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감생이가 보상할거야!아무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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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감생이가 보상할거야!아무렴!

G 3 506 2003.10.08 10:38
"지금부터 출항하는 낚싯배 선장과 낚싯꾼은 일몰후 이므로 ㅇㅇ법 ㅇ조에 의거하여 과태료 이십만 원을 부과하니 전부 돌아가시기 바랍니다."
2001년 12월 4일 오후 6시 포항 송도다리 밑.
우리 일행이 도착하니 해양경찰이 이렇게 외쳤다.
실망하던차에 선장이 좀 기다리라는 말에 한 시간 반을 버텼지만 경찰 역시 입장만 다를 뿐 버팀은 우리와 같았다. 거지처럼 다리 밑에 쭈그리고 있자니 처량하여, 낚싯꾼으로 요즘 호황을 누리는 포장마차로 갔다. 수 백명이 찍어 먹은 오뎅 간장이 색깔은 그나마 간장색이었다.
초 요기가 될 즈음 선장이 말했다.
"조~기~ 내방 끝바리로 가서 기디리소."
"내방 끝바리?"
그게 가관이었다. 우리 넷은 행여 경찰이 눈치 챌새라 조용조용 활대밭 어둠속으로 사라지기로 했는데,듬성듬성 돌밭에 꽂힌 활대밭에 들어가니 그긴 아예 길이 없었다. 이리 뚫고 저리 헤매며 가는데 뭔가 딱하는 소리와 함께 눈에 불똥이 튀었다. 앞 사람이 미끄러지지 않으려고 활대를 쥐었다 한껏 휜 후에 놓아버리니 하필이면 나에게 명중하다니. 머피의 법칙인가. 불운의 서곡인가!
아무튼 일차 방어벽을 돌파하니 철조망이 나타났다. 아까 맞은 충격과 어둠으로 눈 앞은 어슴프레하기만 했다. 세로 철조망은 둑방 도로에서 넘어오지 못하도록 장치한 그야말로 가시 철망이었다. 가득 채운 크릴가방과 낚시가방을 지고 매고, 우린 돌밭길 철망을 따라 야간행군을 했다. 말이 돌밭이지 삐죽삐죽한 미끄럽고 깨진 돌 사이를 엎드려 행군하기란 예삿일이 아니었다. 미끄러지면 초겨울 찬물속에 쳐박혀 생각만 해도 으시시했다. 그래도 참자. 잠시 후 감생이가 이를 보상해 줄것이다. 아무렴, 그렇고 말고!
우리는 무언의 약속이나 한 것 처럼 서로 시익 웃어보였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이번엔 가로 철조망이 물속까지 뻗어있는 것이 아닌가. 일단 한 사람이 거미줄을 타야했다. 그리고 일렬로 늘어서 짐을 주고 받았다. 철조망에 착 달라붙은 다음 물속으로 전진한 후 다시 뒷쪽 철조망 뒤를 타고 돌밭에 내려야 했다. 겨울 날씨임에도 온 몸엔 땀으로 흥건했다. 크릴가방 무게를 이기지 못한 서사장이 엉덩방아를 하필이면 돌부리에 찧으니 눈물이 콧물이 된단다. 활대로 얻어 맞은 나와 비슷할까? 아니야 내가 더 아팠을거야. 아니야 엉덩이를 쥐고 트위스트를 춘 서사장이 더 아팠을 걸.
그런 철조망을 두 개를 더 넘었다. 돌밭 행군을 수백메타 더 하니 우린 적진(?) 깊숙히 진입해 있었고 적은 잠잠했다. 후래시를 켤 수 없으니 디딤발을 가늠할 수 없었다. 음력 스무날이라 달은 있으나 먹구름으로 먼 바다는 아예 까맣고 파도는 포항제철 불빛에 춤추듯 너울거렸다.
우리 뒤에 아무도 없으니 우리가 꼴찌였다. 접선장소가 가까워졌다. 그런데 다음이 낭패였다. 어디서 소리도 없이 시커먼 배가 나타났다싶더니 금새 사라지는 것이 아닌가. 황당하고 어이가 없어 선장에게 전통을 치니 선장하는 말이 작품이었다.
"너무 많이 태워 배가 삐딱하길래 그만 태운기라요. 좀 기다리소."
"배가 머시 우짠다고? 쓰위블!"
차군과 장씨가 나를 보며 멈칫 하자, 체면상 서사장이 통역을 해주었다.
"도래를 영어로 하면 쓰위블이다. 알것나?"
옆을 보니 모두 웃음을 참느라 앞니를 물고있었다.
적군이고 나발이고 큰 소릴 치니 갑자기 배가 고팠다. 비상음식으로 챙긴 빵 한 개씩을 분배했다.
"삼십 년 전 이 날쯤은 전선야곡에 고향달에 화랑담배가 있었제." 서사장이 마른 빵을 씹으며 읊었다.
시간은 여덟 시가 넘어, 상륙하면 두 시간 작전낚시지만 희한하게도 기대치 때문인지 우린 점점 느긋해지고 있었다.
선장 말대로 삐딱한 배가 다시 왔다. 어디서 태웠는지 여나므 명 역시 몸을 가누지 못해 삐딱하게 서 있었다. 드디어 상륙정이 출항했다. 바로 앞, 외항으로.
"배삯 안 낸분 계산하소!"
타자마자 선장이 소리쳤다. 달리는 배 위에서 돈을 내라니.
혹시 행군거리를 공제해 줄 것이라는 서사장의 기대는 '전선야곡'의 휘파람으로 사라졌다. 오 분도 안되 는 뱃길이 만 오천원 이라니. 아마 감생이가 보상할거야. 아무렴!
장씨가 돈 꺼내다 천 원짜리 한 장이 날라가버렸다고 선장에게 투덜거렸다.
"어이! 선장! 나만 배삯 천 원 더 주네! 쓰위블!"
"?"
서사장이 참느라 휘파람이 새는데, 차군이 귓속말로 했다.
"성님, 만 원짜리가 날라 갔심더. 크익"
파도와 바람이 점차로 일어, 이물이 몇 번 포트에 박치기한 후에야 올라설 수 있었다.

