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날 더 이상 꼴방맨이라고 부르지 마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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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레임이 어느순간 그리움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수십년이 지난 첫사랑을 길을 가다 우연히 만나는 듯한 형언할 수 없는 설레임. 그런 무한정의 설레임을 바다는 나와 그를 연결해주는 매개체임에 틀림이 없을 것 같다.
2011.11.11 빼빼로 데이~ “1000년 만에 한번 온다는 그런 빼빼로 데이”였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은 하나의 상술(商術)이리라 단정을 하고 떠난다. 만남을 위한 떠남......,
새벽 3시 30분에 일어나 잠을 설치다 노트북을 당겨 인터넷을 헤집다 보니 4시 20분이다. 알람은 요란하게 배고프다고 발버둥치고~ 서둘러 옷을 챙겨 입고 나서니 이미 집앞엔 같이 길 떠날 직장 동료(협력업체이다 보니 정확히 나이를 몰랐으나 허걱! 나보다 다섯이나 연배다. 그래서 형으로 또 불러삣따~)가 기다린다.
오늘은 그 형이 차를 운전하기로 하였으니 난 서둘러 짐을 옮겨 실고 출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거제쪽으로 달리는데 완전 모범운전사가 따로 없다. 속도도 무조건 제한 속도고 앞에 트럭이 스물스물 기어가도 꼬리를 물고 따라간다. 흐미~ 분통터져~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5시50분쯤에 **(이제 표시 안해도 잘 알아서 생략)낚시점에 도착을 하니 헐~ 불이 꺼져 있다.
여섯씨까진 오라고 신신 당부를 하더니 이게 뭐람~ 성질 급한 내가 또 전화를 때린다~
“여보세요”, “형수요 내요 문좀 열어주소~” 가게에 불이 켜지고 문이 열리자 점잖게 들어가며 “와이라노 먼늠의 가계가 손님이 와서 깨우노?” 쏘아 붙이니 형수 울그락불그락~
탁자위에는 전날 형이 오동나무를 깍아서 만들던 막대찌들이 이것저것 잡다한 도구들과 뒹구는 것으로 봐선 밤늦게까지 찌를 만들다가 잠들었던 것 같아 대충 한쪽으로 밀어 넣고 종이컵이며 몇 가지 치우고 나니 언제나 봐도 멋스러런 용철이라는분 들어온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나누고 나니 오늘따라 낚시복이 유난히 잘 어울린다. 낚시하기 아까울듯한 낚시복~ 아마도 아짐씨들이 봤음 꼴까닥 넘어갈만한 마음 씀씀이며 외모 ㅎㅎㅎ
잠시후 잠에 겨우 형이 나오고 용철이님은 언제나 그랬듯이 믿밥을 손수 준비하고 쿨러에 물과 커피를 챙겨 넣고는 잡어가 있을거라며 오늘따라 민물새우까지 챙기는 부지런함을 유감없이 발휘를 한다.
형은 낚시줄과 추를 꺼내어 수심체크용 봉돌을 만들어 준다. 그러면서 자기가 가진건 일명 “드래곤볼”인데 이건 그것보다 한단계 낮은 거지만 “이걸로 맞춰도 잘 물끼다” 라며~. 나중에 알고 보니 형은 20호로 만든거였고 우린 18호 추로 만든거였다.

왼쪽 1번은 구멍찌용, 2번은 막대찌용 수심 맞추는것으로 내가 직접 만든 것
오른쪽은 드래곤볼이라고 형이 만들어 준 것
형수는 늦은 시간을 만회라도 하듯 부엌에서 우당탕 쿠당탕 뭘 하는지......, 각자 맡은바 자리에서 톱니바퀴가 구르듯 일사분란하게 아침을 힘차게 연다.
곁에서 용철이님을 돕다가 생각난게 아~ 형 허리가 불편하니 이렇게 도와주는 구나. 참 고마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나 사회에서도 사랑받을 그럼 듬직한 사람~
서둘러 아침상이 나온다. 갓지은 따끈따끈한 밥, 4년된 묵은지가 들어간 돼지 감자탕, 배추김치, 총각무우, 무김치 겉절이, 쭈꾸미 무침, 귀한 호래기 젓갈에 속을 든든하게 만드는 숭늉까지~

