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제도... 그리고 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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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도... 그리고 친구...

1 납덱이 34 5,931 2017.03.22 02:01
지난 18,19,20일(금토일) 오랜 낚시 선배이신 상무님과 함께, 시즌 처음으로 늦게나마 둘이 오붓하게 황제도에 다녀 왔습니다.
남서부권이 전체적으로 황토물과 낮은 수온임을 이미 알고 있던터라... 별 기대감 없이 두 사람은 서울에서 출발 완도 도착후 객선에 몸을 실었습니다.

우린 낚시꾼이기에...
황제도는 대물과의 손맛과 마릿수를 늘 안겨주던 곳이기에... 겉으론 서로 한 마리만 잡자고 말하지만, 속으론 함께했던 예전 대박 조황을 회상하고 이야기 하며 서로를 잔뜩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 했습니다.
그런 심장의 떨림을 위해 낚시꾼은 바다로 가나 봅니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황제도가 손에 잡힐듯 다다를 즈음, 생각보다 물색이 괜찮네요.
두 사람의 기대감은 더욱 상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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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월 황제도 알매 사진 )



도착후 선착장에 나와있던 현지 지인들과 인사하며... 출발 몇일 전 이미 전화로 확인 했던 현지 조황을 물어 봅니다.
'명진씨 요즘 고기 좀 나와요?'
'물색이 시꺼멓고 수온이 낮아서 긍가... 안나오는 디요...'
겉으론 실망하는 듯한 표정을 짓지만... 속으론 '에이 그래도 황제돈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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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도엔 비록 몇 안되는 가구수지만, 교회가 한 채 있습니다.
민박집으로 가는 길에 목사님께서도 반겨 주시네요.
'드디어 기다리던 사람들 왔네...'
지난 우리 일행들의 조황을 잘 아시기에... 그 말 한마디로 또 한번 우리를 설레게 만듭니다.

항상 함께하던 상무님, 주마등님, 조남감시님, 그리고 저 납덱이... 네 사람 모두 함께 였으면 더 좋았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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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월1일 황제도에서... 좌측부터 상무님, 납덱이, 조남감시님 )


민박집에 대충 짐풀고 빠른 점심식사 후... 명진씨네 배를 이용 포인트로 이동합니다.

포인트에 도착해보니... 올때 봤던거와는 달리 명진씨 말처럼 바다색이 까맣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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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 화창한 날씨임에도 황제도가 텅텅비어있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식아... 물색이 안좋으면 고기가 벽을타고 뎅기고, 청물에는 깊은곳에 배깔고 뎅긴다.'
'식아... 조금에는 곶부리를, 사리때는 홈통을 노리야 된다.'

어릴때 부터 듣던 낚시 공식과 같던 아버지 말씀이 생각납니다.

보통 황제도에서의 제 채비는 이렇습니다.
1호대에 3호 원줄, 3.5~5미터까지 길이의 2호 목줄, G2~5B 까지 전층이나 반유동... 잡어의 활성도나 유속에 따라 수시로 바꿔가며 사용하는 채비... 
뭐 특별할 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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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과 같은 아버지의 말씀을 반영하듯 수심 3~4미터 권의 갯바위 홈통 벽쪽을 그날 메인 포인트로 선택합니다.

물색이 조금씩 좋아지더니... 언제나 그렇듯... 그 공식은 정확히 맞아 떨어져 나쁘지 않은 조황으로 이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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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제일 큰녀석은 1미터 정도 길이의 1.75호 정도로 보이는 수염이 길게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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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떤 분인지... 이녀석 터트리고 얼마나 아쉬워 하셨을지... )

첫 날 낚시를 정리하고 4짜 한 녀석만 챙겨들고 나머진 배 물칸에 살려둔채 민박집으로 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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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무님의 현란한 칼 솜씨로 장만된 안주...

역시 뭐니뭐니해도 느즈막이 철수후 민박집에서 샤워후 쓰디쓴 소주 한잔과 먹는 회 맛이 최고인듯 합니다.
거기다 많은 시간 갯바위를 함께 누비었던 지인들과 함께하는 시간이면 금상첨화 겠죠.
상무님 덕에 동생은 항상 이런 호사를 누립니다.

