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의 여러가지 습성 중에 자신이 고기를 잡았던 포인트에 대한 기억과 욕심은 특히 대단합니다.

낚시에 있어 여러가지 변수들인 물때, 조류, 바람, 수온, 채비, 미끼, 어복 기타 등등 열거하면 정말 많지만 

어쩌다가 대상어를 몇마리를 잡게 되면 흥분한 나머지 자신의 채비와 낚시법에 대한 강한 신뢰를 하게 되지만

특히 무엇보다도 고기를 낚았던 포인트에 대한 신뢰를 갖게 됩니다. 

지지난 주말 메가트럭님과 좌사리도 등대섬 물골자리에서

씨알 좋은 긴꼬리벵에돔을 몇 마리 잡고 보니

일주일 내내 다시 그 곳에 가고 픈 욕망이 꿈틀거립니다.

동생을 비롯한 단골낚시방의 조우들도 다시 한번 들어가자고 난리를 치고 해서

어쩌다 보니 지난 금요일 오후 자리를 잡으러 혼자 먼저 좌사리로 출조를 하게 됩니다.

여러분의 추천이 필요합니다.

통영지역에 적조주의보로 양식장의 폐사 등 난리가 나면서 낚시꾼들의 출조가 지난주보다는 못합니다.
야영꾼들과 얼마 안되는 출조객들이 출항을 준비합니다.
 

상사리를 대상어로 하시는 한 출조객을 연화도에 내려주는데 바다의 색깔이 심상치 않네요.
오후만 되면 극성을 부리는 적조걱정에 포인트에 손님을 내려주는 선장도 맘이 편치는 않는가 봅니다.

진*호는 연화도를 뒤로 하고 남해동부원도권 "좌사리열도"로 달려갑니다.

좌사리로 가는 곳곳에 적조끼가 조금씩 보입니다.

연화도를 조금 벗어나자마자 남너울이 사정없이 퍽퍽 뱃머리를 때립니다.

지지난주부터 꽤 불어댄 남서풍에 좌사리도 서쪽 포인트는 모조리 전멸... 낚시배의 접안이 불가할 정도입니다.

후발대를 위해 마음에 두고 있었던 포인트는 좌사리도 등대섬 "표지판 자리"

하지만 이미 많은 야영객들이 선점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맞은편 평늪도 이미 텐트가 3개 쳐진걸로 봐서는 만원...

결국 한팀은 기차바위에 내리고

저는 지난 출조때 메가트럭과 내렸던 '안통여'(선장님마다 부르는 명칭이 다르다고 하더군요)에 내립니다.

사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 출조의 경험도 있겠다 이번에도 긴꼬리녀석들이 퍽퍽 물어줄 생각에 살짝 흥분되더군요.

다만 3명이 후발대로 오지만 같이 낚시할 공간이 협소해서 걱정스럽습니다.

안통여 뒷쪽 맞은편 자리에 또 한명의 조사가 내립니다.
너울에 배가 밀려서 접안이 쉽지 않은지 3-4번 배를 다시 대곤 하더군요.
짐을 올려 놓고 시원한 생수한잔과 담배 한대를 피고 갯바위에 앉아서 채비를 해봅니다.

로드: 원더랜드 그랜드마스터 AR1호대

릴: 다이와 임펄트알파 2500 LBD

원줄: 썬라인 비저블 마크E 2호

목줄: 토레이 슈퍼-L EX 1.5호(야간 1.75호) 4m 직결

찌: 쯔리겐 구레전과 G 0a(야간 제로야간찌), 쯔리겐 조수우끼, J5봉돌, 긴꼬리벵에돔 전용바늘 3호

첫 캐스팅을 해보니 중날물을 넘어가고 조류의 흐름이 약합니다. 물도 맑고 잡어도 보이지 않습니다.

장타를 쳐서 조류에 채비를 태워보지만 크릴이 그대로 달려 옵니다.

한 3시간 정도 기대를 가지고 해 보지만 무더위에 체력만 뚝뚝 떨어집니다.

게다가 오후 5시가 넘어가자 바람이 강해져서 낚시대를 세우기조차 쉽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원줄이 계속 밀리는 상황...낚시대를 내려 놓습니다.

