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고마비의 계절. 무더웠던 올 여름을 견딘 이삭들이 들녘을 황금빛으로 물들이고 어느새 푸른빛의 산들이 붉은색 옷을 갈아입곤 다가올 겨울을 준비하는 시기. 모두들에게 넉넉함을 안겨주는 좋은 계절인 가을입니다. 물론 넉넉함은 바다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가을 감성돔 낚시. 연중 마릿수가 가장 좋고 초보자도 감성돔의 손맛을 기대할 수 있는 가장 확률이 높은 시기. 바로 그런 계절입니다. 가을의 한 가운데인 10월, 남해 중부권 다랑도로 다녀왔습니다. 정확한 행정구역은 완도군 금일읍에 속하는 다랑도는 장흥군 회진이나 고흥군 녹동이 진입깃점이 되는 곳으로, 초봄 오름 감성돔과 가을 내림 감성돔이 어김없이 기착하는 매력적인 곳입니다. 새벽 4시. 회진항을 출발한 낚시배는 40여분을 달려 우도 남서쪽에 몇 팀의 낚시인들을 내려주곤 지척인 소다랑도로 진입합니다. 소다랑도 남쪽 쌍 홈통 좌측 포인트. 들날물을 가리지 않고 소다랑도와 다랑도 사이의 물골에서 흘러나와 우측으로 흘러가는 곳에 태워 낚시를 해보라는 선장님의 자세한 설명을 귀에 되새기며 어느새 차갑게 느껴진 캔커피 한모금을 들이켜 봅니다. 짧은 여명과 함께 찾아온 가슴 설래이는 그 순간, 항상 이 시기 감성돔 낚시에 사용하는 1호대에 2,500번 릴을 집어 듭니다. 원줄은 2.5호, 목줄은 1.75호, 감성돔 바늘 3호 3B찌에 2B의 침강력을 가진 조수고무를 끼우고 목줄에는 G3 봉돌을 물리고. 다소 조류가 있어보여 7M에 밑걸림이 발생한다는 상황을 고려해 찌매듭은 9M에 고정시키고 낚시를 시작해봅니다. 거의 끝들물에 가까운 시간이라선지 조류가 방향을 잡지 못해 좌우로 갈피를 잡지 못하는 상황. 미끼도 넣으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간혹 올라오는 복어와 노래미 우측에 내린 또 다른 팀은 이미 감성돔을 잡았는지 살림망이 바다에 떠 있는 것이 보이는데 아직까지 이렇다한 입질은 없고 낚시 시작한지 한 시간은 훌쩍 지난터라 초초한 마음 입니다. 밑걸림이 생긴 것처럼 살포시 물밑으로 잠겨드는 움직임에 챔질을 해보니 바닥해초 같은 것이 걸려서 나옵니다. 그런데 나오면서 수면을 검은 먹물로 위협하는 것이 쭈꾸미가 걸린 것으로 순간적으로 판단했는데, 왠걸 올려놓고 보니 갑오징어가 크릴을 탐내다가 입 부분에 걸린 겁니다. 찌낚시에 걸려 올라올 정도면 이곳에도 갑오징어 자원이 꽤나 많은가 봅니다. 다음에는 애기라도 준비해서 다니던지 해야 겠네요. 만조시간을 지나고 조류가 오른쪽으로 약하나마 방향을 잡아갈 무렵, 드디어 첫 감성돔 입질이 찾아옵니다. 9M에 고정한 매듭으로 빨간 색의 찌가 서서히 접근해가며 매듭이 50cm 정도 남았을 무렵. 순식간에 물밑으로 사라지는 찌와 함께 전율적인 손맛을 안겨줍니다. 밑밥을 꾸준하게 품질 해 온 탓인지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 지는 입질들. 시원한 입질과 가을 감성돔의 화끈한 당길맛에 시간 가는지 모르고 삼매경에 빠져봅니다. 씨알은 그리 크지 않으나 30 초반에서 40에는 다소 못 미치는 크기들. 하지만 모습은 눈부실만큼 은빛 찬란한 어체를 가졌습니다. 때마침 좌측에 발견한 자연 저장고에 기포기만 틀어놓고 잡히는 족족 넣어 둡니다. 집중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드문 드문 알맞게 이어지는 입질에 8마리의 감성돔으로 흡족한 하루를 즐길 수 있었습니다. 철수길, 원활하지 못했던 조류에 마릿수 조황은 보인 하루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서운함없이 몇 마리의 감성돔들은 다들 바칸에 살려가는 것으로 보입니다. 아직 채 지나지 않은 가을. 몇 번의 내만권 출조가 더 이어질 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다랑도와 덕우도권으로 열심히 다녀볼까 합니다. 멀리 가지 않아도 감성돔 낚시로 하루를 즐기기에 부족함이 없는 시기입니다. 아직 내려 봐야할 포인트가 너무 많고 낚시 다닐 수 있는 시간은 부족하고,,,,,,, 낚시에 대한 갈증은 도저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인가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