 보리의 량이 적어지고 먹을 것도 없으려니와 추워서 그러는지 식욕도 떨어져 버렸다.
이제 거의 사계절이 지나가고 나는 분명코 갯바위 낚시를 왔는데 바닷속에서 한 마리 감시가되어 어둡고 깜깜한 바닷속을 하염없이 떠돌아 다니다니! 머리로 거치른 바위를 들이 받아보고 뻘흙을 빨아 뱉어 보고 소라껍질에 콧등을 부벼봐도 분명 꿈은 아닌데 어찌된 셈으로 나는 감시가 되었단말이냐!
분명 꿈이려니 내가 언제부터 감시인가. 수험생 아들놈은 어찌 되어 쓰끄나. 딸년 중간 고사 성적은 그래 조금은 올랐는지 착하디 착한 각시는 한눈 팔지는 않는지 분명코 꿈이려니 핑은 누구고 팽은 누구고 펑은 누구란 말이냐. 마음씨 착한 삥은 누구란 말이냐
이제 어둡고 차거운 물속 세상을 떠나 물이 아닌 공기를 마시는 세상에 가고 싶다. 지겹도록 먹어덴 크릴 새우 보리 말고 아! 삼겹살에 소주 한잔 하고 싶다. 땅콩과 띠밥 안주에 생맥주 한잔 하고 싶다. 김치에다 라면도 생각나네. 분명코 꿈이려니, 내가 언제부터 감시인가 나는 뻥이 아니다. 아! 나는 정말로 뻥칠줄도 모른다.
이제 방법은 삥이 소개해준 검정우럭을 찿아가는 수 밖에........
5. 귀환
봄을 알리는 듯 수온이 차츰 올라가자 다들 분주히 움직여댔지만 나는 더 이상 즐겁지도 않고 지루하기만 했다. 태권도 가르치는 것도 재미가 없고, 기형감시 퓽 물리 치료에도,홍수 때 떠내려온 컴퓨터 분해 작업에도 모든 것에 흥미를 잃었다. 삥이나 팽이나 핑의 위로에도 허허로울 따름이었다.
청물이 들어 바다 깊숙이로 하늘빛이 내리비치던 날 나는 대장 펑에게 그리고 핑의 아빠에게, 그리고 핑과 팽에게 끝으로 삥에게 작별인사를 하였다. 삥은 그때까지도 가슴지느러미에 내가 채워준 복어껍질로 만든 반지를 끼고 있었다. 많은 선물들을 준비하여 주었지만 검정우럭에 가는 길을 알 수도 없고 따로 선물을 들고 갈 방법이 없어 모두 사양하였다.
검정 우럭을 찾아가는 길은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하지만 다섯 밤과 낮을 거의 쉬지 않고 헤엄을 쳐 도달하였는데 언젠가 검정우럭이 오른쪽 가슴지느러미에 발라준 냄새를 추적하니 거의 막힘 없이 검정우럭의 집에 도달 할 수 있었다.
그곳은 우리가 살아가는 곳보다는 훨씬 깊고 차가운 곳으로 아름다운 해초들로 둘러싸인 동굴 입구에는 복어 껍질이 걸려있고 수많은 불가사리가 별처럼 붙어 있고 그 가운데 전복 껍질이 빛을 발하고 그 옆으로는 거대한 꼬막 껍질이 있는데 가까이 가보니 검정우럭은 그 가운데 끈근한 점액을 묻혀 놓았다. 나는 이 냄새와 검정우럭이 지느러미에 발라준 점액의 냄새를 번갈아 맡아가며 여기까지 온 것이다.
나의 사정 얘기를 끝까지 듣고도 검정우럭은 놀라지 않았다. 100년 전에는 자기도 농군의 아들로 태어나 무등산 기슭에서 수박을 키우면서 살았다 했다. 그는 우럭 나이로 80세였다. 그에게서 들은 얘기를 글로 지금 옮길려면 지금 까지 쓴 것보다 더 많은 양의 글을 써야하는데 다음 기회로 미루고 그때 얘기를 계속해보면
검정우럭은 지금까지 광어와 노래미로 변한 자 둘이를 성공적으로 밖같 세상으로 돌려보냈다고 했다. 주술을 부리기 전에 검정우럭은 세상에 나가면 서로 돕고 사랑하라 하였으며 욕심부리지 말 것을 얘기했고 원래 세상은 허한 채로 채워져있으니 채우지마라는 아리송한 말로 끝을 맺었다.