H아워- 아홉 시.
서사장의 새로 산 살림망이 파도에 실려감을 신호로, 감생이 작전은 개시되었다. 서사장은 한참이나 바닷물을 뜰채로 두드려 패더니만 중얼거렸다.
"뜰채가 대가리가 없네?"
말 없는 견적이 슬슬 불어나기 시작했다. 그것도 한 시간 만에.

21:00 감생이 작전 개시
21:01 서사장 살림망 유실(로프/꿰미 포함)
21:05 장씨 전지/수중찌 유실
21:10 차군 전지/수중찌 유실
21:15 서 사장 뜰채 수장
21:20 태클박스 통째로 수장
21:25 2조로 부터 은폐 수신호
21:30 해경 서치라이트 수색/숨다가 2번대 손실
21:35 사람은 숨었으나 크릴가방은 포트위에 방치됨을 발견
21:40 해경 크릴가방 발견하고 철수방송 개시
21:55 낚싯배 도착
22:20 2조 버티다 마지막 철수

도데체 견적이 얼마나 나왔을까. 차군이 계산한 바에 의하면 다음과 같은데, 아무래도 문제가 심각한 출조 팀이었다. 장씨는 출발 전 이 팀을 '환상의 팀'이라 명명했는데...

1조견적 :17만 5천 원
2조견적 : 5만 원
연료비+오뎅 : 1만 5천 원
4인배삯 : 6만 원
*바람에 날린 돈 : 1만 원
총계 :31만 원
조과 :몰황

동짓달 감생이 낚시는 한 시간만에 이렇게 끝났고 경비결산서를 본 장씨가 식식거리며 말했다.
"쓰위블! 알았부렸네!"

***




<추신>2년 전 타이틀은 '포항종방 상륙작전'이었는데 시기에 맞게 바꾸어 봤습니다.
상호가 맵시가 없길래 아이디도 '사람과 낚시'로 바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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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댓글
G rksms5602 02-11-30 02:00


ㅋㅋㅋ....아주 잼있게 읽었습니다...아마 낚시하는분들은 모두가 이런일은 한두번 당했으리라....^^* -[10/09-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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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chaewon 02-11-30 00:00
도래가 swivel 이 맞더군요^^
넘 재밌네요. -[10/12-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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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낚시하는인 02-11-30 00:00
진짜재미있고요 진짜서릴있으겟내요 -[10/12-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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