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국도 "칼바위 뒷등" 1박2일 야영낚시주중에 밴드 동생들과 국도 1박2일 야영낚시를 약속했다.
오랫만에 긴시간 낚시를 즐길 수 있으리라는 설레임에 출조전날 마트를 다녀오며 식자재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친 상태.
그렇게 시간은 흘러 D-DAY다.
매일 아침마다 들어왔던 익숙한 알람소리에 실눈을 떠보니 창밖으로 빗소리가 들린다.
"하... 시..ㅂ"
그순간 부리나케 기상예보를 확인해봤는데 통영은 오전 8시 이후부터 비가 없단다.
오전 9시 배라는걸 감안하면 불행중 다행이다.
침실을 나와서 거실등을 켜보니 전날 준비해놓은 식자재들과 각종 낚시짐이 한가득이다.
이놈들을 다 들고 내려가려니 아침부터 이마에 땀이 흐른다.
그래..
이게 바로 야영낚시의 시작이지...
같은동네 동생 성훈이의 차량을 얻어타고 가락IC 낚시밸리에 도착했다.
오늘 함께할 두명의 동생중 한명인 진수 역시 연이어 도착.
진수는 평소에 낚시를 자주 다닐 수 있는 환경이 아니라서 야영낚시는 예상을 못했는데 그걸 비웃기라도하듯 당당하게 참석했다.
그 소식을 듣게된 밴드 사람들은 너나 할것없이 축하를 해줬다는 후문이다.
낚시인들의 진심이 담긴 축하.
낚시밸리에서 밑밥과 미끼 등등을 구입하고 통영으로 향하는 길에 비가 아주 시원하게 내리고 있다.
출항전에 그칠것이라고 기대는 하고 있지만 불안하기는 매한가지다.
통영으로 향할수록 빗줄기는 줄어들었고 운전하던 성훈이가 갑자기 소주를 깜빡했다는 말에 편의점에 들렀다.
술 좋아하는 인간이 한명도 아니고 둘이 함께하는데 소주를 잊어버리고 짐을 챙겼다는게 말이나 되는 일인가.
터널과 언덕을 하나하나 지날때마다 날씨가 오락가락 하더니 통영 삼덕항에 도착하자 비가 멎었다.
차에서 저쪽 하늘은 밝은편이라며 긍정적으로 예상했던것이 대충 맞아 떨어진듯 하다.
삼덕항에 한번이라도 들러봤던 낚시인은 알겠지만 이곳의 가장 큰 문제점은 주차다.
여객선 터미널이 위치해있어서 관광객이 많고 낚시배도 많아서 주차공간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낚시짐을 미리 내려놓고 성훈이와 진수는 주차할곳을 찾으러 먼길(?)을 떠났다.

오늘 우리가 국도까지 타고갈 몬스터호가 근처에 보이고 낚시인들은 이미 짐을 옮겨싣기 시작했다.
어렵사리 주차후 명부를 작성하고 출항한다.
삼덕항에서 국도까지 선비는 5만원인데 욕지권 선비가 5만원으로 인상되는 바람에 상대적으로 국도는 비싼줄 모르겠다.
이러니 저러니해도 밖으로 나오니 좋다.
날씨만 도와주면 더 바랄게 없겠다.
내만은 잔잔하지만 조금 나가면 너울이 아직 남아있다고 한다.
실제로 예상보다 큰 너울이 있어서 매우 천천히 국도까지 안전운항중이다.
국도가 보인다.
작년 5월 이후로는 오늘이 처음인것 같다.
























