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 징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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낚시 징크스

G 7 520 2003.07.30 20:24
징크스란 말이 외래어이긴 하지만 뚜렷한 우리말 대체어가 생각나지 않아 그냥 썼으니
조사님들의 양해 바랍니다.

낚시를 좋아해서 다니는 사람들의 가장 보편적이고, 공통적인 희망이 있다면 아마
언제 어느때나 마음놓고 다니는 것 일것이다. 즉 시간적 제한을 받지 않고 낚시해 봤으면
하는 마음이다. 왜냐하면, 낚시 가보면 시간은 왜 그렇게 빨리 가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통 직장인 입장에서 보면 이 시간적 제한때문에
낚시가는 날을 심사숙고하여 정한다. 이렇게 힘든 낚시인에게 하느님은 날짜만 잡아
놓으면 바람과 비를 뿌리신다. 어릴 적 소풍가는 날과 가을 운동회 날짜 정하면 비바
람 몰아치는것처럼. 아마 하느님과 용왕님은 용심쟁이, 변덕쟁이 아닐까?

직장인 월급쟁이는 이렇듯 한 달에 한 두번 출조하다 보니 매번 낚시가는 날이 기
다려지게 마련이다. 특히 낚시가는 전날 밤은 모처럼 가는 갯바위며, 손맛에 대한
기대감에 들떠 잠못이루는 경우가 많다. 잠이 안오면 컴퓨터에서 이번 출조지 포인트
설명도 읽어보고 낚시장비도 챙겨보다 잠을 설친다. 출조날, 밀리는 고속도로와 지방
도를 지나고 울렁거리는 배를 한시간씩 타고 갯바위에 내리면 "아! 얼마나 기다리던
갯내음인가!" 세상을 다 얻은것 같고, "오늘 발밑에 있는 고기는 다 죽었다" 외쳐도
본다. 정성스레 짐을 챙겨 놓고 서너시간 낚시하고 어둠이 몰려오면 어젯밤에 못잔
잠이 서서히 몰려온다. 특히 여름낚시 간다고 하면 내가 아는 점주는 꼭 이렇게 말한
다. "대물은 한 밤중에 오니 자지 말고 열심히 쪼으세요" 하지만 어젯밤에 설렌 기분
으로 잠을 못 잤는데 오늘 밤은 지게 작대기로 눈꺼풀이라도 받쳐놓고 싶다. 매번 올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난 왜 이리 마인드 컨트롤이 안돼 갖고 뒤비 쪼으나?"

평소 상냥하고 착한아내 좋은 엄마인 집사람이 언제부턴가 낚시이야기만 나오면 과
민성 스트레스 증후군을 보이기 시작한다. "요번에는 언 놈하고 어데로 가는교?' 벌써
목소리 억양이 틀려지고 호전성을 보인다. 그러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으응, 김
부장님, 박차장님,…." "내가 확인전화 해 보까~" "이 양반이 직장상사한테 망신시킬
일 있나?, 좋아 확인해 봐! 확인해보고 사실이면 가만 안 있는다." 그러면 한 50% 수
그러지며 얘들을 부르기 시작한다. "어이 고아들! 이번 주에도 니네들 코에 바람넣기
는 걸렀다. 니 아빠 낚시 간단다. 인사해라!" 철없는 꼬마들 "아빠 또 낚시가?" 에고
미안혀라! "으응, 아빠 고기 많이 잡아 올께!" "아빠! 감성돔 잡아 오셔요!" 알았다.
바다만 가면 고기가 지천에 깔렸나? 니눔 맘대루 감성돔 잡아오게…어쨋던 얼른 뜨자.