언제나 풍성한 우연표 아침 밥상
역시 한국인은 든든한 국물이 있어야 하는법~
근데 쭈꾸미를 먹다가 생각이 났다. 형수가 쭈꾸미가 크면 문어가 되고, 호래기가 크면 오징어가 된다고 말햇던 사실이 생각나서 순간 킥킥킥~~~
커피 한잔으로 갈무리를 하고 차에 올라타니 잠이 들깬 현준이 녀석 나오더니 잘다녀 오시라고 배꼽 인사를 한다. 가볍게 손을 흔들어 주며 출발~
들컹들컹 꽁닥꽁닥 시골길이며 농로를 달려 지금길로 바다로 떠난다. 그러면서도 형은 오늘의 공부라며 큰 고기와 작은 고기가 같이 있을 때 큰 고기만을 낚는 방법을 가르쳐 준다. “그런게 오딧노? 물어 주는 대로 낚아 올리는거지. 물어 주는것만 해도 고맙지~” 응수를 했더니 “바보야! 그날 낚시하다 보면 어느 수심층에서 큰 고기 또는 작은 고기가 물면 그 수심층을 조금만 조정하면 원하는 큰 고기를 낚을 수 있다”고 바로 공격을 한다. 역시 고수는 다르다.
이런저런 세상사는 이야기를 양념삼아 낚시 기법을 몇 개 전수를 받다 보니 어느새 정박지에 도착이다.
배 옆에는 조금전에 왔다는 낮이 몇 번이나 익은 필드스텝외 일행 한사람이 있었고, 짐들을 옮기면서 하늘을 보니 잔뜩 찌뿌둥이다. 오는 도중에도 간간히 빗방울이 떨어지곤 했었는데 바다 상황은 더 안좋은 느낌이다.
출항 신고를 한 형이 올라타자 배는 기다렸다는 듯이 물살을 가르며 출발이다.

유난히 짖궂은 하늘
바람 유난히도 심하게 불던 8일. 바람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오전에만 잠시하였다는 곳에서 열심히 낚시를 하여보았지만 바람과 비와 그리고 고등어의 등살에 겨우 나와 같이 간 형이 27~28급정도의 감성돔을 한 마리 낚아 올리고~ 선장인 형은 뭔가 안맞다며 낚시는 하지 않고 이리저리 움직여도 보고, 밑밥에 파우다를 더 섞어서 응집력을 좋게 하여 더 멀리도 던져보고~
계속해서 고등어의 입질만 이어지자 자리를 옮겼다.

언제봐도 맛난 고등어(근데 크기가 조금 더 컸음~)
멀리 국도가 보이고 좌사리도와 갈도가 보이는 큰 바다 쪽으로 이동을 하자 바람은 더 세게 부는 듯 했고 파도도 조금더 일렁이는 느낌이 들었으나 형은 몇바퀴 포인트를 선회하더니 닺을 내린다.
간간히 시장표 보다 약간 작은 고등어와 구워 먹으면 맛스런 전갱이가 올라오고 잠시의 소강상태가 지속될 무렵 배 앞전에서 낚시하는 내게 찌가 살짜기 잠긴다. 챔질이 너무 약해서 에게게 하며 올려보니 쌍동가리란 고기가 올라오고 희한하게도 이 고기가 올라오며 감성돔이 낚인다는 징크스가 있는지라 다시 그 자리 부근에 찌를 정렬해보니 슬며시 찌가 또 잠겨들어간다. 뒷줄을 살짝 견재해 보니 쭈~욱 하고 빨아 들이길래 챔질을 해서 릴링을 하며 올려보니 바닥으로 쿡쿡~~ 쳐박는 전형적인 감성돔이다. 약 33급 이상의 괜찮은 씨알의 감성돔이다 ㅎㅎㅎ

쌍둥가리란 고기인데 이상하게 이 고기가 낚이면 바로 감성돔 입질이 들어옴 ㅎ
살림망에 살려서 뱃전에 묶어두니 든든한 느낌이 든다. 그리고 또 잠시후 힘을 너무 쓰며 올라오는 녀석은 노래미~ 감성돔들 옆에서 놀아 그런지 감성돔 입질을 그대로 흉내를 낸다.