제 앞에 기차바위에 내린 2명의 조사님도 바람에 갯바위를 등지고 쉬고 계시네요.

 등대섬 최고의 포인트인 평늪에도 조사들이 안보이는걸로 봐선 낚시가 쉽지 않은가봅니다.

점심도 안 먹었겠다...슬슬 배가 고파져서 보조가방을 뒤져서 새로운 야영장비를...

그건 바로...

군용반합입니다. ㅋ 인터넷 카페의 공구로 17,000원짜리 동유럽 군용반합 두개를  구매했습니다.
하지만 살펴보니 마데인 차이나 더군요. 그럼그렇지...ㅋㅋ


반합에 신라면 하나를 끓여보니 2개까지는 넉넉할 정도로 생각보다는 크더군요.
부피를 많이 차지하는 코펠에 비해서 부피를 많이 차지하지도 않고
옛날 생각도 나고 해서 좋더군요. 다만 단점이 손잡이가 뜨거워서 들기가 힘들더군요.
한번은 다 끓여 놓고 갯바위에 엎지 않을까? ㅋㅋ


군용반합 신라면에 3천원짜리 편의점 도시락으로 맛있게 먹었습니다.
갯바위에 뭔들 안 맛있겠냐만은 저는 역시 라면이 최고더군요. 


바람이 잦아들기전까지는 어차피 낚시해봐야 힘들겠다는 생각에
해질녁까지 갯바위에 매트리스를 깔고 누워봅니다.
우선 모기가 없으니 너무 좋더군요.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다가 조금 졸았나 봅니다.

날물은 끝으로 칫닫고 있고 지난 번 긴꼬리를 잡았던 포인트는 바닥을 훤히 드러냅니다.

물색은 약간 간장물끼가 있는 듯 그리 좋아보이지는 않습니다.

맞은편 평늪에서도 낚시를 시작하고 저도 본격적인 긴꼬리벵에돔을 사냥할 시간입니다.

뜨거운 태양도 서쪽하늘을 넘어가고 바람도 조금은 수그러드네요.

아직까지는 얼굴 상태가 뭐 괜찮아보입니다. ㅋㅋㅋ

그러나 들물이 진행되면서 잠시 수그러들었던 바람이 다시 심해지고 낚시하기가 수월치 못합니다.

게다가 좌사리 등대섬 물골 포인트 중 한곳인 안통여에서는

들날물이 대부분 날물방향으로 흘러주는데 들물이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습니다.

또 시간이 좀 지나 원하는 조류에도 지난번과 동일한 패턴의 낚시에 전혀 입질이 없습니다.

지난번의 경우 굉장히 빠른 조류에도 밑밥 3-4 주걱에 채비를 태워 갯바위 가장자리로 흘려주면

원줄까지 가져가는 시원한 입질이었는데 이건 전혀 응답이 없습니다.

곧 후발대가 도착할 텐데 큰일입니다. 큰 소리 쳐 놓았는데 망신살이 뻗치게 생겼습니다.

장타를 쳐서 멀리도 흘려보고 할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다 써보지만

단 한번의 입질이 없습니다...

메가트럭과 다른 후발대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좀 되나?"

"아니...바람도 불고 조류도 꺼꾸로고 궁시렁 궁시렁..."

"알았다 그러면 우린 거기 안갈란다!!! 니 혼자해라..."
"ㅜㅜ"
 

사람의 인심이 이렇더군요...제가 고기를 잡았다면 당연히 들어왔겠죠? ^^*

메가트럭, 물총은 배신을 때리고 좌사리도 이장바위로 참돔을 치러 들어가고

먹을 것 들고 들어가겠다던 땡보 동생은 혼자 초도 한평자리로 도망을 갑니다. 

밤 12시가 넘어가고 만조를 넘어 날물이 시작되어도 여전히 입질이 없습니다.

혹시나 해서 본류대의 흐름이 좀 적은 골창으로 밑밥을 밀어 넣고 채비가 정열되자마자

익숙한 시원한 입질이 들어옵니다. 장장 10시간이 넘는 시간만에 들어온 첫 입질입니다.