혼자서 낚시를 한다면 바깥쪽에 서는편이 간출여를 피해서 좌측으로 채비를 흘리기가 편하다.
비가 내렸다가 그쳤다가 반복하다보니 온몸이 축축하다.
6월에 해가 바짝 뜨길 기도하고 있다고하면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하겠지만 오늘만큼은 너무 말이 되는 소리다.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꿉꿉한 옷가지를 걸치고 있자니 낚시만 아니면 금방이라도 철수하고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나는 오늘 구멍찌에 2호목줄, 미장 6호바늘으로 채비를 했으며 목줄에 봉돌은 달지않았다.
조류가 아주 강하지 않았고 오후내내 날물 조류를 유지하고 있다.
서있는 자리에서 정면으로 20~30m정도 캐스팅후 갯바위쪽으로 붙는 조류에 채비가 들어가다보면 진수가 서있는 정면쯤에서 입질이 잦았다.
사이즈는 작은 사이즈도 있지만 긴꼬리벵에돔 35cm언저리를 기준으로 정해서 채비를 하면 될것 같다.
6월 초반시즌인 지금은 잡어의 성화가 심하지않고 부시리등이 없어서 긴꼬리벵에돔 낚시를 하기에 최적인듯 하다.
원줄을 가져가는 입질은 뜸했지만 어신찌가 사라지는 순간만큼은 시원시원하다.
원줄의 텐션을 어느정도 긴장감있게 유지한다면 초릿대로 충분히 입질유무를 가늠할 수 있다.
미끼는 오로지 크릴을 사용했는데 잡어가 없다보니 입질의 99%가 긴꼬리벵에돔이었다.
틈틈히 뺀치가 올라오기도 했지만 확률상 아직 마릿수는 어려운듯하다.
하지만 긴시간 낚시를 하는동안 한번쯤은 도전해봐야겠다고 판단되서 집에서 챙겨온 골뱅이 미끼를 사용해 뺀치를 잡아보기로 했다.
예정된 결과지만 결론은 대실패.
되지도 않는 뺀치낚시는 과감히 포기하고 다시 긴꼬리벵에돔을 공략했는데 이번에는 일반벵에돔의 입질을 받았다.
사이즈가 좋은만큼 손맛이 아주 짜릿하다.

오랫만에 생선다운 손맛을 보는터라 입이 다물어지질 않는다.
해가 어느정도 떨어지고나서부터는 고부력 반유동 채비로 참돔낚시를 해봤는데 결과는 보다시피..
이러하다.
저녁 식사전에 벵에돔 사이즈를 재어보니 보통 30cm이상이고 35cm가 주종이다.
긴꼬리벵에돔 35cm면 국내에서는 꽤 괜찮은 사이즈니 마릿수로 평소 부족했던 손맛을 충분히 볼 수 있다.
사실 오늘처럼 간출여가 있는 포인트에서는 입질을 받을때마다 목줄이 신경쓰여서 아주 짜릿했다.

이날은 운이 좋았던것인지 사이즈 괜찮은 녀석들을 채비 손실없이 잡아올릴 수 있었다.

실력이 좋은분들이라면 우리보다 훨씬 더 좋은 조황을 올릴 수 있지않을까 싶다.
야영낚시의 꽃은 낚시후에 비로소 피어나기 마련이다.
우리중 막내 성훈이가 칼자루를 쥐었다.
긴꼬리벵에돔 두마리 일반벵에돔 한마리를 썰어먹기로 했다.
나중에 육고기까지 구워먹는걸 감안하면 양이 넘치지 않을까 싶었는데 칼자루를 쥔사람은 따로있으니 입을 닫는걸로.
특히 근처에 있는 일행이 칼을 쥐었을때는 한마디의 말을 조심해야한다;

생선회가 준비될때까지 옆에서 구경하다가 마무리될때쯤 맞춰서 구이용 세팅을 하고있는 진수.
모양새가 이렇게 보여서 그렇지 맛은 아주 좋았다.
영등철 감성돔처럼 육질이 쫄깃했으며 기름이 아주 많은 상태라서 매운탕으로도 좋을것 같다.
동생 둘은 소주를 주고받고 나는 맥주를 마신다.
생긴것 답지않게 알코올에 약한편이라 맥주가 그나마 낫다.
그리고 집에서부터 챙겨온 투플 한우를 꺼내들었다.
처갓집에서 보내준 한우를 여기서 먹게될줄은 몰랐다.

