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모에 이어 준비할 시간도 없이 정출에 가야만 했다. 아니 꼭 가야만 했다는 표현이 맞겠지, 부산 처가 외삼촌 생신을 뒤로하고 고민고민하다 선택의 여지가 없는 조행길에 결국에는 나서고야 말았다.
참 해도해도 너무하다는 마눌님의 역정을 뒤로하고 마음은 이미 거제 명사포구에서 장사도,죽도 한산권 부속섬으로 감시사냥 동호회원들과 뱃전에 몸을 실었기 때문에.. 누가 뭐래도 이시간 만큼은 어느 누구에게 간섭받지 않고 오직 나만의 공간이다.
요즘 하선 순서를 정하는 조추첨을 하면 1조에 당첨이 되는것이, 잘하면 로또대박이라도 나는것 아닌가 몰라, 장대형님과 오랜만에 같이 갯바위에 서는것 같다. 작년 다대에 단둘이 번출을 다녀온후로 이번이 처음이니까,
항상 맏형처럼 어젓하시고 그냥 마음이 편한분이다. 내린곳은 장사도 끝여, 족발과 컵라면 김밥을 다같이 먹을려니 배가 너무 불러온다. 오늘만큼은 채비손실없이 낚시를 한번 해보자, 그런 생각은 잠시, 채비를 하다 실수로 낚시대 초릿대를 먼저 해먹고(역시나..)
그동안 가방속에 쳐박혀 있던 3칸반 민장대를 꺼내어 크릴 한 마리 끼우고 맥낚시를 하자 망상어, 볼락의 입질이 이어진다. 살릴려고 두레박을 던져 끌어올리는데 이번에는 두레박에 묶어두었던 로프가 끊어져버린다. “어라 이러면 오늘 낚시 재미없는데”
속으로 이렇게 투덜거리며 예비대에 야광찌를 셋팅하고 낚시를 하였으나 이렇다할 조황은 없고 봄바람과 같이 가슴과 코를 자극하는 아침 갯내음, 빛바랜 사연을 접어두고 낚시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희미하게 비진도, 가왕도,성문도가 눈앞에 펼쳐진다.
언제봐도 바다는 나의 가슴에 파도를 발산하는 매력이 있다. 물론 그매력에 빠져 현재 자신이 갯바위에 서있고 그리고 수없이 되뇌여 보았지만 결론은 파도처럼 살아야 한다는것을, 때로는 부드럽게 손과 발을 간지러듯 때로는 무서운 폭풍과 동반하는 공포의 파도,
그것이 어쩌면 인생사와 유사하므로.. 장대형님과 효과적으로 감성돔 공략을 하기위해 조류세기에 맞춰 낚시를 하고 있지만, 처음에 조류는 본류대로 금방 찌가 사라져 버린다. 물이 약간 죽을때 채비를 멀리 던져 밑채비를 완전히 가라 앉힌후 밑걸림이 심한
간출여 주변으로 끌어들이자 스물스물 가져가는 입질 챔질을 하였으나 묵직한게 감시라 기대하였지만 형님의 뜰채질로 올라오는놈은 5짜 놀래미 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저 미안할뿐이다.
조류 소통이 짧지만 약간 좋아질때 형님과 채비를 조류상류쪽에 던진 다음 밑채비를 안착시키면서 공략하였지만 오늘은 원줄이 몇 번이고 밑걸림에 나가버린다.밑밥도 무겁게 쳤건만.. 그런데 왜 이렇게 마음이 조급해 오는데는 이유가 있었다.
낚시를 하고 있는데 하늘이 전화가 와서 “형님 몇 마리 했습니까” 풍기는 뉘앙스가 어찌 다른때와 좀다른것이 목에 힘도 주는것 같고 “왜 없는데” 우리는 3마리 했습니다.
대덕도 천년송 갯바위에 내려서 낚시하던 대감,쏘가리,하늘이가 각1마리씩 했다는것“
이게 또 사기치는것 같기도 하고 아니것 같기도 하고.. 이말을 듣고 어떻게 느긋하게 낚시를 할수 있나 이말이지, 철수가 언제냐고 형님에게 묻자 1시에 철수란다,
아직 시간도 있어 중날물쯤 볼수 있겠다 싶어 소량의 밑밥과 함께 아침밥도 굶고 낚시에
열중인데 갑자기 11시 철수라고 한다. 그래서 우리 우측에서 낚시하던 명철이,수북이가 짐을 꾸리고 갯바위에 앉아서 소주를 마시고 있었던 이유를 알것 같다. 급히 짐을 챙기고 있을때 미래호가 들어온다,
어제 먹다남은 족발을 챙겨 쪼그려 앉아서 하얀 소금기와 같이 곁들여 먹는 족발도 맛있다. 나와서 버스에 짐을 넣고 명사포구에서 매물도 가는 유람선과 낚시배가 일요일을 말해준다.
각자 조과물을 꺼내어 간단하게 기념촬영을 하고 낚시점 야외 뷔페장에서 회를 장만하여 시원이와 감시사냥 정분을 털어 놓으며 즐거운 시간을 보낸 이번 정출, 얼마나 회가 많던지 시간에 쫒겨 버스에서 남은 술과 못다한 이야기, 또 태진에서의 점심..
이세상에 하나 부러울것 없는 감시사냥 3월정출 참가하신 모든분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그리고 당분간 뇌리에 남을것 같습니다. 그리고 허접하지만 용가리가 마음에 담고 있던 심정을 한번 표현해 봤습니다.
저멀리 보이는 수평선에 나는 서있다
차가운 물방울로 부서지는 갯바위에..
하늘과 바다가 그리고 내가 하나된다
낚시대를 드리우며 답답한 가슴을 내던져
본다. 긴세월을 넘어 오늘도 난 신선이 된다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않은 저 바다에서
무슨꿈을 꾸고 어떤 만남을 위해서..
달콤한 꿈을 꾸고 막 깨어난 작은섬은
오늘도 추억으로 그리움을 쏟아 내건만
포말이 부서지는 갯바위 허공은 하얀
갈매기가 떼지어 날고 바다에 빠져버린
고독은 무엇을 갈망하며 뱉어 버리고자
하나 태고의 흔적은 찾을길 없다,
아 파도여, 긴바다 끝에 내가 서있다.
밤바다에 별빛보다 찬란한 등대불이
가슴속으로 새어 나와 깜빡인다.
아 파도여, 무엇을 남겨놓고 갈것인가..
절대 잊을수 없는 그리움 등대불이 밝혀
주소서.. 그리고 넉넉한 마음을 별들과
함께 노래하게 하소서..
(2008.3.9.부시리인생 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