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멜바다피싱 출조 버스를 이용해서 전남 초도에 다녀왔습니다. 개인적으로 4개월만에 하는 출조 였습니다. 워낙 어복도 없고 실력도 없어서... 기대보다는 마음비우고 간만에 바다바람이나 한번 쐬자 라는 마음으로....
23일 새벽 4시 고흥 나로대교 아래에서 한바다호에 승선하여 처음 가보는 초도로 출발합니다. 조타실에 소파가 하나있네요. 당연히 가이드하시는 김사장님 앉아야 하는 건줄 알지만 신발벗기가 귀찮아서 안면몰수하고 그자리에 앉아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니 어느새 초도에 도착합니다.
가이드 김사장님 오늘은 수심낮은 여밭 포인트에 내린다고 하십니다. 그냥 내 이름 불러줄때까지 기다려 봅니다...
처음 내린자리는 앉는 자리 뒤편이 직벽인 포인트인데 수심은 정말 낮은 여밭입니다. 일출이 참 멋졌는데... 카메라가 꽝입니다.
여밭이라고해서 긴장했는데 큰 밑걸림은 없고... 생명체가 있기는 합니다만... 복어 한마리가 둥둥 떠다니며 빨간찌를 툭툭 치고 다닙니다. 그리고 시커먼 상괭이가 여기서 쑥 저기서 쑥... 간조가 오전 8시11분이었는데 나름 열심해 해봤지만 10시가까이까지 입질 한번 못 받았습니다.
그때 한바다호가 지나가면서 이동할꺼냐고 물어본다... 3초간 고민하다가 "네! 이동" 초스피드로 짐을 챙기고 다시 배에 오릅니다.(초면의 조사님이 도와주셔서 금방 배에 오를 수 있었네요.. 감사합니다.)
초도가 처음이니 아는 포인트로 없고 선장님이 가시는데로 그냥 갑니다. 한 10분쯤 이동하여 본섬 초입에서 내려 줍니다. 선장님이 지금 배대는 방향으로 치면 됩니다. 수심은 7~8m 하고 휭하니 가십니다. 얼른 물한모금하고 밑밥을 열주걱 뿌려봅니다. 물이 아주 천천히 왼쪽으로 가네요.
크릴 실한놈으로 골라서 "한마리만 물어봐라"하고 낮게 외치면 발앞에 아주짧게 첫캐스팅을 날립니다. 수심까지 내려가는 동안 밑밥을 몇주걱 오른쪽으로 주고나서 찌를 힐끔 쳐다 봅니다.
밑걸림이 있나? 수심 7m만 줄껄....생각하면서 채비를 살짝 들어줍니다. 투둑.... 채비를 쑥 가져갑니다. 이때 까지도 그 놈인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그것도 첫캐스팅에.... 대를 바짝세우고 릴링... 헉 이 놈이 그냥 갑니다. 앞으로 앞으로... 시에라 1.2호가 허리를 완전히 접네요... 처음 보는 광경입니다...ㅋㅋㅋ 양손으로 대를 잡고 버텨봅니다... 이때 가이드 김사장님의 말이 뇌리를 스칩니다.. 목줄 2호 쓰세요~요~요~오~ 감당안되는 놈의 힘에 불안감이 엄습합니다. 본능인지 뭔지.. 잘쓰지도 않는 레버를 조작합니다. 한번... 두번... 놈이 머리를 오른쪽으로 틀고 또 쑤욱,,, 쑤욱 움직입니다. 뇌를 스치는 생각 "반대로 땡기면 터진다.." 대를 놈이 움직이는 방향으로 틀고 릴링... 고기가 뜬다 싶더니 머리를 반대방향으로 틀고 또 제 갈길을 갑니다. 놈의 움직임이 꾹꾹이 아니라... 꾸~~~욱 꾸~~~욱 꾸꾸~~욱 이런 느낌입니다.
또 레버를 주고 대를 돌려 놈을 뜨워 봅니다. 이제 제법 고기와 힘겨루기가 됩니다. 대탄성으로 버티고 릴링을 반복합니다. 찌가 보입니다.... 한번더 릴링.... 놈이 물속에서 몸을 뒤트는 모습이 보입니다.... 와우 옆모습이 거짓말 쪼금 보태서 빨래판 입니다. 내 낚아본 감생이 중에서 젤큰놈이다 아드레날린이 마구 솟구쳐 정신이 몽롱합니다. 놈이 또 그 특유의 움직으로 물속으로 파고 듭니다 꾸우욱..... 버티자..... 버텼습니다....
그리고 그 놈은 다시 자기가 가야할 그 길로 가버렸습니다. 내 바늘을 입술에 달고... 낚시대가 벌떡 일어 섭니다.... 자기도 지 할일 다했다고... 채비를 회수해 보니 바늘 묶음이 풀려버렸네요..... 묶을때 약간 삑사리난걸 귀찮아서 그냥 뒀더니... 이 사단이 나고 말았습니다.
손이 덜덜 떨리고 다리도 후들후들 합니다. 뭔 정신인지 그자리에 밑밥을 몇주걱 퍼 줍니다. 그러면서 마음속으로는 오늘 낚시는 끝났다. 라고 되뇌입니다.
정신을 차리고 용왕님께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찐한 손맛 보게 해 주신 것 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용왕님...."
그런데 그 감사의 기도는 진심이 아니었나 봅니다. 이후 계속해서 왜그랬을까? 내가 왜그랬을까? 왜 그 바늘묶음을 그냥 뒀을까? 기본에 충실해야 했었는데.... 에휴~~~ 내가 그렇지 뭐... 이런 아쉬움과 자책이 나를 그냥 두지 않습니다.
목줄을 1.7호로 올리고 바늘도 다시 정성드려 묶습니다. 웬지 그 놈이 다시 올꺼라는 막연한 기대와 근거없는 확신을 가지는 환자가 되어서...
다시 캐스팅 조류는 아직 그대로 아주 천천히 왼쪽으로 이어집니다. 같은 자리에서 거짓말 처럼 입질이 옵니다..... "침착해" 라고 속으로 외치며 광속챔질...그리고 릴링 놀래미.... 그래도 오늘 내품에 안긴 첫 고기 입니다. 뽀뽀 후 방생...
다시 캐스팅 같은 자리에 들어가니 또 처음같은 입질이 옵니다. 챔질... 왔습니다! 그 놈은 아닙니다. 그냥 제법 힘은 씁니다... 꾹꾹꾹 쳐 박는걸 보니 감생이 맞습니다. 예의상 레버 한번 주고 고기를 띄워서 뜰채에 살며시 담아 줍니다. 35cm 정말 고마운 감생이 입니다. 아주 자~알 생겼습니다. 너~~무 기쁘고 고맙습니다... 오늘도 꽝 되는 줄 알았는데.... 연신 고맙다고 이쁘다고 말하면서 바늘뻬고 살림통에 넣고 기포기까지 틀어주고...
그런데 아까 그놈에 대한 아쉬움은 아직도 나를 괴롭힙니다. 한마리 했는데도 그 아쉬움과 안타까움의 정도가 누그러지지 않습니다.
내게 이런 기회가 또 올까? 더 천천히 했어야 되는거 건가? 첫 오짜 잡으면 사진찍고 뽀뽀하고 방생할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