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울보미소입니다.
오늘은 4박 5일 일정 중 두 번째 날 이야기입니다.

전날 가파도 두성에서의 벵에돔 낚시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와 입었던 옷, 장갑 등을 빨아 널었습니다. 출조 피로와 뒤풀이 때 곁들인 반주로 몸은 피곤했지만, 그날 입었던 의류를 모두 세탁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다음날 낚시를 시작해서 금방 냄새가 배더라도, 처음 하루의 낚시를 시작할 때만큼은 그 뽀송함, 상쾌함을 좋아해 귀찮더라도 매일 세탁을 하는 편입니다.
4박 5일 일정 중 네 번의 출조지인 가파도가 걸어둔 옷 너머에 있습니다. 느지막이 일어나서 창밖을 보며 기상을 확인하고, 주변을 한 바퀴 산책하며 여유롭게 하루를 시작합니다.
이번에 묵었던 숙소가 마음에 드네요. 처음에 서귀포 중문에 있는 숙소를 예약했다가 가파도 출조 횟수가 많아져 대정에 위치한 이곳으로 변경했습니다.
방마다 세탁기가 있는 것도 마음에 들고, 무엇보다 가파도 출조지인 운진항과의 거리가 가까워 정말 만족스러웠습니다. 차로 3분 정도의 거리라서 시간, 유류비도 절약되고 운전 피로도 없었네요 ^^"

원래 가려던 갈비탕 식당이 문을 닫아 가게 된 순댓국 식당입니다. 음식이 입에 맞고, 친절해서 해장 겸 출조 전 식사를 든든하게 할 수 있었습니다.

이날도 가파도 출조를 위해 일승호를 이용했습니다. 남쪽 포인트로 가기 전 넙개 포인트에 하선하려는 낚시인들의 모습입니다. 이튿날 넙개 출조가 예약되어 있어서 유심히 포인트 주변을 살펴봅니다.
너울이 있는 날에는 하선할 때 조심해야 할 포인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배 옆으로 너울이 들어오기 때문에 짐을 받아주기보다는 자기 짐만 들고 신속하게 하선하는 게 좋아 보입니다.


이날은 북풍이 조금 있는 날이라 가파도/마라도 북단 여치기를 가기 힘든 날씨였습니다.
사실 전날 낚시 중에 일승호 선장님으로부터 "내일 마라도를 가기 힘들 것 같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당일에 배에 올라 "마라도를 못 갈 것 같다"라는 말을 듣는 것보다, 전날 미리 안내를 해주는 부분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취소해도 괜찮으니 취소할 거면 답장 남겨달라"라는 문자도 인상적이었고요. 저희도 크게 고민하지 않고 "선장님이 판단하셔서 하선해 주세요"라는 답장을 보냈습니다.



저희가 내린 곳은 "남부리 코지"입니다. 다른 낚시인 한 명과 같이 하선했네요.
이번 출조 중 일승호를 이용할 때 한 번도 특정 포인트에 내려달라는 얘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현지 낚시인을 통해 예약했던 셋째 날 넙개 포인트를 제외하면 모두 선장님이 내려주는 곳에서 낚시를 했습니다. 특별히 부탁을 안 해도 최근 조황과 그날 기상을 고려한 곳으로 배를 댄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가파도 경험이 많지 않은 육지 낚시인인 저희가 괜히 욕심을 부릴 필요는 없겠지요.
왼쪽 사진에 전날 낚시했던 가파도 두성 포인트가 멀리 보이네요. 푸르고 높았던 하늘 덕분에 낚시 시작 전부터 기분이 좋았습니다. 처음 마주하는 "남부리 코지" 주변의 사진을 남겨봅니다. 낚시 자리 정면을 기준으로 큰 호를 그리는 여밭 지형이네요.