너무너무 귀여운 아가야 능성어
애야~ 어서 자라 어른이 되거라~
얼마만큼의 시간이 흘렀을까? 비는 오락가락 바람도 불었다 말았다 진짜 지들 맘대로다~

자태가 유난히 이쁜 볼락
내게서 멀어져 가는 찌를 보고 있다 곁에 다른 사람들 전갱이 낚아 올리는거 보고 있었더니 내 찌가 보이지 않는다. 서둘러 뒷줄을 감아들이며 손으로 뒷줄을 견재하자 역시나 쿡쿡~~한다. 챔질후 감아들이다 보니 역시나 감성돔이다 그런데 고기의 힘을 이기고 먼저 강제 집행식으로 감아들이다 보니 갑자기 원줄이 헐렁해진다. 뜰채 들고 서있던 형이 또 한마디 한다 “고기를 이기려 하지 말고 힘을 빼며 그냥 자연스럽게 감아들이라고~” 다시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 자리 인근에 찌가 떠내려가자 어라 또 입질이다. 이번엔 조심스레 릴링을 하자 감성돔도 물속에서 힘을 쓰는데 그 힘이 보통이 아니라서 1.5호 목줄이 괜시리 신경이 쓰일 지경이다. 찌가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흘린 낚시에 감성돔이 걸리다 보니 감아 들이는 묘미도 있겠다. 제법 큰놈이니 그 놈이 전해주는 손맛이란~ 물위에 허연 배를 드러내며 드러눕는 녀석의 씨알이 장난 아니다. 뜰채질을 해주며 선장인 형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어준다. 나만 두 마리 했고 큰 씨알을 낚았으니~ ㅎㅎㅎ 어쩌면 내 최대어인 42.8cm가 깨어질 것이라는 조심스런 기대감도 일어나고 ㅎㅎㅎ

40을 가볍게 넘긴 감성돔
아쉽게도 종전 최대어인 기록 갱신에는 실패~
살림망에 넣고 나니 좀전에 낚아 올린 33~34정도급의 고기가 너무 작아보이는 느낌이 든다는걸 보면 나도 욕심쟁인가 보다는 생각이 들었다.
형이 열심히 밑밥을 품질을 하고 잠시후 조류가 흐르던 방향이 살짜기 바뀔 무렵 배 뒷전에 있던 필드스텝이 한 마리 걸어 올리는데 대의 휨새가 장난이 아니다. 한참후에 올라온 녀석을 보니 헉~ 내가 낚아 올린 것 보다 손가락 하나정도 길이가 더 나온다 약 45급정도~
그리고 곁에 있던 필드스텝과 같이 온 분이 연속 40급이 넘어 보이는 놈으로 두 마리~ 다시 앞쪽으로도 입질이 오고~ 그런데 씨알들이 전부 30급 후반급이다. 아침에 비오고 바람불어 걱정되던 날씨가 어느새 햇볕이 쨍쨍 나더니 급기야는 더워지기 시작한다. 우리들은 서둘러 옷을 한꺼풀씩 벗어제끼며 낚시에 열중하다 보니 마릿수는 그렇게 많지 않아도 준수한 씨알급들이 심심찮게 올라와줘서 한결 분위기가 화기애해 해진다.
잠시후 선장표 라면이 퉁퉁 불어터져 나오고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필드스텝 완전 새댁이 싸준 도시락을 가져온다. 근데~ 잡곡밥에 소세지 계란부침, 계란말이, 멸치볶음, 전어젓갈, 갈치젓갈에 김치까지~ “우와 맛나다. 이거 부인이 직접 만든겁니까?”하니 허허 웃고 만다. 아무래도 젓갈이랑 김치는 시장에서 사왔거나 얻어 온 것이 틀림없으리라~ 그런데도 속이 출출했던지라 참 맛있게 점심을 먹었다.

푸짐한 선상표 만찬
결혼한지 얼마되지 않은 필드스텝 부인이 직접 한 솜씨치곤 출처가 의심스러웠음 ㅎㅎㅎ
시원한 냉커피 한잔후 “배도 채웠겠다 이제 슬슬 낚시나 해보까”하면서 두어번 흘렸더니 덜컥 하고 또 감성돔이 한 마리 따라와 준다. 역시나 30급 중반급의 씨알~ 근데 선장인 형은 낚시는 하지 않고 밑밥만 치다가 의자에 앉아 있길래 “형은 낚시 안할끼가?” 했더니 “선장인 내는 남들이 낚시 잘하게만 해주면 된다”하고 있지만 허리가 아파서 더 그런지 피곤함이 절어있었다.
갑자기 형이 나를 보더니 “내가 잘하는게 세가지 있다. 뭔지 아나?” 한다 난 “뭔 뜬구름 같은 소리고요?” 하니 “낚시 잘하제, 욕 잘하제, 하나는 안가르쳐 줘~” 한다. 마치 개그콘서트를 흉내라도 내듯이~ “안 가르쳐 줘도 난 안다 뭐~” 하면서 응수를 해놓고 낚시하는 내내 뭘까? 생각을 해보았지만 모르겠다. 조황기를 쓰는 지금도 모르긴 마찬가지고 ㅎㅎㅎ 담에 다시 물어봐야겠다......,

