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8일 가려던 낚시가 제 15호 태풍 크로사 때문에 일주일 연기 되었다. 남해안에 영향을 끼치는 바람에 선장님이 출조 취소를 한다 하여 8일 낚시를 포기하고 말았다. 휴가 내놓았던 것을 8일 출근하여 취소시키고 안타까운 마음에 회사일이라고 제대로 될 리가 없었다.
인낚 선상조황에 떳던 전날 나온 고기(이거 보고 출조를 결정했다)
일주일 순연하여 15일 낚시 가기로 다시 일정이 잡혔다.
이번에 함께 출조 하는 일행들은 집사람이 다니는 에어로빅 학원을 통해 알게 된 부인들의 남편들이었다. 당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아원아빠, 본인과 유사한 업종의 회사에 다니는 경섭아빠가 이번 출조의 일행이었다. 본인이 낚시 다녀오면 사가지고 온 회에 소주한잔 하며 먹다가 다음에 함께 출조하자고 하여 잡힌 일종의 번출이었다.
낚시는 처음해보는 아원아빠와 기본적인 낚시장비는 갖추고 있는 경섭아빠를 낚시에 입문시켜 함께 출조를 해보려고 꼬득였는데 반은 넘어간 셈이다.
굴 양식장에 포인트를 잡았다. 들어가야 할 막대찌가 들어가질 않는다
함께 다니려면 고기를 직접 잡아봐야 그 손맛과 찌맛을 못잊어 함께 다닐 수 있을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선상낚시가 제격이라는 판단으로 녹동의 모 선장님께 예약을 해놓았다.
그런데 14일 저녁에 선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어대니 15일 출조를 포기해야 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젠장 낚시가려고 예약만 해놓으면 왜 이리 날씨가 받쳐주지 않나” “태풍이 올라오질 않나, 바람이 터지질 않나”
밤 늦게까지 봐서 다시 전화하겠다고 해놓았는데 역시나 마찬가지로 출조를 포기해야 겠다는 선장님의 말이었다. 멀리서 왔는데 바람 때문에 출조를 못하게 되면 어쩌나 하는 선장님의 배려에서 였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선장님이 옆에서 찌를 함께 흘리고 있다
경섭아빠집에 가서 인낚의 조황을 둘러보며 출조에 대해 상의를 하였다. 결론은 이미 휴가도 내놓고 했는데 통영쪽으로 가자는 결론을 내었다. 통영쪽에는 바람이 안분다는 현지 낚시점의 얘기가 출조를 강행하게 만들었으며, 내만권이라 바람이 분다 해도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는 판단에서 였다.
더욱 우리의 출조를 강행하게 만들었던 것은 모낚시점의 선상(덴마) 조황속보에 눈이 휘둥그레 졌기 때문이었다. 말 그대로 초대박 조황이었다.
오전에는 바람이 제법 불었으나 오후에는 바람도 멎고 낚시하기 좋은 조건이었다
새벽 5시 30분까지 오라고 했는데 일찌감치 11시에 출발을 하였다. 설레여서 어차피 잠도 오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신 거제 대교 밑에 위치한 낚시점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3시 30분 이었고 차안에서 한숨 자고 일어나니 낚시점에 불이 켜져 있었다.
밑밥과 미끼를 준비하고 어제 대박조황이 났던 덴마에 우리는 내렸다.
덴마에 오르자 마자 밑밥을 손으로 뭉쳐 열 댓번 조류의 상류에 던져 넣었다. 수심을 재보니 12m 정도였고 조류도 알맞게 가고 있었다.
좌측 상단에 신 거제 대교가 보인다
아원아빠, 경섭아빠의 채비를 셋팅해주고 나도 준비했다. 수심 12m 반유동, 3호 막대찌, 순간수중 3호찌, 목줄 중간에 B 봉돌 하나를 채웠다.
우리를 태우고 왔던 선장은 우리 옆 어장에 배를 묶어놓고 함께 낚시를 시작했다.
아원아빠의 막대찌가 부력이 정확히 안 맞아 채비를 다시 셋팅해주고 제대로 됐는가 흘려보는데 갑자기 찌가 쏜살같이 사라졌다. 같이 지켜보던 아원아빠도 깜짝 놀랐다. 큰 씨알은 아닌 것 같은 힘이었고, 역시나 20cm 정도 돼는 감성돔 이었다.
