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는 왜 다니는 것일까?
얼마 전 [눈먼 봉사도 잡는다는, 가을 감생이가 왜 나한테는······.] 이라는 제목의 조행기 말미에 “이글 보시는 회원님은 왜 낚시 하세요?” 라는 질문을 올린 적이 있습니다. 감성돔낚시의 최고 피크인 가을에도 감성돔을 한 마리도 낚지 못한 푸념 섞인 조행기였습니다.
(조행기라는 생각이 안 들어 세상사는 이야기 게시판에 올렸었지요.)
그것도 선상낚시에서 그랬으니 정말 해도 해도 너무 한다는 생각밖에 없었습니다.
낚시 갈 때 마다 꽝을 치니 하도 답답하여 던진 질문이었는데 그에 대한 답글이 여러 가지였고,
그중 몇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아랫 지방에 살고 계시는 낚시인들이야 오늘 꽝 치면 내일 또 해도 되니까, 꽝이라는 단어가 그리 서운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오늘 쓰다 남은 밑밥은 냉장고에 넣어두었다가 내일 다시 꺼내 써도 되고, 한 물때 맞춰 낚시하고 철수하는 것이 그리 어렵거나 아쉬운 일도 아닐 것입니다. 저도 여수에 생활할 때는 낚시행위 자체와 조황에 애타하거나, 아쉬워하지 않고 살았으니까요.
비용도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감생이가 내만으로 붙는 시기에는 멀리 가지 않아도 도보로 다닐 수 있는 곳이 많이 있었습니다. 화양면, 돌산, 백야도 등은 차로 이동하여 걸어갈 수 있는 곳이 많았고, 금오도, 안도, 연도로 간다 해도, 육칠 만원 정도면 충분히 다녀올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낚시 공부가 소홀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아침에 채비해놓은 것은 철수 때까지 그대로 사용하기가 태반이었고, 상황에 따라 채비를 바꿀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때문에 낚시 실력을 키울 수가 없었습니다.
충청도로 발령받고 나서는 그게 아니었습니다. 날이면 날마다 가는 낚시도 아니고, 한번 가려면 최소 일박이일은 해야 했기에 집사람의 눈치도 보게 됩니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서 통행료와 기름값, 오며가며 식대를 합치면 왕복경비가 최소 십 만원은 있어야 했고, 밑밥, 미끼, 선비 등 출조비용과 간단한 소품하나 준비하는 것을 합치면 이십 만원은 가져야 다녀올 수 있기 때문입니다.
동행 출조가 아니면 혼자서는 꿈도 꾸기 어려운 비용을 들여야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출조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동호회 가입 활동과 동반출조는 기본이고, 왕복 몇 시간을 달려가야 하기 때문에 한번 갔을 때 조황을 보장받기 위해서 낚시공부도 열심히 해야 했습니다.
정작 낚시 가서는 또 어떻습니까?
선장님이 좋은 포인트에 내려줘야 하는데, 괜히 친한 척 말도 시켜보고 알랑방구도 껴보고 눈치를 봐야 합니다. 좁디좁은 배안에서 피워대는 담배연기도 맡아야 하고, 한번도 빨지 않았을 이불을 덮어야 했고, 베개도 베고 누워야 했습니다.
그나마 누워갈 수 있을 정도로 적은 인원이면 모두가 누워 가겠으나, 정원을 다 태우고는 전부 누워갈 수 없기에 먼저 자리 차지한 사람이 대짜로 누워 있으면 말도 못하고 밖의 의자에 기대고 졸아야 했습니다. 포인트에 내려서는 쓰레기와 밑밥찌꺼기에서 나는 악취에 시달려야 했으며, 고기가 안 나올 때는 선장이 제대로 포인트에 내려준 것이 맞는지 혼자 원망 하는 일도 많았습니다.
집안 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기 위해 한달에 한번 어렵게 출조해도 고기잡기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것은 불법조업을 해대는 어리석은 사람들 때문이기도 합니다.
