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바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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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에서....

G 9 2,832 2003.07.08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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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바다에서...




김일석




밤바다, 그곳에는
꿈틀거림과 함께 찾아오는
언제나 깊은 허무가 있다.



파아란 케미라이트와 빨간 전지찌 불빛이
똥물같은 자잘한 파도에 넘실대며 흘러간다.
걸리면 바로 죽일 수 있는
살의(殺意)를 숨기고...



저 옆에 선 어떤 이는
굵고 투박한 낚싯대를 휘두르고
또 어떤 이는 멀리 던진 후
교활하게 거두어들이기를 계속한다.



드문드문 케미라이트가 아래 위로 출렁이면
은빛 살결을 비틀며 마구 바늘을 터는
그렇지, 그놈이 바로 그놈이다.



언제였던가
여수 앞바다 어디쯤에서
두 평 남짓한 턱진 갯바위에 섰던 밤
미끼를 갈아끼곤 아무리 장대 끝을 쳐다보아도
두 시간 내내 꿈쩍도 하지 않더니
지렁이 몇 마리 끼워 저 멀리 던져두었더니
화들짝 놀라게 당기는 놈이 있었는데
역시 그놈이 바로 그놈.
밤 새 얼마나 비린내를 풍겼던가.



낚시터에서
하룻밤을 꼬박 새워도 이젠 격한 느낌이 없으니
머얼건 눈으로 밤 새 불빛을 쫒아도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일까
싱싱한 놈이 내 눈 앞에서 피를 흘리며 발광을 하는데도
내 몸에선
알 수 없는 탄식이 눈물로 배어나온다.



밤 새 먹고 먹히며
또 죽고 죽이며
지금 바다에서 나는 무얼하고 있는가
피를 흘리며 헐떡이는 물고기를 바라보다
내 창자가 쏟아져나올 듯한 통증을
순간 느낀다.



뭔가 푸드득 하늘로 솟으며 까악~까악~ 한다.
훌쩍 소리 내며 날아가는 저 새는 피냄새를 맡은 것일까
아직도 제 스스로 목숨을 끊을 요령이 없는지
내 엉덩이 아래 아이스박스 안에서 몸부림치는
드넓은 바다에서 지지리도 재수없게 교통사고가 난 놈.
진역 앞, 길바닥에 흥건한 피를 쏟고
대짜로 쓰러진 노인을 떠올린다.



청승맞게 내리는 짙은 밤의 가랑비
옆에 선 동료의 그림자가 안보인다.
대를 꼬나쥔 내 두 손 끝은
마치 전원이 공급되는 바이메탈처럼
가장 적절한 빠르기로
물 속을 헤집고 떠내려가길 익숙하게 반복하고 있지만
시도 때도 없이 치밀어오르는
스스로에 대한
분노와 좌절, 그리고 교만.



이젠 그만 죽이고 싶다.
아이스박스를 열어 후레쉬를 비춘다.
한 뼘도 채 안되는 감생이 두어마리와 볼락
제법 굵은 농어 몇 마리가 눈을 뒤집고 죽어있다.



역한 비린내가 확 올라오는데
내가 지금 뭘 하고 있는지
나도 모르니
그저 나의 바다엔 허무가 날뛰고...



캄캄한 밤, 갯바위 구석에 쪼그려
남보다 많이 잡았다고 스스로를 추켜세우다
갑자기 머리 속으론
내장이 뒤틀리고 구역질이 난다.



죽어가는 소리와
아직 꿈틀거리는 아우성으로
온 바다는 만원사례이고
뒷골이 짜르르 편두통이 온다.



내 살의(殺意)와
그 살의에 걸맞는
내 두 손의 움직임을 혐오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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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댓글
G 갯바위사랑 02-11-30 00:00
김일석선생님..
늦은시간에..그것두..
선생님의 좋은글을 접하구나니..
뭐랄까요..맘이 착~가라앉는것이..
저자신이 차분해짐을 느낄수가 있어 좋았습니다..
선생님 좋은글 다시 뵈올수가 있어 넘 좋구요..
좋은글 감사하게 잘 읽구 갑니다..
늘~선생님 건강하시길 바라옵구요..
담에 또..그런 영광스런 자리에 모시구..싶습니다..
좋은밤 되시고..짧은 저의 생각이지만요..
선생님 넘 늦은시간까지 일 하시지마세요..
일도 중요하시지만..무엇보다 중요한건...
선생님의 건강이 아니겠습니까....
건강헤칠까봐서..걱정되네요..
담에 더 좋은 만남을 기대하며..
저 살앙이..^^*.물려갑니다..좋은밤 되십시요~꾸~벅...
-[07/08-02:42]
-

G cbn1549 02-12-02 01:00
글 잘보고 갑니다...살생이라는것 다시 곰곰히 생각게되는군요..저두 예전에 감생이 를 잡았을때 그해맑은 눈빛과 보석처럼 빛나던 자태를 지금도 못잊는 답니다 ..무어라 말하는말하는 듯한그눈빛을요..그녀석을 칼을대고 넷이서 한쪽만 회를쳐 먹었는데도 남았으니까요..우연 인지모르지만 같이 먹은 한분 식구들이 모두 응급실에 실려가는 경험을 하구서는 큰고기에 대한 경외감이 자꾸생깁니다..그넓고 넓은 바다를 누볐을 녀석을 생각하면..먹을정도 만취하고..캐치앤릴리즈가좋은것같군요..선생님가끔 씩 뵈오면 가슴이 저려온답니다...건강하시구여 ..편안한 하루 되십시오.. -[07/08-10:27]
-

