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필로그/epilogue, 아듀~! 2011년 만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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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epilogue, 아듀~! 2011년 만재도

56 찌매듭 69 5,889 2011.12.29 20:31


시간을 내어 선장의 아들이 운영한다는 식당에 들러 보았다.

배말이며, 거북손이며 듣도, 보도 못한 먹거리로 한 차림이 
신기하다며 조금씩 손님이 늘어나고 있다니 다행이다.

간단하게 식사를 청했는데도 푸짐한 홍합무침에 복분자 물을 함께 내왔고
해물 찜에는 배말도 듬뿍, 들었던데 이거, 어째, 서울 올라가는 길이 거하게 생겼다.

일어서는 길에는 또, 무언가를 준비해 두었다가 손에 들려주었는데 
딸내미에게 주라는 배말과 거북손, 홍합과 해초를 넣었다고 한다.

에고, 경록아~~! 뭘 이리 많이 넣었노?
(나, 수지 맞았데이~~~~!! ^^;; )

내년 여름에는 포인트와 기법 몇 개 꼭, 전수해 주꾸마~~~! ^^//



그다지 늦지 않게 서울에 도착했기에 노모(老母)의 방에 먼저 얼굴을 디밀었더니
‘고생 하지 않았냐' 며 반겨 주시기에 잠시, 울컥한 마음에 눈시울이 붉어지긴 했지만
수다스럽게, 잘 다녀왔노라고 얼버무리니, 노모(老母)는 그저, 연실, 고맙다고만 하셨다.

“그깟 고기 못 잡아도 좋고, 안 먹어도 좋으니 몸 성히 돌아오기만을 기도 하셨다”는데
그 넓고, 깊고, 큰 사랑, 어찌 십분의 일이라도 알 수 있었을까.......

‘얼굴이 수척한 것이 고생이 많았나 보다며 어서 쉬라’ 시기에 
습기 어리는 안구(眼球)를 감추고 노모(老母)의 방을 나왔다.

 
새 식구를 들인 것이 아직, 실감이 안 나는 며늘아이와, 아들 놈,
자주 연락을 안했다고 토라진 마나님과 딸내미,
다른 때 보다 엄청나게 반겨주는 마나님의 충견, 포동이…….

모두 모아놓고 가장 큰 감성돔 한 마리를 골라 서툰 솜씨로 회를 떠보았는데
제법 양도 많은 것을 게눈 감추듯이 먹어 치웠으니 고기 못 잡았으면 큰일 날 뻔 했지 뭐냐?!

처음에는 살림망에 담아 물속에 담거 놓으려고 했지만, 망이 작았는지, 고기가 컸는지 
이리저리 걸리기에 더 큰, 망으로도 바꾸어 보았지만 그래도 고기가 제대로 움직이지 못하자 
노(老) 선장은 귀찮다하지 않고 목선의 물칸을 열어주었기에 오는 날까지 살려 놓을 수가 있었지만
여러 날을 시달리다 보니 꼬리 지느러미가 모두 닳아버려 50센티 정도 밖에 나오질 않았다.



다음날까지 살아있는 고기들을 전문적으로 회를 떠주는 이의 손을 빌려
이웃들을 불러 모았고, 노모(老母)에게도 드렸는데 노모께선 아들이 잡아온 
각별한 고기이기에 더 맛이 있다 시며 시린 회 몇 점을 달게도 자셨다. 



한 때는 매번 보았던 바다였어도 그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생각을 못했다가 
지금에서야 바다라는 것이 볼 때마다 달라 보인다는 걸 또, 느끼게 되었는데 
어떤 때는, 너무도 낡아 보이고, 무디고, 둔탁하고, 거칠기도 하고, 
잠든 듯, 고요하기도 하기에. 그 자연속에서 오늘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보내고, 
숙소에 돌아와 이른 저녁상을 물리고 창문밖으로 내려다보이는 
검푸른 초저녁의 바다를 한동안 쳐다 보다간 서늘한 바람에 창문을 되닫았지만
하얀 포말이 부서지며 몽돌 밭을 훑는 소리가 꼭 닫은, 창문틈새로
겨울바람과 함께 새어들어 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몇 날을 보냈었다. 

사람의 발길이 쉬 닿지 않는 곳으로 낚시를 간다는 것은 
언제나 설레고, 즐거운 일이다 .

청명한 바람을 품었고, 그다지 높지도 않은 산 하나만 있는 이 작은 섬에는, 
늘, 청푸른 해무가 둘러싸여있었고, 알 수 없는 포스까지도 풍기고 있었다.

뭍에서라면, 온바 없이, 머문바 없이, 사라지는 한 해의 뒷모습을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맞은 이 겨울에, 빈 마음을 끌고 
여기, 저기, 기웃거리며, 안정을 못했었는데 이렇게, 
겨울바다를 만나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잠시 자리를 비웠었다.


벌써 한해의 열두 달 이 모두 지났다.

정초에 세웠던 계획들 중엔, 주저앉은 채, 꼼짝도 하지 않는 것도 있고
어렵게 된 것……. 생각지도 않게 수월하게된 것도 있지만, 
이제 이 해가 가는 이 시간에 내 손끝에는 무엇이 남았을까?   

쫍쪼름한 바다향기…….   
이제 일정을 끝냈으니,
회색의 도시에서도 느낄 수 있는 그 무엇들도, 세찬 바람과 함께
구름과 함께 바삐 움직여 갈 것이다.
 
또 한 해와 이 겨울이 떠나가지만, 중년의 자리는 나의 한 때를 굳건히 지켜줄 것이다. 


며칠 남지 않은 12월도 끝이 나는 길목이고 동지(冬至)가 지나면서
매서운 한파의 바깥은 이제 겨울 깊숙이 들어와 버렸다.

