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은 뜬금없이 바닷가를 질주하고...

회원랭킹(월 글등록)


공지사항


NaverBand
낚시인 > 조행기

내 마음은 뜬금없이 바닷가를 질주하고...

G 5 465 2003.10.07 16:17



52_trad3.JPG





  • 내 마음은 뜬금없이 바닷가를 질주하고...





    김일석





    실물경기가 갈수록 나빠지니
    관련업계에 일하는 사람들의 걱정과 한숨을
    거의 매일같이 듣게 된다.
    반복적으로 체감하는 시장상황이 만만찮은 지라
    나 역시 덩달아
    몸과 마음이 잔뜩 움츠러드는 게 요즈음의 모습이다.
    더구나 업친 데 덮친 격으로
    태풍의 피해가 심각했던 곳이 출항지였던 탓에
    피해를 입은 낚시방 마다엔 상심이 그득하다.
    남해동부 연안의 가두리는 거의 파괴되고
    양식물고기들이 온 바다를 휘저으니
    넘치는 낚시꾼의 손맛과 어민들의 고통스런 얘기가
    일세를 풍미하였다.




    아무래도 낚시꾼으로써
    가방을 메고 가고싶을 때 훌쩍 갯바위로 떠나는 게
    그런저런 이유로 쉽지가 않았는데
    며칠 전 방문했었던 마산지역 매립지와
    용원의 낚시점 피해상황을 두 눈으로 보고는
    아연실색할 정도였다.
    사람 키만큼 점포가 침수되었으니
    온갖 낚시용품들은 바닷물에 절어 엉망진창이었고
    상당한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뒷정리를 하고있으니
    도대체 매립지 설계를 어떻게 했길래
    시가지가 바다가 되는 상황이 되었는지...




    태풍이 몰아치던 날, 잠 한 숨 못자고
    방파제 위에 숨어 뜬 눈으로 광란의 바다를 보았다.
    살림살이가 가득 든 컨테이너박스와 자판기가 바람에 구르고
    아파트에 주차해둔 짚차가 넘어지는 것을 두 눈으로 보았다.
    거대한 파도에 테트라포드가 움직이고
    그 물보라가 하늘로 솟구쳤다.




    해일성 파도가 모래를 쓸어올려
    해변도로가 모래로 뒤덮히고
    매장을 치고 들어간 파도는
    서민들의 피같은 재산을 휩쓸고 사라졌다.
    몇층 쯤인지 아파트엔
    비명과 함께 심야의 파열음이 곳곳에서 들려왔고
    살아오면서 이렇게 강력한 바람은 처음인가 싶었다.
    내가 아는 바닷가 포구들 마다엔 분명히 전쟁터였을테고
    무너지고 깨어지고 날려가고...
    밤 새 암흑천지 속에서
    대자연의 광란을 온 몸으로 버팅기던 상황이 정말 오죽했을까.
    아무튼 이번 태풍으로 많은 것을 잃으신 분들께
    진심으로 위로를 드린다.




    그 난리를 치르고는 시간이 흐르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낚시꾼은
    갯바위에서 한판 푸닥거리를 해야 살맛이 나는 사람들.
    낚시꾼이 낚시를 하지않고 살 수 있음을 증명하기는 정말 어렵다.
    지난 겨울 소리소문없이 추자로 다니며
    낚시의 정숙한 맛을 한껏 음미하고
    자신과 주변을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넉넉히 가질 수 있었지만
    최근 갈수록 바빠지다보니
    일 속에 파뭍혀 시간에 쫒기며 지내왔다.
    그 점점이 섬들과 잘 어울어진 풍광은
    그저 눈에 삼삼하기만 하고...




    야트막한 진초록의 뒷산
    군데군데 군락을 이루던
    유채와 억새가 어울어진 절묘한 섬의 미학(美學).
    점점이 섬들 구석마다에 쪼그려앉아 맞았던 바람과 파도
    용트림하던 물 속의 생명감각(生命感覺)이 그립다.
    여밭을 돌진하던 대물감성돔과 맞겨루던 순간들
    목줄이 터지고 가슴이 터지던 순간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돌아온 민박집에선
    뭐 그리 할 말이 많던지
    밤늦게까지 나누던 정담이 따스했고
    곁들이던 한잔 술이 좋았다.
    이 모든 게 그립다.
    가을하늘은 드높기만 한데
    아, 내 마음은 뜬금없이 바닷가를 질주한다.







myblack6.jpg



photo...http://www.chuja-fishing.net









0

좋은 글이라고 생각되시면 "추천(좋아요)"을 눌러주세요!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플러스로 보내기
  • 카카오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밴드로 보내기
  • 네이버로 보내기
  • 텀블러로 보내기
  • 핀터레스트로 보내기
5 댓글
G 개똥반장 02-11-30 00:00
건강하시죠,...행복하소서,,,,그럼, -[10/07-18:07]
-

G 갯바위사랑 02-11-30 00:00
김일석선생님..
그간 무탈하시온지..
오랜만에 선생님의 글을 뵙습니다..
잘 지내시는지요..
많이바쁘실텐데..이렇게 가슴에 와 닿는 좋은글을....
다시한번..감사드립니다..건강하십시요...(_ _) -[10/07-22:52]
-

G 섬원주민 02-11-30 00:00
김형! 우리의 가슴 속엔 항시 하얀 파도가 부서지는 갯바위가 있습니다.
환절기에 감기 조심하세요. -[10/08-00:30]
-

G 김일석 02-11-30 00:00
반장님...오랜만이군요, 반갑습니다.
그 꼬맹이 예쁜이는 잘 자라고 있죠? 얼마나 귀엽던지요~
갯바위사랑님도 오랜만입니다. 잘 지내고 계시지요?
갑장님~감사합니다.
언제 통영에서 번개(?) 한번 해야할텐데 말이지요.
늘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10/09-10:28]
-

 
포토 제목
 

인낚 최신글


인낚 최신댓글


온라인 문의 안내


월~금 : 9:00 ~ 18:00
토/일/공휴일 휴무
점심시간 : 12:00 ~ 1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