당장 눈앞의 돈에 환장해서 어자원 고갈되는 것도 모른체, 밤마다 바다를 때려대는 뻥치기로 어자원은 고갈될 것이며, 낚시인들도 바다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이 모든 피해자는 낚시업을 하는 조구업체 등 낚시와 관계된 모든 사람이 될 것입니다.
꽝치고 돌아오는 길은 왜 더 피곤할까요.
밤새 고스톱을 쳐서 돈을 잃고 일어설 때면 내가 무슨 미친짓인가? 라는 회의감에 빠져본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입니다. 돈을 따기라도 했다면 땄다는 기쁨에 덜 피곤 할 텐데 잃은 날은 피곤이 두 배로 느껴지는 것은 모든 사람이 다 같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새벽 두시 출항 시간에 맞추기 위해서 밤새 달려 내려가느라 잠 한 숨 못 잔 상태에서 고기 그림자도 구경 못하고 올라오는 길은 피곤이 두 배로 느껴지기에 충분할 것입니다. 운전하며 졸기라도 하는 날에는 고기 한 마리 잡으려다가 사람 잡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겠지요. 이것이 낚시를 취미로 하는 우리 낚시인들의 자화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반면에 골프는 어떻습니까?
고가의 낚싯대나 릴을 구입할 돈이면 상급의 골프채를 셋트로 준비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깔끔한 골프복을 입고, 파란 잔디를 가로지르며 세상이야기, 사업이야기로 하루를 유쾌하게 보낼 수 있습니다.

고기 한 마리 못 잡아서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고, 낚시갈 비용이면 돈도 남을 것입니다. 예전과 같이 골프가 특권층의 전유물도 아니고, 동네방네에 스크린골프, 골프연습장이 생겨나고 있으니 낚시처럼 멀리 운전해서 다닐 필요도 없습니다.
제가 다니고 있는 회사에서는 직원들의 복지를 위해 골프연습장을 한달 회비 이만 원만 내면 근무시간을 제외하고는 언제라도 연습 할 수 있도록 시설을 해 놓았습니다. 또한 3홀짜리 골프장도 있어서 부킹이 그리 어렵지도 않습니다. 이런 좋은 환경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골프를 안 하고 낚시를 다니는 이유는 뭘까 생각해 봅니다. 차에서 밑밥냄새 풍길 일도 없고, 낚시 다녀와서 꾀죄죄한 모습으로 집에 들어설 일도 없습니다.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내가 왜 그렇게 낚시에 몰두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지금까지 해 온 취미생활이기 때문에?
눈맛, 손맛, 입맛이 있기 때문에?
낚시로 알게 된 사람들과의 친분 때문에?
저도 아직 딱히 이것 때문이라는 확실한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냥 바다가 좋아서라는 것이 최종답변일 것입니다. 갯바위가 안방 같고, 옛날집의 아랫목 같고, 고급승용차의 뒷좌석 같다고나 할까요. 또한 갯바위에서 먹는 라면과 회 한 점은 일식집의 음식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맛이 있어서 이겠지요. 낚시 가기 전 조황에 대한 기대도 한 몫 하겠고, 저와 같이 바다가 좋다는 생각을 가진 분들과 함께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이제는 한달에 한번정도 출조하는 것이 의무가 되어 버렸습니다.
우리가 즐겨 찾고, 우리에게 먹을 꺼리를 제공하는 바다를 우리 스스로 아끼고 보살펴야겠습니다. 그리고 확률도 별로 없는 감성돔 낚시에 연연하지 말고, 계절에 따라 어종을 달리하는 낚시를 해야, 지속적인 취미생활 낚시를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상어가 학꽁치면 어떻고, 전갱이면 어떻습니까?
이번 출조는 팀이프 중서팀 시조회입니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한해의 풍어를 기원하고, 안전사고 나지 않도록 용왕님께 비는 시간을 갖습니다. 심리적 안정감 때문에 하는 것이지, 시조회를 한다고 해서 고기 잡을 확률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라 생각됩니다.
출조지는 거제 어구에 있는 복성호를 타고 여차 앞바다에서 선상낚시를 하는 것입니다.