먼저 평평한 돌밭에 나를 눕히고 심호흡을 유도하고서는 알 수 없는 쓰디 쓴 액을 먹게 하고는 곧바로 주문을 외웠다.
아랑바리 사바리,우랑바리 사바리, 어랑바리 사바리 오랑바라 사바리.........
의식이 편안해지며 졸음이 몰려올 즈음에 갑자기 주술사는 내 이마 중앙에 우럭 등가시를 찔러넣으니 갑자기 세상이 환해지며 주술사의 주문이 아스라이 사라져 갔다.
아 어 우 오 사바리. 사바리, 사바리,사바리,사바리,사바리...............
얼굴에 심한 따거움이 느껴지고 밝음 때문에 거의 눈을 뜨지 못하고 숨을 몰아 쉬니 아! 물이 아닌 공기가 코를 지나 아가미가 아닌 폐로 들어가 가슴이 부풀어 올라오는데 상쾌함이 이루 말 할 수 없었다. 멀리로 뿡뿡 소리가 들려 겨우 눈을 뜨니 선장님이 갯방구에 코를 들이대고서는 마이크를 통해
"인자 철수합시다. 철수합시다. 어째 쫌 잡었슴니까" 하며 외치고 있었다.
6. 에필로그
그 일이 있은 뒤 이제 거의 6개월이 지났는데 처음 2-3개월 까지는 밤마다 펑의 무리의 감시들을 보게되고 특히 삥도 그립고 팽과 핑도 무척이나 보고 싶더니만 지금은 거의 옛날 처럼 되었습니다. 혹 바다낚시 중에 가슴지느러미에 복어 껍질로 만들어진 반지를 낀 감시를 잡으면 그녀는 바로 삥이니 곱게 놓아주시기 바라며 추운 겨울날 구멍 뚤린 비닐 옷을 걸치고 잡혀 올라온 감시는 삥의 동생이니 또한 곱게 놓아 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갯바위 밑에 분명 떼감시가 있는데 물리지 않는다면 그 곳엔 분명 펑의 무리들이 있는 곳이며 그들은 렌즈 기술을 사용하여 낚시줄에 달린 새우는 절대로 먹는 일이 없으니 그날은 일찍 자리를 옮기는게 조황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도 후회하고 있는 것은 감시들이 사랑을 나누고 미역을 먹게한 것으로 양식장 어민들께 한없이 죄송스러울 따름입니다.
조금은 황당하지만 그러나 전혀 불가능 하지도 않겠는데 라고 생각하면서 갯.바다청소고래님의 글 잘 읽었습니다 이렇게 사람이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그들의 세계를 여행해보는 소설은 처음 읽은 것 같기도 하구요 우리가 스스럼없이 잡는 그들의 세계에도 고통과 아픔이 있음을 생각하고 다음엔 캐치 엔 릴리스를 꼭 이루어야지 다짐도 해 봅니다 아름다운 글 잘 읽었습니다 삭막한 사막에도 어린왕자처럼 놀라운 아름다움이 반짝이고 있듯이 언젠가 갯.바다에도 놀라운 아름다움이...감사 -[10/22-12:45] -
파도를걸으며님,먹등대님,해조사님, 황당한 글을 시작하여 도중 하차를 몇번하다가 겨우 맺음글 까지 써보았답니다. 어른이 철부지 아이의 글을 써놓은 것 같아 민망스럽습니다. 하지만 바다를 너무 사랑하다보니 그러려니 여기십시요.아름다운 여수, 돌산도라는 큰섬으로 인해 어느곳보다 넓은 바다를 대하시는 해조사님이 부럽습니다. 항시 건강하시고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10/23-22:13] -
부러우시 다니 고맙습니다. 출근길에 항상 돌산대교를 보면서 출근하느라 매일 아침 바다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폅니다^-^ 돌아오는 11월 8일에 인낚의 뽈사모 팀들이 여수로 오신다합니다. 갯.바다청소 고래님도 시간되시면 님들 한번 만나 보시는 것도 어떠실런지요.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습니다. 건강 유의 하시길,,,, -[10/23-22:5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