구름과 하늘과 태양 빛
그리고 바다를 누리는 배 한척~
심심찮게 감성돔을 포함한 고등어며 전갱이 까지 입질이 이어지고 있었고 다들 4마리씩 이상의 손맛은 봤는지라 4시되면 철수를 하자고 한다. 핸드폰을 보니 3시45분이다 ㅎ 서둘러 손맛이라도 한 마리 더 볼 요량으로 수심을 한뼘쯤 더 주고 흘리기를 서너번째 하염없이 멀어지는 찌가 깔짝깔짝 해서 뒷줄을 잡고 견재를 하다가 챔질을 하니 제법 더 묵직하다. 두 번째 낚은 40급의 기록이 깨어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잔뜩 기대를 하며 더 조심스럽게 올려보니 약 30cm 정도의 돌돔이 올라온 것이다.

힘깨나 쓰며 올라온 기분 좋은 돌돔
기분 좋게 인증샷 한방 날리고 철수 준비를 했다. 철수 하는 선상에서 씨알 좋은 감성돔 한 마리 들고 기념샷을 했더니 형수가 나중에 가게에서 그 사진 뺏어다가 덜컥 조황기에 올려 놓는다 ㅎㅎㅎ 그러면서 “삼천포 아우님 지발 고기 사진 좀 뽀대나게 찍어 보시구랴 자기 인물만 훤하니 찍지 말고 롤모델은 삼촌이 아니라 고긴기라요” 요렇게 적어 놓는다. “형수야 내가 사진 찍은게 아니고 딴 사람이 찍었고요 내 조황기에 올릴라꼬 찍은긴데 우야노?”
서둘러 철수를 해서 배가 접안을 하기가 무섭게 필드스텝과 동행한 분은 부리나케 달아난다. 사진은 겨우 살림통에 담겨져 기포기가 뽀글뽀글 거품 만들어 내는 것 한컷을 찍고 이것저것 준비하다 보니 어느새 사라지고 없었다.
돌아오는 길엔 이미 저녁이 익어가고 있었고, 차 안에선 물때와 낚시에 관한 이야기가 있었는데 형은 “물때는 신경 안쓰고 다닌다”라고 하여서 “그런게 어딨노? 선장이 물때도 안보고 다니면 우짜노?” 하였더니 여지없이 “벅수야! 물때야 어떻든 간에 고기만 잘 낚이게 해주면 될 것 아이가~” 한다. 하긴 ㅎㅎㅎ 그러면서 선상낚시 할 때 물때에 따라 어느 위치에서 낚시하는 것이 가장 좋으냐에 따른 비법을 가르쳐 준다. 말 그대로 비법이기에 발설하면 안된다며 부탁을 하길래 나만 알고 있어야지 ㅎㅎㅎㅎㅎ
그러면서 자기는 똑 같이 선상 낚시를 해도 밑밥으로 그 사람 조과(釣果)를 조절 할 수도 있단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 이지만 이미 증명이 되었다니 그참......, 암튼 형 배에 타면 선장 말은 잘 들어야 될터(어떤 배를 타더라도 그 선장말에 따라 낚시 하는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다. 선장은 누구보다도 바다에 대해 잘 알고 있을테니 말이다)
서둘러 가게에 도착하니 어느새 어둠이 내리고 있었고 형은 감성돔이며 고등어를 맛깔스럽게 회로 만들어냈고 형수는 양파에 이것저것 양념까지 다져넣은 된장이며 갖가지 양념들을 준비하여 척척 내어오고 있었다.
회가 준비되자 모두들 둘러앉았다. 좋은데이만 달랑 있는 탁자에 나는 익숙한 듯이 막걸리와 사이다를 가져오며 “형수 주전자좀 주이소~ 막걸리잔도 가져 오고요~”를 외친다. 잠시후 다른 사람들 소주잔이 채워졌고, 난 주전자에 막걸리와 사이다를 부어 적당히 조제를 했다. 사발에다 부어 형수에게도 한잔 권하고 나도 한잔 마셨다. 그리고 회 한점으로 묵은 하루의 고단함과 즐거웠던 바다를 연상도 해보고......,
같이 간 직장 동료가 운전을 하기에 마음먹고 막걸리를 마셨더니 적당히 취기도 오르고, 옆에 앉아 있던 형수도 한잔 반이나 홀짝이고 있다. 연신 달달하다면서 ㅎㅎㅎ 그런데 형수 혼자 종이컵에 감성돔 껍데기 데친걸 먹고 있다. “이게 뭐꼬? 혼자만 묵나” 하면서 겨자 소스에 찍어 먹었더니 그 맛이 입안에서 살살 녹는다 ㅎㅎㅎ. 형이 형수를 위한 특별한 메뉴라고 눈치를 주지만 그런 것은 내 눈에 보이지 않는 듯이 두 젓가락인가 뺏어 먹었다 ㅋㅋㅋ