오전은 감성돔 선상, 오후에는 열기 선상낚시입니다. 하루에 두 가지의 대상어를 노리고 낚시 하는 것이 낚시인의 입장에서는 횡재했다는 느낌입니다. 그렇게 해주는 선장을 찾기도 어렵거니와 꽝치고 올라올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이번 출조에서는 열기를 잡아 처가의 장인어른께 보내드려야 했습니다. 정육점을 운영하시는 장인어른께서 냉장고에 생선이 떨어졌다고 집사람에게 주문을 했다는 것입니다. 육고기보다는 생선을 좋아하시기 때문입니다. 작년 [눈먼 봉사도 잡는다는, 가을 감생이가 왜 나한테는······.]이라는 글의 조행지인 남해 미조를 다녀오며 삼천포 어시장에서 전갱이를 사서 보내드렸더니 그것을 다 드셨다는 얘기였습니다.
장인어른께서는 전갱이를 맛있게 드셨는지, 장인을 생각해주는 사위와 딸이 고마웠는지, 소 한 마리에 한 근 뿐이 안 나온다는 특수부위를 버스편으로 보내주셨었습니다. 다음에도 보내달라는 표현이신지 알 수는 없으나, 기꺼이 장인어른을 위해서 낚시에 임했습니다.
시조회를 지내고, 여차앞바다로 달렸습니다. 닺을 내리고, 뒷배와 함께 묶어 배를 고정시켰습니다. 열명이 함께 낚시를 할 수 없어 네 명은 갯바위에 내리게 했습니다. 나는 선상찌낚시를 하게 되었고, 수심 16미터, 2호 막대찌를 셋팅하고 낚시했습니다.
먼 하늘 쪽에 먹구름이 몰려 오는게 보였고, 잠시후 강한 바람과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이상 낚시가 불가하다고 판단하고 철수 준비를 하는데 바람이 멎었습니다. 그러나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지요. 바람만 불지 않으면 비오는 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낚시꾼이라면 잘 알 것입니다.
선미에서 낚시하던 “까치”님이 감성돔 한 마리를 걸었습니다. 멋지게 낚싯대가 휘었고, 잠시 후 뜰채에 담긴 놈은 약 35정도 되는 것이었습니다. 모두들 분발하여 낚시에 임했으나 이날의 감성돔 조황은 그것이 끝이었습니다. 11시경 선장님이 밥을 하였고, 갯바위팀들을 태우고 식사를 하려는데, 멎었던 바람과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습니다. 강한 빗줄기 때문에 밥과 반찬, 찌게가 물에 잠겼고, 빗물에 밥을 말아 먹어야 했습니다.
빗속의 식사를 마치고, 열기 포인트로 달려갔습니다. 비와 바람으로 인해 열기낚시도 제대로 할 수가 없었으나, 오후 1시경이 되니 바람과 비도 멎었습니다. 따문 따문 올라오는 열기는 아이스박스 바닥도 채우지 못하고 철수를 해야 했습니다.
다행히 낚시복을 가져갔기 때문에 몸은 안 젖었으나 신발과 조끼, 낚시가방 등은 다 젖어버렸습니다. 시조회와 출조를 함께 마친 팀원들의 대부분은 올라가시고, “여명”, “비늘”님과 저는 하루 더 낚시를 하기로 했습니다.
월요일만 출조가 가능한 “김해장유아디다스”님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습니다. 원래는 본인을 포함해 두 명만 예약하였으나, 한분이 추가되어 대기자로 올려놨었는데, 끝까지 대기자로 남아야 했습니다. 그만큼 열기낚시가 피크라는 것입니다. 월요일 새벽 [궁항]에서 호래기 낚시를 한다던 “김해장유아디다스”님과 호래기 낚시를 같이 해 보려 했으나 흠뻑 젖은 몸과 피곤으로 쉬기로 했습니다.

“비늘”님은 거제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친구분을 만나기로 했고, “여명”님은 거제에서 활동하는 인낚 회원인 “삐빠돌이”님, “마루나”님을 만나기로 했습니다. 우리가 잡은 탈참과 열기를 “비늘”님 친구분께 맡겨 회를 장만하는 사이, 우리는 숙소를 잡고 젖은 옷들을 널어놓았습니다.