G 버들피리 02-11-30 00:00
참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여전히 밤바다를 누비며 상념에 잠기시는 형님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낚시를 그저 고기 몇 잡는 걸로 할일없는 사람이나 하는 짓이라고 생각하는 무지랭이가 있는가 하면 거기서 삶을 토해내고 한 잔 술에 바다를 담아 마시는 형님 같으신 분이 계시는군요. 며칠 전 올라온 사진을 뵈니 모습이 많이 변하신 것 같더군요. 어디서건 늘 안전조행하시고 건강하십시오.*^^* -[07/08-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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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섬원주민 02-11-30 00:00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 궁금했는데
왕자님이 되시어 공주 함께
뽈락 매니아님들과 나타나셨더군요.
오늘 일석님을 대하니 갑자기
모든 일은 원점으로 돌아간다는 생각이 듭니다.
낚시도 민장대 맥낚으로 출발하여
온갖 장비에 기교를 다부린 후 다시 맥낚이 좋아지듯...
대물 신기록을 갱신하고 나면 찾아오는
생명에 대한 두려움과 허탈감
결국 본연의 마음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우리네 애틋한 심사
강태공은 이미 빈바늘로 세월만 낚았다지요.
갑장님! 괴로워 마세요.
우린 고기만 잡으러 다닌건 아니잖아요?
때론 노을진 바다에 묻혀
갯바위가 되고 파도가 되고
밤하늘 별이되기도 하고...
이제 우리는 선량한 고기가
낚시바늘을 먹고 신음하는것을 보면
같이 고통스러워질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다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일석 갑장님! -[07/08-12:49]
-

G pin 02-11-30 00:00
김일석님의 글을 보니 오래전의 일이 생각 납니다.
오래전에 잠시 사냥에 빠진적이 있습니다.
밤늦은 시간에 산속에서 산새소리를 벗삼아 비박도 해보고
멧돼지 잡는다고 매복도 해보고
그러던 어느날 새벽에 제가 쏜 총에 죽어간 작은 동물의
눈망울을 본적이 있습니다.
그 작은 동물의 눈망울에 맺힌 이슬은 사냥이라는
취미를 버리게 만들었습니다.
김천의 부항마을 어느 깊은 산골짝에서 겪은 갈등을
김일석님의 오늘의 글로 또다른 갈등을 만들어 주시는 군요.
참으로 어렵습니다...
그리고 님의 글로 또다른 갈등을 안겨 주셨으니
이 갈등을 풀어 주는 것도 님의 목이라고 봅니다..
책임지세요...(몰라~~~잉~!!! 미버~!!)
-[07/08-13:09]
-

G 야전사령관 02-11-30 00:00
존경하옵는 선배님... 너무나 가슴에 와닿는 글과 기타의 울림... 금방이라도 비를 쏟아 부울듯한 하늘과 마찬가지로 제 맘이 울렁입니다. 어쩌면... 실리도로 오가며 선배님께 말씀드렸듯 저... 얼마있지 않아 낚시대 그만 접을런지 모릅니다. 살아 움직이는 육지 동물은 측은한 맘이 들어 함부로 살생치 못하면서, 그리고 차에 부딪혀 죽어가는 하루살이나 도로 한가운데 널부러진 동물들의 주검을 보며 명복을 빌면서... 어찌나 어류란 동물은 살행하는 걸 즐기는지... 제 자신이 생각해도 참 아이러니컬 합니다. 물론 바다가 좋아... 사람내음 나는 사람들이 좋아 핑계를 대지만... 예전처럼 산에 파묻혀 살아봄직도 좋으련만... 몸이 고장난 상태라... 그렇다고 제가 세월을 낚는 강태공 마냥 빈바늘로 낚시하는 성인이 못 됨을 잘 알기에... 그냥 맘이 하염없이 흔들립니다. 곧 어느쪽이든 결정하겠지만... 선배님... 언제나 건강하시옵고, 오시다 가시다 미천한 후배넘 생각나시거든 언제라도 연락주십시오. 맨발로 쫓아 나가겠습니다. 사랑합니다. 못난 후배 올림. -[07/08-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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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개똥반장 02-11-30 00:00
건강하시군요.
오랜만에 님의 글을 봅니다.
늘~건강하시구, 행복하시길 바랍니다...호호호 -[07/08-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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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 해밍웨이 02-11-30 00:00
쿨러안의 냉혈함을 가파른 가슴으로 쏟으셨군요... 우리~ 그런맘으로 주워담았으면....
그런 마음으로 몇번 곱씹어 읽습니다............... 건강하시고요~ 우리마을 방문에 감사드립니다....^^ -[07/09-01:28]
-

G 김일석 02-11-30 00:00
마음 착한 갯바위사랑님, 1549님, 야전사령관님...염려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야전사령관님, 언제나 화이팅~!!
버들피리 아우님, 너무 오랜만이군요~
아마 일이 많으셨던가봅니다....
갑장님과 핀님, 요즘 많이 바쁘시지요?
짧은 대화에도 정이 듬뿍 담겨있어서 미소를 머금습니다....(핀님, 미워도 할 수 없어요~!!)
헤밍웨이님, 반가워요~
가까운 시간내에 헤밍웨이님의 동네에서 만나뵐 수 있겠군요~
개똥반장님도 오랜만입니다.
제 휴대폰에 "똥"이라고 치면 등장하는 오직 한분, 바로 나온답니다.....^^
사랑하는 님들,
하시는 일, 다 잘 되시길 바랍니다.
안녕히....
-[07/11-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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