금요일엔 텅텅빈 황제도가 토요일엔 모여든 낚시꾼들로 가득차 있네요.
그럼... 이게 영등철 황제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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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도에서의 하루 하고도 반나절 동안 두 사람의 조황은 총 10마리... 그 중 절반만 4짜 이상...
포인트에따라 30남짓되는 녀석들이 바늘에 달려 별 힘없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여기까지가 황제도에서의 하루 반나절 조행기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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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도에서의 이틀날 아침 출조길에 일출을 바라보다 보니... 저 멀리 반갑고도 반가운 역만도가 어렴풋 보이네요.
역만도가 더욱 반가운 이유는 한 친구 때문입니다.


이스크라호 윤용씨...

약 4년 전부터 감성돔 시즌이면 왕복 800km 남짓 거리를 일주일에 한 번... 못가도 2주에 한 번은 꼭 찾아가던 곳...
초등에는 손죽도로 12월부턴 역만도로 참 많이도 다녔네요.
낚시야 유일한 제 취미이자 낙이지만, 그것만으로 그리 줄기차게 그곳에 다녔던 것 만은 아닙니다.

낚시란게 참 희한합니다.
낚시를 다니다보면 처음 본 사람과도 쉽게 친구가 될 수 있습니다.
쉽게 가까워진 만큼, 또 쉽게 멀어지기 할때도 있지만... 평생 가까운 지인으로 인생의 절반 가까이를 함께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아버지가 그러셨던 것 처럼....


이 친구와의 첫 만남은 2011년 12월 입니다.
그 전엔, 인낚을 통해 이미 익숙한 닉네임 정도로만...
아버지와 함께 일주일간 추자 나들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조행기를 쓰게된 계기를 만들어준 두 분중에 한 사람이었죠.


아버지와 추자나들이 이후 제게 참 많은 일들이 있었네요.
다녀온 뒤 같은 달 말에... 아내가 암 판정을 받고... 힘겨운 수술과 항암...
항암... 겪어보신 분이나 바로 옆에서 지켜 보셨던 분들은 잘 아실거에요.
얼마나 힘들고 또 힘들어 하는지를...
우선 먹는게 제일 힘듭니다.
담백한게 먹고싶다는 아내 말에 생각나는게 하나 있네요.
삼치 스테이크...
당장 신선한 삼치를 생각하니 그래도 얼굴 한 번 봤다고 나로도 수협 옆에 사는 윤용씨가 생각 납니다.
여차저차해서 그러는데... 어려운 부탁인줄 알지만 돈 드릴테니 수협에서 삼치 한 마리만 큰 놈으로 사서 붙여달라...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알겠어요. 주소나 찍어줘요.' 이러곤 별 말이 짧게 통화후 전화를 끊습니다.
그리곤 이틀후 도착한 잘 포장된 스티로폼 박스를 열어보니... 엄청난 크기에 싱싱한 삼치 두 마리가 들어 있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윤용씨 고마워요. 잘 받았어요. 얼마주고 사셨어요?. 돈 드릴테니 계좌좀....' 하니
'에이... 그냥 놔두세요.'합니다.
자꾸 물어봐도 몇 번을 똑 같은 말만 되풀이 합니다.
알고보니 윤용씨 아버님께서 잡으신 삼치를 어머님께서 손수 손질해서 보내 주셨답니다.
그리곤 이 친구 끝까지 돈을 안받습니다.
....
지금 생각하니...
아내가 항암치료를 무사히 이겨 낼 수 있었던 것도... 그 삼치 덕분이었네요.

그래서, 이스크라호가 태어난 해 부터 시즌만 오면... 일주일에 한 번씩 그 친구 얼굴보러 달려 갑니다.

지금은... 가을이면 아내와 함께 나로도로 달려 갑니다.
늘 함께하던 지인분들이 바쁜 탓도 있겠지만... 이제는 그 친구집에 하루 신세져도 부담 안되는 그런 사이이 되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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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낚시가 아니어도 친구 내외와 함께 나들이를 하기도, 서로 맛난걸 만들어 먹기도 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아내의 사진중... 가장 행복하고 밝은 표정을 사진속에 담은게 함께 나로도 편백나무 숲 나들이중 숲속 밴치에서 제 다리를 베고 누웠을 때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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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를 보고 웃는게 아닌 아래 사진속 하늘이 좋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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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친구가 참한 아가씨를 데려와 결혼한게 엊그제 같더니... 이젠 조카까지 낳으러 서울로 갔습니다.
오늘 처음 카톡으로 보내온 조카 사진 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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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엄마를 닮아야 하는데... 아빠를 닮은 것 같습니다.
제발 성격만은 엄마를 닮아야 할 텐데...