모두가 지치지 않도록 몸부터 챙겨야할 때다. 


우리가 사는 세상은 자주 부조리하기도하고, 불만스럽게 흘러가기도 하지만, 
바다는 나름대로 완전한 모습으로 다가오기에, 가끔씩이나마 바다를 찾아 
마음을 다스리는, 재충전의 공간을 채워보는 기회도 필요할 터이다.

살아가면서 누구에게나 크고 작은 고난이 있기 마련인데, 
가끔씩, 접하는 바다에서라면 흘러가는 물결에도 담아 보내면서 
행복해하기도 하는 것이 꾼이 아니겠는가.…….


행복이 또 뭔가? 
만족감이요, 소유욕이요 성취감이다.

오복이니 뭐니 수많은, 복이 있겠지만 지금은 그저, 
바다로 달려가 시리도록 찬, 염기서린 물가에 서 본 것만이 행복 일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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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댓글
1 어신따라 12-01-02 15:50 0  
님의 조행기는 한편의 정겨운 소설입니다.
멋진 섬의 풍경, 들꽃과 섬 사람들의 정과 애환이 담긴듯 하고.
한편으론 아름다운 섬이 오염되어 간다는 사실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좋은 글과 그림, 잘 보았습니다.
1 찌매듭 12-01-03 18:16 0  
어찌 보면 잠시 잠간 바다를 독점하는 듯한 착각에 빠지기도 하죠
그 바다를 마치 자기의 휴지통인양 더럽힌다면 천벌을 받고
고기도 절대로 잡을 수 없다는 것을 이번에도 확인했습니다.
크릴봉지 쓰레기 봉지에 줏어 넣지 않고 물에 던지거나 갯바위에 슬그머니
흘리는 것도 목격했구요....
결국, 한 마리도 못잡던데 그리 심술을 부려서야 어딜 가면 고기를 또 잡겠습니까?!
모두 사람이 살리고 죽이는 것이 자연이라는 것만 알면
쉽겠는데요.....
눈이 내리는 서울하늘 어느아래입니다.
살짝, 신년 축하주를 한잔 해야하나마나, 망설이는 저녁이구요 ^^;;
즐겁고 신명나는 저녁시간 되세요~~~~
1 starmonk 12-01-02 16:30 0  
인생이라는 항구

                                                                              -알베르트 슈바이처-
사람들은 인생이라는 항구에 도달하기 위해서

저마다 자기 배를 출발시킨다.

배에는 사랑도 싣고 희망도 싣고 또 의리와 우정도 싣는다.

그러나 배는 너무나 많은 것을 실었기 때문에 잘 나아가지 못한다.

순조롭게 나아가기 위해서 사람들은 하나 둘씩 버리기 시작한다.

양심을 버리고 희망을 포기하고 사랑과 정의도 버리며 짐을 줄여 나간다.

홀가분해 진 배는 그런대로 달리기 시작한다.

그렇게 인생의 끝인 항구에 도착하면

결국 배에는 남아 있는 것이 하나도 없이 텅 비어 있다.


선실이 텅빈 님의 귀향에도 불구하고 등대처럼 항상 묵묵히 맞이 해 주는 찌매듭님의
모친과 가족분들의 건강을 기원하며 조행기를 정독한 소감을 대신합니다.
2012년도 모든 인낚회원님들의 안전하고 여유로운 조행을 희망합니다.
1 찌매듭 12-01-03 18:21 0  
슈바이처가 한 말이군요?!
겨울낚시는 워낙 찬거리라도 장만이 힘든철입니다.
여름철같이 반찬거리를 많이라도 가져 오시는줄 알기도 하지만
없다면 섭섭하시기도 한가 봅니다
몇일 지난 후, '그래, 반찬거리도 없느냐'고 물으시더군요
농어 몇마리가 있었으니 노모의 겨울반찬은 충분히 될겝니다.
2012년에도 아전하게 즐겁고 풍요로운 바다여행이 함께 펼쳐지기를
소망해 보겠습니다.
1 소록도감시 12-01-02 18:06 0  
조행기 잘보고 갑니다
모든 세상의 부모님들은 다 자식걱정 하는게
똑같으시네요^^

2012년 가족분들 더욱 건강하게 잘 보내셨음 하는 바램이구요
건강하게 오래도록 좋은 조행기 읽을수 있도록 관리 잘하시길^^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찌매듭 12-01-03 18:25 0  
들고 계신 그런 감생이를 너더댓마리는 해야 하는 꿈이었는데요 ^^;;
구순이 넘은 노모가 아직도 아들을 아이취급합니다
갯바위에서 뛰어 다니다 넘어지지 말라고 잔소리를 하시죠 ^^;;
아마도, 도깨비를 만났다거나 귀신 이야기를 했다간
당장에 금족령이 아닌, 출조금지령이 내리겠지요? ^^;;
2011년 마무리 잘 하셨죠?
2012년도 멋진, 한 해가 되시기 바라겠습니다~~~~~~
1 차용환 12-01-03 11:07 0  
너무 너무 감사드립니다.
건강하시구
늘 행복하십시오.
1 찌매듭 12-01-03 18:26 0  
년말 잘 보내시고, 새해 맞이 잘 하셨습니까?!
새 해에도 건강과 함게 모든 계획이 순조롭게 이루어져 가시기를 기원하겠습니다.
건강과 함께 행복하세요~~~~~~~
1 입질의추억 12-01-04 10:01 0  
할머니와 말린고기들..어촌의 정겨운 풍경과 함께
이렇게 한해가 저물었네요~ 아쉬움도 많고 느낀것도 많은 한해였을거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올 한해는 작년보다 3배 이상 어복 충만하셔서
행복한 출조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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