어렵게 집을 빠져 나오면 날아갈 듯한 해방감! 오! 자유여, 오 평화여! 그런데
집사람에게 너무 신경쓰다 보니 하나 빠뜨렸다. 낚시모자, 지갑, 휴대폰 등등. 다시
집에 들어가면 무슨소리 들을지 모르겠고, 흘겨보는 구미호 눈도 무섭다. 행여나 얘들
이라도 달라붙어 데려가 달라고 하면 입장이 난처해진다. 이럴경우 통상 90%정도는
그냥 간다. 낚시모자 차에 있는 것 하나 쓰거나, 하나 빌리던지, 하나 사면 되구. 휴
대폰 이것 없으면 더 편하다. 한 시간 단위로 전화해서 "어데요!, 좀 잡았소?, 언제
오요?" 하는 집사람 날카로운 소리 안들어도 되고. 급한 일은 옆사람한테 빌려 쓰면
된다. 요즘 휴대폰 안가지고 다니는 사람 있나? 지갑은 좀 곤란하다. 억지미소를 지
으며 집에 들어갔다 와야 한다. 낚시 한 번 갈때마다 하느님은 시련도 참 많이 주신다.


자주 가는 낚시점에 들러 이것 저것 준비물을 산다. 무려 한달 또는 일주일을 고민
하며 준비했건만 낚시점에 오면 예상치 못했던 지출이 꼭 있다. 여름 밤 낚시 청개비
는 필수품이다. 참돔, 볼락, 농어 등의 미끼로 쓰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점주님 왈
"00님! 어젯밤에 청개비 한판이 부족했다데예!" "그래요 청개비 한 통 더 주셔요" 하
지만 막상 낚시 가보면 청개비 한통만 해도 남아 돈다. 그렇다면 어젯밤엔 낚시꾼이
청개비 구워 먹었나? 아님 소주 한잔에 고추장에 버무려 청개비 물회라도 해먹었나?
어제는 참돔,농어 반상회가 있어 고기가 그렇게 많았고, 오늘은 참돔, 농어가 단체로
하계 휴가를 떠났나? 이것이 무슨 조화인지 난 잘 모르것다.

동행하는 사람을 만나 낚시배를 타면 제일 먼저 선장부터 찾는다. "선장님! 요즘 고
기 좀 됩니까? 선장님의 천편일률적인 대답 "아! 실력이 없어서 못낚지, 고기야 계속
나오제!" 실력없단 쓴 말에도 꾸욱 참으며 "00자리 좀 내려 주이소" "가봐야 알제!
가서 비어 있으면 내려줄팅게 기다려 봐아" 에고 고마워라! 오늘 남해고기 다 죽었다.
00자리 내려 준다는 말에 기분이좋아 날아가는 갈매기도 이뻐 보이고, 너울파도도 재미
있음을 느낀다. 드디어 00섬 00자리 앞에 가 내릴라고 하면 먼저 온 꾼이 있다."아니
저 사람은 언제 온 거여. 환장하것네! 선장님의 위로 한마디 "저 자리 요즘 고기 안
나와! 내가 좋은 자리 알아서 내리 줄팅게 가만 있어!" 선장님의 저 스토리는 해가
바뀌어도 변하지를 않네…

"어이! 준비하고! 선장님의 저소리 얼마나 기다렸던가! 행여 다른 낚시인이 내리려
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총알같이 배 앞으로 나가 짐을 내린다. 갑자기 없던 힘까지
생겨 날아서 갯바위에 오른다. 유명한 포인트(자리)에 내렸다는 성취감과 낚시에 대한
기대감으로 선장님의 "수심 00m, 철수시간은 00시" 잘 들리지도 않는다. 짐 다 내렸다고
손까지 흔들어 놓고 짐을 챙겨 높은 곳에 올리다 보면 뭔가 서운한 것이 있다.
낚시가방, 구명조끼 등등. 중요한 것 하나는 꼭 빠뜨리고 내린다. 큰일났다. 휴대폰을
불이 나게 누른다. 에고고고.. 안테나가 안 서네! 다른 자리에 내린 동료 낚시인에게
연락해서 선장님에게 연락좀 해 주셔요 흐으윽…시작부터 되는 것이 없다.