현란한 칼 솜씨와 정갈한 형수가 만들어 낸 맛갈스런 작품들
형 옆 자리에 앉았던 친구분이 회 몇점 하다가 바쁘다며 사라지고 형은 어딘가에 전화를 하더니 근처에 있는듯한 형이 한분 더 오신다. 그 분도 낚시업을 하는 분인지라 쉽게 낚시 이야기를 하다가 내가 예전에 조황기에 형 낚시 실력을 말하면서 “실력 하나는 대한민국 어디에다 내놔도 열손가락 안에 들어갈 사람이라 생각이 든다”라고 했던걸 꺼내서 이야기 하니 이걸 듣고 있던 형이 많이 서운해 하면서 말을 한다. 자긴 열손가락 안에 드는 것을 거부한다며, “그럼 내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것으로 인정” 하자 그것도 역시나 싫탄다. 적어도 자기는 최고라며~ 저런 멋진 기상과 기백이 가히 남자다워서 더 멋져 보였다. 옆에 있던 동네형도 그건 인정한다면서 거들었고 술잔이 두어잔쯤 목마른 목을 타고 넘어가자 형이 또 한마디 합니다.
“3일 굶은 두 사람이 있는데 두 사람에게 사과를 하나 주었을 때 가장 공평하게 가를 수 있는 방법이 뭐냐고?” 곁에 있던 사람들이 “정확히 둘로 나눈다”, “무게를 달아서 나눈다”등등 여러답을 해보지만 형은 고개를 쩔래쩔래 흔듭니다. 성급한 내가 “그럼 답이 뭐꼬?” 하고 물으니 “둘로 나누어서 큰 것을 상대방에게 준다”라고 합니다. 허걱! 이렇게 쉽고 명쾌한 대답이......, 순간 멍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에 따른 부연 설명이 나오고 술이 두 번째 술병이 끝나갈 쯤 형이 또 한마디 합니다.
낚시인들이 낚시를 하면서 지켜야 할 도리가 무었인지를......,
첫째. “집중”이라는 것입니다. 낚시도 어떤 면에서는 정신수양이다 보니 집중해서 낚시를 하면 의외로 좋은 결과를 가져 올 수 있다며 어떤 형태의 낚시를 하던 거기에 집중을 하라고 합니다.
둘째. “배려”라는 것입니다. 특히 원줄은 뒷줄 관리를 잘해서 상대방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혹 옆에 사람이 자기와 거의 같은 지점에서 고기를 걸어 파이팅을 하면 자기 낚시 줄을 회수하여 그 사람이 원활하게 낚시를 할 수 있게 하여주는 것이 배려라고 합니다.
셋째. “원칙”이라는 것입니다. 낚시나 장사나 다 원칙이 있어야 하는 것이며, 낚시인이 가져야 하는 원칙중 하나가 다른 사람이 고기를 낚아 올리면 그쪽으로 낚시대를 드리워 그 사람이 불편해 하며 낚시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같은 팀이라면 양해를 구하고 승인하에 하는 것은 예외로 한다면서요~
그리고 하나 더 있는데 이건 특히 중요한 “밑밥과의 동조”는 자기가 책임지니까 신경쓰지 말고 낚시를 하라며.......
형이 좀 달라 보였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더 멋져 보였습니다. 낚시를 하면서 자기만의 독특한 낚시 철학이 있다는 것이. 그리고 무었보다도 남을 “배려”하는 멋이 스며 있다는 것이. 아침에 머리가 유난히 짧게 깎여져 있어 “형 머리 이쁘게 깎았네~” 하니까 씨익 웃으며 “가위로 집에서 혼자 대충 자르고 나서 보니까 하도 희한해서 이발관에 가서 다시 골랐다”하며 살짝 웃어주던 모습이 같이 어우려져 내가 그토록 좋아라 했던 이외수(李外秀)라는 작가를 본듯 하였습니다.
시간은 어느듯 흘러 거의 8시가 다되어 가고 있어 서둘러 계산을 하고 나서니 형과 형수가 따라 나오며 같이 온 동료에게 인사를 한다. 조만간 다시 한번 더 들리라면서~(사실 저번에 동료와 왔다가 손맛 한번 못보고 갈적에 형과 형수 마음이 많이 서운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이번에 손맛을 보게 되어서 얼마나 기쁜지 모르겠다며......,)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진주에 사는 큰 처남에게 전화를 해서 “감성돔 몇 마리 낚아 가는데 회 한점씩 하자”고 하였더니 좋다면서 오란다. 자기는 지금 모임을 하는 중이나 바로 온다면서~ 그렇게 둘째 셋째 처남에게도 전화를 해서 모이라고 해놓고선 다시 큰 처남에게 전화를 해서 어머니 아버지도 오시라고 해라고 해두고 나니 마음이 더 바빠진다.
집에 도착해서도 아직 감성돔은 세 마리나 살아있었다. 서둘러 얼음을 넣은 아이스박스에 옮겨 넣고 고등어와 전갱이도 따로 챙겨 와이프가 차를 운전하고 난 옆에 비스듬히 누워서 벌써 고1인된 아들 진학할 학교며 앞으로 살아가야 할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느새 차는 큰 처남댁에 도착을 했다.
이미 장인, 장모와 셋째 처남도 와 계시고~ 쿨러를 여니 다들 쳐다보며 이걸 어떻게 낚아 올렸냐며 칭찬들이 자자하자 저절로 어깨가 올라감은 어쩔 수 없는 자연스런 현상이었으니......, 윗옷을 벗어 놓고 서둘러 회 장만을 시작했다. 근데 횟감용 칼이 없어 일반 식칼로 하다 보니 안그래도 실력이 없는데 아예 회를 주무르고 말았다. 아직 술기운도 있는지라~