씨알은 잘아도 감성돔을 낚시로 잡았다는 데에 일행들은 더 크게 고무되어 낚시에 집중했다.
조금 있으니 경섭아빠가 입질을 받았다. 마찬가지의 씨알이었다.
감성돔이 있으니 더 큰 씨알이 분명히 있을 것 이라는 확신을 갖고 더욱 열심히 찌를 흘렸다. 밑밥을 뿌리면 제법 큰 씨알의 학꽁치도 보였다.
멀리서 낚시하던 조사님들(죄송하지만 고기 잡는거 못봤음)
10시경이 되니 조류가 바뀌어 낚시줄이 어장줄에 잘 걸렸다. 그러기를 한시간 정도 이제는 조류가 멈춰 버렸다. 조류가 없으면 물고기도 없다는 생각을 하고 나는 학꽁치 사냥에 들어갔다. 점심 먹으면서 회맛이라도 보여주어야 겠다는 생각에서 였다.
학킬러를 사용하여 잠깐 낚시에 20여 마리를 잡았다.
오늘 함께 했던 일행(좌측이 경섭아빠, 오른쪽이 아원아빠)
11시경 아침겸 점심을 먹으려고, 집에서 싸가지고 온 도시락에 학꽁치를 손질하여 소주와 맥주를 한잔씩 하였다.
우리가 낚시한 자리는 멸치배들이 왔다 갔다 하는 바람에 너울의 영향을 받는 곳이었다. 너울 때문에 멀미가 올 정도였으니 그다지 좋은 포인트는 아닌 것 같은데 어제 대박이 났다니.....
학꽁치 회와 집에서 싸온 도시락
주변에 있던 낚시인들도 감성돔은 포기하고 학꽁치를 잡는 것으로 보였다.
아원아빠는 졸립다며 쿨러 위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나는 인솔자로서 한 마리라도 잡아 체면치레를 해야 할텐데라며 철수시 까지 열심히 하였다. 그러나 결국 나와 경섭아빠가 20cm 정도 되는 것으로 각자 한 마리 더 잡고 상황은 끝이었다.
흑흑흑흑흑
지쳐서 아원아빠가 자고 있다
당진까지 올라가려면 철수를 2시에는 해야 했다. 잡지도 못했으니 또다시 통영 중앙시장에 들려서 고기를 사가야 할 판이었다. 집사람에게 전화하여 “오늘 몇 명이서 먹어야 하냐” 라고 물어보았더니 “13명 정도 모일거야” 라는 것이었다. 에어로빅에 함께 다니는 주당 회원들이 다 모이는 것인가 보다. 단골 아주머니에게 전화하여 10만원어치의 고기를 주문해놓았다.
부부 조사님이 학꽁치로 어종을 바꿔 낚시하고 있다
낚시점에 들려 “어제는 그렇게 많이 나왔는데 오늘은 왜 그래요” 라고 낚시점 사장에게 물어보았더니 “어제 조황은 일년에 한번 있을까 말까하는 날” 이라는 것이었다.
아쉬운 철수(그래도 표정은 밝다)
중앙시장에 맞춰놓은 회를 사가지고 당진에 올라가며 우리는 차안에서 다음 출조를 정하였다. 우리 노는 날 바다 물때를 맞추는 것이 아니라 바다 물때에 우리가 맞추자고 의기투합, 녹동 선장님께 전화를 하여 가장 좋은 물때를 점지 받았다. 11월 6일 4물이 가장 좋다는 선장님의 말씀에 맞춰 또다시 도전하기로 하였다.
아쉬움을 남기고......
아원아빠는 가게를 부인에게 맡기고 애들은 우리 집사람이 봐주기로 결정하였고, 나는 또다시 휴가를 내기로 하였다.
가장 좋은 물때에 맞추니 11월 6일은 대박조황이 있을 것이다.
고기 많이 잡을까봐 가져갔던 그 대장쿨러를 11월 6일은 반드시 고기로 채워보리라......
기다려라 11월 6일아! 녹동에 발전님과 그 일행들이 간다......
마무리 기념 촬영(11월6일을 기다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