연락이 됐는지 낚시배가 다시 보이기 시작하면 에고 미안혀라. 다시 낚시가방 챙기고
혹은 구명조끼 챙겨 안도의 한 숨을 내쉴때쯤 선장님 한소리 한다. "낚시가방이
있어야 괴기를 잡지, 뭐가지고 잡을래!. 구명조끼는 바다에 나오면 입고 다녀야지,
폼으로 갖고 다니나!" 마이크로 크게도 떠든다. 선장님의 잔소리를 고맙게 받아들이고
손까지 흔든다. 아아! 이제부터 고기 함 낚아볼까! 먼저 발 밑에 고기 좀 모이라꼬
밑밥 몇 주걱 뿌리고 낚시대 꺼내어 채비를 시작한다. 초리대를 조금 빼놓고 소모품통
꺼내어 반원구슬, 쿠숀고무, 바늘, 도래, 좁쌀봉돌, 목줄 꺼내다 돌아앉으며, 낚시
대의 원줄을 나도 모르게 조금 세게 당겼다. 아니나 다를까 초릿대 끝이 부서져서
낚시대 끝에서 대롱대롱. 어이쿠! 염병할….

그나마 예비 낚시대 갖고 왔으니 다행이다. 부서진 초리대 잘 집어넣고, 가이드는
모아서 조끼 안에 잘 넣어둔다. 예비대 꺼내어 채비를 하다 보니 바닥에 온통 반원구
슬, 쿠숀이 널려 있다. 조금 전에 소모품통 꺼내어 평평한 바위 위에 두었는데 엎어진
모양이다. 옆 친구는 채비 다해서 미끼 드리우는데 난 이게 뭐람! 아니다. 용왕님이
이렇게 시련을 주시는 걸 보니 대물이라도 한마리 주실란가? 생각을 바꿔 다시 열심히
해보자. 어신찌 달고, 수중찌 달고, 목줄까지 묶은 뒤 이쁜 바늘 하나 꺼내어 묶기
시작한다. 예닐곱번 목줄을 감은 뒤 양쪽으로 당긴다. 바늘 귀 뒤에 뾰족 튀어나온
목줄 끝만 자르면 오케이. 여기 게으런 내 행동이 나온다. 커터(Cutter) 꺼내기 싫어
이빨로 자른다. 바늘 귀 뒤에 바짝 붙여 자르려다 바늘끝이 내 입술을 걸었다. 아아!
옆 동료에게 부끄러워 큰 소리도 못내고 겨우 바늘을 잡고 빼낸다. 고기도 걸기전에
내 입술부터 걸었으니 용왕님이 대물을 주신 모양이다. 입술엔 피 한방울이 쪼르륵..
그 놈의 고기 잡으려다 내가 먼저 죽것다…

옆에 동료 낚시도 먼저 드리우더만 고기도 먼저 건다. 활처럼 휜 낚시대를 버티며
회심의 미소를 보내며 한마디 "별로 안커요" 부러움을 애써 숨기며 밑밥도 내 자리
앞에 듬뿍 뿌린다. 그런데도 고기는 옆에만 건다. 어깨너머 사알짝 채비를 보고 옆
동료와 채비를 똑같이 해서 낚시해도 어신은 계속 옆 사람만 온다. 동료도 미안했던지
자리 바꾸어 낚시해 보잔다. 억지로 떠밀려 자리를 옮겨 보지만 어라! 이젠 조금
전에 내가 하던 자리에서 입질이 오네. 그렇다고 다시 바꾸자고 할 수는 없다. 양심
이 있지. 사람이 고기를 낚을려고 기를 쓰다 보면 사람의 氣가 낚시대로 해서 바늘
끝으로 전해져 고기가 입질을 안보인다고 한다. 경험상 낚시가 안되어 낚시대 두고
엉뚱한 짓 할때 어신이 오는 경우가 종종 있잖은가? 그래서 나도 낚시대 내려 두고
돌아서서 오줌도 갈겨보고, 바다 멀리 시선을 줘 보건만 왜 내겐 어신이 없는거여?
분명 낚시는 운칠기삼이라 했거늘 내겐 운이 백프로다. 그럼 오늘은 운이 나쁜 날인
가? 그렇다면 지금까지의 정황으로 봐선 더해 봤자 황이다. 오늘 재수 더럽게 없어서
니까!