그날 잡은 조과물~
아쉽게도 돌돔은 몇점 못했다는 사실~
형 가게에서 썰어 먹자고 했더니 놔두라고 하였음. 더 싱싱할 때 먹었음 맛났을 텐데......,
옆에 있던 처형도 거들고 해서 생각보다 쉽게 회를 장만할 수 있었는데 회는 큰처형이 손수 쓸겠다고 한다. 그러라고 했더니 듬직듬직 숭어 썰듯히 해왔다 ㅎㅎㅎ 거나하게 술상이 차려지고 난 진열장에서 근사해 보이는 양주를 한병(회에는 양주가 안 어울리는건 당연하지만 두어잔 먹다 남기면 내가 가져 올 수 있으니깐~ ㅎ) 꺼내었고 큰 처형은 냉장고에서 매실주와 소주를 한병 꺼내온다. 잠시후 큰 처형 오빠된다는 내외분도 손님으로 함께 오시고~

처가에서~ 빙 둘러앉아 웃음꽃도 피우고......,
양주도 한병 열어서 두어잔 마시고 챙겨 왔음 ㅎㅎㅎ
이런저런 이야기에 술잔을 돌리다 보니 12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서둘러 와이프가 다시 운전을 해서 집으로 오는 도중에 피곤함에 절어 간간히 길눈이 어두운 와이프가 네비게이션을 켜고도 어디로 가는지 잘 몰라 길 물어 보는 순간 빼고는 내내 편안하게 잠들면서 집으로 온것 같다.
양치질 하고 손발은 씻는둥 마는둥 하며 자리에 누었더니 잠이 쉽게 오지 않아 그냥 엎드린채로 노트북을 켰더니 “선상(배낚시) 조황” 거기에 내가 떡 하니 버티고 있다 ㅎㅎㅎ
피에쑤 : 아침에 밥을 먹던 중 갯바위 낚시 이야기가 잠시 나오자 형은 TV에 나와서 소위 넛스레를 떠는 사람
들 보다 갯바위도 내가 일가견이 있는데 요즘은 허리 때문에 낚시를 접었다면서 구멍찌가 200여개나
있는데 “그거 니 주까?” 한다. 아침에 시간도 없고 했으니 못 챙겼는데 다음에 챙겨와야겠다. 형아야
내 갈 때 까정 잘 갖고 있어라 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