12시에 항을 떠나 포인트에 하선한 시간이 12시 30분쯤이었습니다. 한창 초날물이 진행되고 있던 "남부리 코지" 주변의 여들이 아직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았습니다.
현지 낚시인인 "뜨거운 북극곰" 형님의 조언대로 마라도가 보이는 정면의 끝에 있는 있는 여가 드러날 때까지 조금 기다리기로 합니다. (전날 시간을 내어 동출해 준 것도 고마웠고, 처음 "남부리 코지"에 하선한 동생들을 위해 영상통화로 열심히 조언해 주신 점 정말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ㅋ)

기다리는 동안 밑밥을 준비해 봅니다. 전날 사용하던 밑밥에 크릴 3장, 황금비율 긴꼬리 벵에돔 집어제 1장, 부재료 벵에돔 설화 1장을 추가로 섞어줍니다.
시간의 여유가 있을 때는 낚시점에서 기계로 밑밥을 준비하는 것보다 현장에서 직접 밑밥을 준비하는 것을 더 선호합니다. 우선 포인트 상황에 맞춰 밑밥을 준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제가 사용하는 황금비율 사의 제품을 제주도에서는 구할 수 없는 부분도 그 이유 중 하나고요.
잘 해동된 크릴을 발로 조금 밟아주고, 그 수분을 집어제와 섞어주면 굳이 해수를 섞지 않아도 점도가 딱 알맞은 밑밥이 만들어집니다. 거기에다가 밑밥 사이의 공기를 빼주기 위해 집어제 봉투를 밑밥 위에 깔고 발로 다져주면 완벽한 마무리겠지요. 바람이 강한 제주도에서는 특히 신경 쓰고 있는 부분입니다.

하선한지 2시간 30분 정도가 지나 3시가 되었을 때 마라도 방향의 정면 여뿌리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파도의 주기를 확인하면서 넘어갈 타이밍을 계산하고 있습니다. 일단 밑밥통 스탠드를 설치한 다음 파도에 스탠드가 넘어지지 않도록 밑밥통을 올리면 끝입니다.
아직 파도가 조금씩 올라오고 있는 끝부분이 이날의 낚시 자리입니다.

낚시를 시작하기 전 안타까운 모습을 보게 됩니다.
사진에서 보듯이 한 마리의 게가 낚시인이 버린 원줄에 다리가 걸려 바위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습니다. (제주도에서는 "엽갱이"라고 불리며, 단맛이 나는 게로 알고 있습니다) 다리도 몇 개 떨어져 나간 모습이 오랜 시간 줄을 풀어내려고 고생한 듯 보이네요.
원줄, 목줄 같은 작은 쓰레기들도 꼭 회수해서 오기를 당부드립니다.

먼저 낚시를 시작한 "새엄마는 이계인" 님이 동갈치를 한 마리 걸어냅니다. 던져진 채비가 수면에 닿자마자 옆으로 째는 입질을 보였다고 하네요. 대상어는 아니지만 첫 캐스팅에 바로 입질을 보여주니 낚시 시작 전 기대가 되었습니다.
아직 완전히 물이 빠진 것은 아니어서 밑밥통을 하나만 두고, 조류를 따라 두 명이서 번갈아 흘리는 방식으로 낚시를 시작하였습니다.

만조가 가까워지면서 주변의 갯바위가 더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원래 낚시하던 곳의 왼편으로 자리를 옮겨봅니다. 이때가 철수까지 3시간도 남지 않은 시각이었지만 사실 조급함은 없었습니다. (아직 3일의 일정이 더 남은 상태였습니다 ^^) 넓어진 자리만큼이나 여유로운 낚시를 이어갑니다.
채비는 피츠 트라이던트 GX 1.2호대, 1.6호 원줄, 0c 찌, 조수 고무, 1.5호 원줄, 긴꼬리 벵에돔 무미늘 바늘 6~8호, G2~G5 봉돌로 준비했습니다.
전날의 두성 포인트와 마찬가지로 날물에는 좌측으로, 들물에는 우측으로 조류가 흘렀습니다. 특히 들물 때 갯바위에서 멀어지면서 우측으로 뻗는 조류가 마음에 들었네요. 작은 자리돔 이외에는 잡어가 크게 없어 낚시하기에는 정말 편했습니다.

제 자리 우측의 모습입니다.
동출한 "새엄마는 이계인"님이 열심히 채비를 흘리고 있네요. 해의 위치로 봐서는 5시가 조금 넘은 시각인 듯 합니다.