밤이 되어 볼락이나 한 번 낚아볼 요량으로 장대 꺼내어 청개비 한마리를 달아 내려
본다. 이리저리 흔들어 보고 옮겨도 본다. 분명 고기는 있을진데 왜 어신이 없나?
거무튀튀한 바다에 고개를 쑤욱 내밀어 보는 순간 목에 걸려 있던 조개모양의 후래쉬
가 불이 켜진채로 포옹당 빠진다. 발밑 바다밑이 휜하다. 후우우~~~ 한숨이 절로 나
온다. 등산이나 낚시갈 때 유용하고, 국산은 몇 번 쓰면 여닫는 부분이 헐거워져 못
쓴다 해서 오늘 일산으로 새로 샀건만 하루도 못지나고 수장을 시키나. 하여튼 낚시
와서 잃어버리거나, 수장시키거나, 두고오는 경우는 무슨 철칙처럼 한번은 꼭 있다.

마지막으로 낚시 출발할 땐 바다와 상상도 안되는 대물을 상대로 임전무퇴,결사항전
의 낚시인이 귀가할 땐 패잔병의 초라한 모습으로 돌아온다. 금전적으로 따진다면 골
프만큼은 지출되는 취미임은 분명한데. 골프치는 사람의 산뜻한 외관과는 달리 낚시인
의 검게 탄 얼굴, 땀에 절어 쉰내나는 속옷, 칙칙한 냄새 등등. 하지만 대자연을 상대
로 싸운 검게 탄 얼굴이야말로 이 험난한 시대를 사는 건강한 남자들의 본모습이 아닐
까 생각해 본다. 이런 경험들 낚시 다니다 보면 한 번씩은 다 있으시죠? 그저 한 번
웃고 내일 또 열심히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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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댓글
G 태고의섬 02-11-30 00:00


제게도 있었던 일이고 또있을법한 일이기에 낚시 일상의 에세이를 접하고 기분좋게 물러갑니다,, 좋은 글 감사하고 더욱더 많은 글 부탁하면 무례가 될련가~ㅇ 즐낚 하시고 매사에 안전 낚시 하십시요......^^* -[07/31-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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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은칼치 02-11-30 00:00
옛날생각나네요 만이두 수장 햇는디..이젠 동네낙수로 하다보니.... -[07/31-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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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kebin44 02-12-01 20:00
읽으면서 맞어, 맞어를 몇번 되뇌였습니다. 재미있게 글을 잘 쓰시는군요. 낚시인들의 공통적인 심리가 엿보이는 재미있는 글이라 생각됩니다. 항상 즐낚하시고 어복만땅하시길..... -[07/3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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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WildDog 02-11-30 00:00
"바늘 귀 뒤에 바짝 붙여 자르려다 바늘끝이 내 입술을 걸었다" 전 병원에 가서 바늘 뺀적 있읍니다. -[07/31-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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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hdrloed 02-11-30 00:00
지금도 생각남니다 후레쉬 최고좋다고 4마넌주고 구입했는데 몇시간도 안되어 수장 좋긴좋데요 물속에서도 한시간을 버티다가 꺼지더라구요 -[07/31-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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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lchoho 02-11-30 00:00
이글 보고 웃다가 한편으론 낚시인 모두가 내가족 내 동료같이 찐허게 느껴집니다. 정말 재밌게 잘읽었습니다. 저두 낚시땜에 틈만나면 오매불망 낚시에 대한 그리움으로 오늘도 또 그렇게 보냈습니다.항상건강하시고 대물하세요. -[08/14-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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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월광 04-02-02 01:35
감사하게 잘 읽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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