첫수로 올린 긴꼬리 벵에돔!!! 반갑다 이녀석아...^^*

그 뒤로 지난 번 정도의 마릿수의 폭발적인 입질은 아니지만 간간히 입질이 들어옵니다.

그리고 마지막 녀석은 새벽녘 장타를 쳐서 본류대에 100m를 흘려 한마리를 추가하였습니다.

그래서 겨우 긴꼬리벵에돔 5마리와 뺀찌 한마리를 했습니다.

그 이후로는 밑밥도 떨어지고 해가 뜨고는

용치놀래미 등 잡어의 입질이 너무 많아서 미련 없이 낚시대를 접었습니다.

안통여 뒷쪽 골창 간조때에는 바닥이 드러날 정도로 수심이 낮은 곳입니다.

기차바위에 내렸던 2명의 조사는 밤새 다른 팀으로 교체되었지만 딱히 조과가 없어 보입니다.

명포인트 평늪도 그리 좋아 보이지 않네요. 아마도 너울이 많이 드는 곳이라 낚시가 쉽지 않았을 겁니다.

군용반합도 좀 씻어서 말려야겠네요.

너울, 바람, 해무, 적조의 바다에서 올린 30cm급 긴꼬리벵에돔 5마리, 뺀찌 한마리


장비를 다 정리하고 쓰레기를 밑밥통에 챙기고 철수준비를 합니다.

갯바위 물청소까지 마쳤지만 9시 철수까지는 아직까지 시간이 있습니다.

예전에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보다가 낚시구명복에서 휴대폰을 떨어뜨려 수장한 경험이 있어

정말 시계차는 걸 싫어하지만 저렴한 시계를 하나 장만했습니다.

물때를 파악하거나 철수시간을 볼때 나름 편하더군요.

철수시간이 되니 정말 얼굴이 말이 아니군요. 바닷바람, 해무, 크릴, 담배냄새, 비린내가 온몸에 진동을 합니다.

철수시간이 중들물임에도 바닥이 휜히 보일 정도로 이곳 포인트의 수심은 만조때 되야 한 5m로 정말 얕습니다.

게다가 물골이라 조류발도 세지요. 고기가 있고 나온다는 믿음이 있으니 낚시를 하지

보통의 경우라면 정말 낚시를 포기하면서 선장 욕을 많이 했으리라 생각됩니다. ㅎㅎㅎ

포인트에서 바라본 좌사리 등대섬 물골 전경(좌측: 기차바위, 그 뒤로 표지판 자리, 우측: 평늪) by iPhone5 파노라마

평늪에 철수와 함께 새로운 야영객들이 들어옵니다. 흔히 말하는 바톤타치!!!^^*

기차바위의 조사님들의 낚시하는 모습을 한 1시간정도 지켜보니 잡어와의 전쟁으로 힘들어 보입니다.

표지판 자리도 좌사리의 터줏대감인 나*리호가 들어와서 바톤터치 중이네요...

그런데 도대체 진*호는 언제 올란가? 9시가 한참 넘었는데...

꼭 미리 준비하고 기다리면 낚시배는 안오고...

이제 제대로 고기 낚고 있으면 조기 철수하자 하고...ㅎㅎ

진격의 진*호... 넘 반갑네요...

철수해서 배신자들을 만나니 모두 꼴방이랍니다. ㅋㅋㅋ

그럴 줄 알았다. 배신자들..

아마도 다른 곳에서는 원도권인 좌사리 전역까지 지독한 적조와 냉수대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저 또한 지난번 조황을 기대하였지만 힘든 싸움을 하였는데 다른 곳은 이러한 악조건 속에서 오죽하겠습니까?

언른 비가 좀 오던지 아님 가벼운 태풍이라도 와야지...

 적조로 인해 정말 큰일나겠습니다.

많은 어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는 이때 낚시를 다니는 제가 좀 미안하긴 하지만

마음만은 그들과 같이하고 있습니다.

그날 저녁 후배녀석 집들이에 고기들을 가져가서 미천한 실력이나마

긴꼬리벵에돔 유비끼회를 장만해서 맛있게 나누어 먹었습니다.

-쪼이불망-

여러분의 추천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