건너편의 이웃님이 찍어준 사진입니다. 대부분 혼자 다녔던 예전에는 보기 힘들었던 제 낚시 모습이네요.
지금도 가끔 제가 낚시하는 사진을 볼 때면 쑥스럽고 어색합니다. 몇 마리 낚지 못해 타이밍 맞추기 힘들었을 텐데 멋진 사진을 남겨주셨네요 ^^" 뜰채에 담기는 녀석은 아마 30cm가 조금 넘는 긴꼬리 벵에돔이었던 듯 합니다.

그리고 이날 처음 보는 물고기를 낚았는데요......
흔히 갈전갱이라고 부르는 녀석과 비슷한 모습이었습니다. 당싱는 정확한 이름과 독성 유무를 몰라 서둘러 방생했습니다. 철수배에 올라 선장님께 물어보니 제주도에서는 "꽥꽥이"라고 부르는 어종이라 합니다. 찜이 맛있어서 제주도 낚시인들은 챙겨온다고 하네요 ^^;;;
대부분 30cm가 넘어가서 손맛은 정말 좋았습니다. 제가 한 마리, 이웃님이 네 마리 정도 낚았네요. 숙소로 와서 다시 검색해보니 "노랑점무늬유전갱이"가 맞는 것 같았습니다. "남양 갈전갱이"라는 방언으로도 불린다고 하네요.

이날 기준치 이상 15마리 정도의 벵에돔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이 긴꼬리 벵에돔이었습니다. 25cm 이하의 벵에돔들까지 포함하면 훨씬 많은 마릿수였고요. 4시간이 안 되는 짧은 낚시 시간과 처음 내리는 포인트라는 걸 감안하면 나름 괜찮은 조과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입질은 주로 갯바위로부터 30m 이상의 거리에서 들어왔습니다. 발앞에 밑밥을 몇 주걱 주고, 본류가 시작되는 지점에 채비와 밑밥을 던져놓고 흘리다 보면 시원하게 원줄을 차가는 긴꼬리 벵에돔의 입질이 이어졌습니다. 예민한 채비, 정확한 동조가 중요하기보다는 벵에돔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밑밥띠를 유지시키는 게 관건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입질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밑밥을 너무 많이 주지 않는 것도 신경을 써야 하고요.