이 친구 배를 타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낚시배에선 친한 사람이라고 특별 대우를 바라면 안됩니다.
오히려 처음 오신분들을 더 배려해주려 노력 하는것 같습니다.
저요?.  전 지금껏 손죽도나 역만도에서 유명 포인트는 거의 못내려 봤습니다.
언제나 제가 실험이나 체크 대상인 듯 대합니다.
다들 역만도 가는데... 혼자만 손죽도에 내려주며 '고기 들어왔나 해보세요' 이러고 갑니다.
그렇게 오래 다니다 보니... 다른 분들은 기피하는 물때와 상관없이 항상 똑 같은 곳에서만 낚시를 합니다.
'낚시의 조황은 현지 경험만한게 없다'는게 정답인듯... 작년 제작년엔 감생이시즌 꽝은 단 한 번도 없었네요.
작년 9월부터 시작한 이번 시즌엔 20여회의 출조에 단 2번의 꽝이 있었네요.


황제도에서 떠오르는 일출 옆으로 희미하게 보이는 역만도가 반가운 이유가 바로 이 친구 때문입니다.
산모는... 조카는... 건강한지...
서울 어느 병원이냐고 물어보려 전화하면 안받고... 카톡으로 물어보면 비밀이랍니다.
찾아 갈까봐... 폐 끼치는 걸 죽기보다 싫어 한다는 걸 잘알지만, 뭉디... 그게 다 사람사는 정인데...
보고싶은 조카 얼굴 사진 카톡으로 보내주며 산모도 조카도 건강하단 말만 겨우 전해 들었네요.


끝으로 늙은 아빠의 이쁜 공주로 무사히 태어나준 너무나 고마운 조카를 위해 덕담 한 마디 남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이게 두번째 조행기를 쓰게된 진짜 이유네요.
다들 얼마남지 않은 시즌에 대물하시고... 건강하시기를...
저는 그 얼마남지 않은 시즌 동안 또 그렇게 주말이면 나로도로 내려가려 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는 지난 9월부터 손죽도로 역만도로 다니며 잡은 개인 조황사진의 일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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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 댓글
8 허니파파 17-03-27 09:06 0  
출조하실때 쪽지 함 주신대서 겨울 내내 잠 한숨 안자며 기다렸는... 농담입니다. 제 버킷리스트들 중 하나가 아들과 함께 낚시 가는겁니다. 저 또한 아버지따라 저수지, 바닷가 다니며 5살때부터 낚시를 배웠거든요. 그래서 첫째는 아들을 낳고 싶었습니다. 제 바램대로 첫째 아들 낳았습니다. 그 녀석 이름이 헌입니다 이헌. 그래서 제 닉넴이 허니파파입니다. 그리고 둘째, 셋째 한방에 낳았습니다 이란성쌍둥이.. 다행이 셋째가 공주님입니다. 요즘 공주님 보는 낙에 삽니다. 딸이 좋습니다.. 딸래미랑 낚시 다니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8 납덱이 17-03-27 14:27 0  
죄송합니다. 입이 열 개 라도 드릴 말씀이 없네요.
전화나 문자 주신분들은 저장했다가 한 번씩 동출 하셨는데... 제가 머리가 많이 나쁜가 봅니다.
너무 늦은 감이 있긴하지만... 얼마남지 않은 시즌이라도 괜찮으시다면 출조전 꼭 연락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소중한 말씀 감사합니다.
1 늑대왈왈왈 17-03-27 11:54 0  
이러니까 우리가 고흥으로 낚시가면 고기 구경을 못한다는...적당히 잡으셔야...
그래도 왜 매번 가는지...정말 애증의 나로도예요.

저는 처음으로 형님 조행기 읽네요.
좋아요~굿~
1 납덱이 17-03-27 14:34 0  
수현씨? 한 해, 두해 걸러서 한 번씩 봐서 긍가... 얼굴이 가물 가물 합니다. ㅎ
수현씨가 동출 한 다면야 냉장고 자리 양보해 줄 수 있습니다.
봄 바람이 살랑사랑 부는게... 마음이 싱숭생숭 하네요. 이럴땐 바닷바람 맞으며 갯바위에 서 있어야 하는데...
잘 지내시구요. 조만간 얼굴 한 번 보자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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