월요일 열기 선상낚시가 있기 때문에 술자리를 오래 할 수 없었습니다. 일찌감치 숙소로 돌아와 취침에 들어갔으며, 새벽 4시 알람에 일어나 통영으로 달려갔습니다. 대기자로 올려놓았던 “여명”님은 “삐빠돌이”, “마루나”님과 거제 여차로 감시 사냥을 가기로 했습니다.

[흥부낚시]에 도착하니 “김해장유아디다스”, “물의힘”, “일원”님이 이미 호래기 낚시를 마치고 와 계셨습니다. 그렇게 먹고 싶었던 싱싱한 호래기 라면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지면을 빌려 “김해장유아디다스”님께 감사 드립니다.
6시 출항하여 포인트에 도착하니 날이 훤하게 밝아올 무렵이 되었습니다. 오늘은 바늘 열다섯 개의 돌고돌고 채비입니다. 평소에는 바늘 열 개 짜리로 하였으나 처가의 냉장고를 채우기 위해 열다섯 개의 바늘을 사용키로 했습니다. 봉돌은 오십호 쇠추를 사용했습니다. 납추가 바다를 오염시킨다 하여 쇠추를 준비, 사용한 것입니다.

처음[흥부낚시]를 이용해 보았는데, [흥부낚시]가 왜 그렇게 조기에 예약이 마감되는지 알 수가 있었습니다. 조사님들의 간식은 기본이며, 보온도시락, 외줄낚시 방법에 대한 친절한 설명, 물밑지형에 대한 설명, 포인트 이동 중에는 신나는 음악, 낚시인 과반수 동의에 의한 철수, 침선낚시방법 설명, 포인트를 벗어난 지점에는 채비를 걷으라는 설명, 노련한 배 운전, 어느 것 하나 소홀하지 않은 선장님의 배려는 동화 [흥부와 놀부]에 나오는 [흥부]만큼이나 친숙하게 느껴졌으며, 다시 찾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갯바위 주변에서 어느정도 마릿수를 확보한 후 씨알 굵은 어초로 이동했습니다. 확실히 어초는 씨알이 굵었습니다. 다만 채비의 손실이 많았으나, 곧 요령을 터득하여 하루 낚시에 4장의 카드뿐이 소비되지 않았습니다. 어초에서 입질을 받으면 곧바로 수심을 3~5미터까지 올려주어야 고기가 어초로 파고들어 밑 걸리는 상황을 방지 할 수 있다는 선장님의 설명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지런히 낚시했으나 대장쿨러 5부 정도를 채울 수 있었고, 시간이 되어 철수했습니다.
철수하여 선착장에 도착하니 누군가 저의 등을 탁하고 치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 뒤를 돌아보니 “나도고기”님이셨네요. 여수에 일이 있어 갔다가 제가 [흥부낚시]를 통해 출조했다는 것을 알고 일부러 보러 오셨습니다. 반갑게 인사와 일상에 대한 얘기를 하고 바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삐빠돌이”, “마루나”님과 함께 감성돔 사냥을 가신 “여명”님은 감성돔을 알현 하는데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우리 도착시간에 맞춰 통영IC 입구에서 기다리고 계시는데 벌써 도착해 있다고 전화통에 불이 났습니다. 당진까지 올라가는 일정이 빠듯하여 서두른다고 인사를 하는 둥 마는 둥 제대로 하지도 못했습니다.
이 지면을 빌려 “아디다스”, “물의힘”, “일원”, “삐빠돌이”, “마루나” 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 드립니다. 또한 여수에서 일부러 저를 보기 위해 달려오신 “나도고기”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번 출조는 이렇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상경하는 시간을 단축하기 위해 엄청나게 밟고 쏘신 “여명”, “비늘”님 덕에 밤 9시도 안되어 해미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오랜만에 중서팀의 정출겸 시조회가 많은 분들의 성원에 성료되었습니다. “광성” 팀장님을 비롯한 팀원여러분 모두 수고 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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