낚은 벵에돔들은 사진만 남기고 항에서 모두 방생했습니다. 이웃님이 낚은 35cm 급 긴꼬리 벵에돔이 이날의 장원이네요!!
매끈한 긴꼬리 벵에돔의 모습은 언제 봐도 너무 예쁩니다. 시원한 입질에, 입맛까지 좋으니 낚시의 대상어로는 완벽하다는 생각입니다. 내년 2월 정도까지는 제주도를 자주 찾아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짧은 시간 동안 마릿수 손맛을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는데 한 가지 아쉬운 부분이 있었습니다.
제주도에는 "해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해질녘", "해거름"을 말하는 "해참"이 변형되어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해창 때는 발앞에 밑밥을 주고 전자찌를 이용해 근거리 낚시를 하는 것이 공식처럼 되어 있습니다.
좌측 간출 갯바위에서 낚시를 하다가 어두워지고 자리가 잠기면서, 원래 낚시를 하던 곳으로 옮겨 이웃 분과 같이 내린 낚시인의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저희 둘은 오후에 낚시하던 방식에서 전자찌로만 교환한 상태였고, 가까이에는 입질이 없어 대부분의 밑밥은 발 앞에 주더라도 채비는 20m 정도 멀리 던져 입질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갑자기 옆에 있던 낚시인이 한 마디 합니다.
- 낚시인 : "해창에는 그렇게 멀리 낚시하면 안 됩니다. 이 앞에 물골이 있고, 입질은 여기서 옵니다."
- 저 : "다른 낚시인으로부터 이 포인트는 장타 낚시에서 입질이 잦고, 해창 때도 가까운 곳보다는 먼 곳에서 입질이 들어온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 낚시인 : "아닌데......"
- 저 : "......"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을 것 같아 대꾸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낚시를 진행했고, 이후로도 연속된 입질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해창이 되면 벵에돔들이 갯바위 가까이 다가와 먹이활동을 하는 것이 맞습니다. 벵에돔뿐만 아니라 다른 어종도 그건 다 마찬가지입니다만, 채비를 발앞에만 던져 낚시를 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지 않습니다. 주간보다 더 갯가로 붙는다는 것이지, 발앞까지 온다는 뜻이 아니잖아요. 저희가 30m 이상을 던지는 것도 아니고, 발앞에 밑밥을 안 주고 있는 것도 아닌데......괜히 저희 쪽에 입질이 집중되니 짜증을 내는 것으로 느껴졌습니다.
사실 낚시 자리를 정할 때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이 빠질 때까지 2시간 넘게 낚시를 하지 않던 저희는 포인트에 건너갈 수 있는 상황이 되자 먼저 넘어갔습니다. 둘이서 밑밥통 하나를 우선 설치하고 다른 밑밥통과 스탠드를 옆에 놔두었는데, 배를 댄 곳에서 낚시를 하고 있던 그 낚시인이 헐레벌떡 밑밥통과 스탠드를 들고 다른 낚시 자리로 들어왔습니다. 주인이 있는 갯바위도 아니니 권리를 주장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기분이 못내 좋지는 않았습니다.
처음 하선해서 반갑게 인사를 나눈 것도 아니고, 간식을 나눠먹은 사이도 아닌데 그날 대화의 첫마디가 "장타 낚시를 하지 말라"라는 것이니 참 어이가 없었네요. 해창 낚시를 시작하기 전 "해창 때는 가까이 낚시를 하시죠"라고 한 마디만 했어도 저희가 그런 낚시를 하진 않았겠지요.
철수 시간이 다 되어도 낚싯대를 접지 못하고, 항해등이 갯바위를 비출 만큼 배가 가까이 와서야 허둥지둥 채비를 정리하는 모습은 밑밥통과 스탠드를 들고 급하게 물을 건너오던 그 모습과 너무나 비슷했습니다.
포인트 하선 전 선장님과 "오늘 고기가 좀 필요하다"라는 낚시인의 대화를 듣고, 조과를 전부 나눔하려던 원래의 생각을 고쳐먹고 모두 방생했습니다. 철수 후 선장님이 다가와 "해창 때는 발앞에만 밑밥을 주고 갯바위 5m 부근을 노리면 됩니다"라는 말이 왜 그렇게 씁쓸하게 들리던지요 ㅠㅜ (4일 연속 그 선장님 배를 타면서 나눈 대화의 대부분이 "두 분 내리세요!" 였을 정도였습니다)
낚시인 개개인마다 자신의 기준이 있을 것입니다. 저 또한 그렇습니다. 하지만 나만의 방법이 옳고, 그렇지 않은 상대방의 방법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다른 낚시인에게 자신만의 방법을 먼저 표현하는 건 실례라고 생각합니다. 혹시나 상대방이 물어본다면 조심스럽게 얘기해 줄 수는 있겠지요. 그 외의 경우에는 자신이 경험하며 준비했던 모든 방법들이 맞는 것입니다. 조과의 많고 적음이, 방법의 옳고 그름을 증명해 주는 것 또한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아쉬운 부분은 아쉬운 부분으로 남기고, 정리를 마친 뒤 불고기 정식으로 즐거운 뒤풀이 시간을 가졌습니다. 숙소 근처에 맛난 식당들이 많아서 좋네요. 따뜻한 찌개와 시원한 밀면에 반주를 털어 넣으니 하루의 피로가 풀립니다.
사진에는 안 나왔는데, 식사 중 서비스로 제공된 생선구이가 정말 맛있었습니다. 일하는 분이 생선을 내오며 "벵꼬돔"이라고 얘기하시고, 맛을 보라고 합니다. 크기는 작지만 바삭하면서도 간도 적당해 입맛에 잘 맞네요. 나중에 찾아보니 "황돔"이라는 도미과 물고기였습니다.

숙소에 돌아와 정리를 마치니 딱 "도시어부"가 방영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반나절 갯가에서 머물렀던 저희였지만 돌돔 선상낚시 편을 재밌게 봤네요. "도시어부" 둘이서 다른 "도시어부"들을 즐겁게 시청했습니다 ^^"
이번 일정의 3일째인 다음 날도 가파도로 향했습니다. 영상과 사진으로만 접했던 "넙개"에서 현지 낚시인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왔습니다. 내일은 그 이야기를 남겨보려고 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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