동생들 말으로는 버터맛이 난다고하는데 역시 한우는 기름진맛이 일품이다.
기름진 고기에는 사이드 메뉴도 매우 중요한법이다.
새콤달콤한 장모님표 양파 피클이 고기와 절묘하게 잘 어울린다.
그 다음에는 더욱더 기름진 냉삼.
그리고 추가로 생삼까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모두들 시간가는줄 모르고 있다.
나는 옆에서 고기를 구워 바치느라 시간이 가는줄 너무 잘 알것 같았다.
사진에는 담지 못했지만 식사후 잠자리에 들고 나서부터가 이날의 하이라이트였다.
개인적으로 밤새 너무 너무 힘들었는데 젖어있던 옷이 채 마르기도 전에 해무와 함께 틈틈히 내리는 비가 계속 괴롭혔다.
텐트가 있었더라면 조금 나았겠지만 텐트를 칠수 있을만큼의 공간도 안나왔고 무엇보다 편편한 갯바위가 아니라서 매트를 깔아도 허리가 아주 난리도 아니었다.
추가로 맞은편 낚시인들의 레이저급 렌턴..
하아..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해뜨기전 반강제로 기상해서 멍하게 맞은편 낚시인의 라이트 빛만 지켜보고 있었다.
서서히 주위가 밝아지고 나서야 맞은편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어제만해도 비어있던 맞은편 갯바위에 빈곳이 없을만큼 낚시인들이 자리잡고 있다.
우리가 있는 포인트에도 밤중에 2명의 낚시인들이 하선했다.
먼저 하선한 우리팀에 방해가 되지않게끔 반대쪽 홈통에서 낚시를 하라고 말씀하시는걸 잠결에 들었는데 우리가 철수하면 이어서 낚시를 할 수 있게끔 선장님이 판단하신듯 하다.

해뜨는 시점에 큰사이즈를 기대하며 채비하고있는 성훈이.
하지만..
계획과 결과는 항상 예상과 다른법.
물때도 그렇고 바다가 너무 차분한탓인지 어제와는 달리 크릴 미끼에 반응이 거의 없다.
영등철 감성돔 낚시하듯 몇번의 캐스팅에도 바늘에 크릴이 본래의 형태 그대로 매달려있는 상태다.
발밑에 밑밥을 몇주걱 던져봤는데 자리돔의 개체수도 드물게 확인된다.

먼곳 깊은 수심에서 겨우 입질을 받았는데 사이즈가 아주 그냥 초대물이다.

어제는 크릴과 파우더의 비중이 높았는데 오늘은 쓰다남은 밑밥에 빵가루를 많이 섞었다.
비가 내리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해무가 아주 장난이 아니다.
흡사 쉴 새 없이 온몸에 미스트를 뿌려대는듯한 느낌.
덕분에 피부가 건조해질 걱정은 안해도 될듯하다.
밤새 두어시간 눈을 잠깐 감았다가 뜬 상태라 컨디션이 엉망이다.
아침 식사를 건너뛰고 초코바 하나로 부족한 당을 충전해본다.
진수는 어제부터 낚시에 진심이다.
이미 쉬는법을 잊은듯하다.
새벽에 우리 포인트에 하선한 두명의 낚시인이 홈통쪽을 공략중인데 조황이 시원찮아 보인다.
작년 5월에 저곳에서 밤새 상욱이가 볼락을 많이 잡았다고했다.
우리는 어제 재미도 봤고 오늘 오전은 조황이 영 신통찮아서 일찍 마무리하는것으로 결론을 냈다.
낚시자리 주위를 청소하고 대기중인 두분에게 자리를 양보했다.
대충 어제의 상황을 설명드렸는데 물때가 바뀌지 않는 이상 좋은 조황을 기대하기가 힘들지 않을까 싶다.
뒤에 계신분의 자세만 봐도 충분히 상황을 파악 할수 있다.
장비를 정리하고나니 철수시간까지 앞으로 3시간이 남았다.
빈둥대다가 진수가 집에서 가져온 선식을 얻어먹었다.
우리집은 가난하기도 하고 이런 종류의 건강식에 익숙하지가 않아서 그런지 내게는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이런거 챙겨먹으면 조금이라도 더 오래살지 않을까 싶다.
옆을 돌아봤더니 성훈이는 이미 이세상 사람이 아닌듯 하다.
세상 시름 모두 다 짊어지고 속세를 떠나있는 국도 주민 정도가 아닐지..
밴드내에서 젊은축(85년생)에 속하지만 야영낚시의 후유증에서 예외는 아니다.
낚시할때까지만 해도 멀쩡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시름시름 앓고 있다.
나보다 한살 젊은 진수는 오죽하겠나.
얘는 그냥 대놓고 앓고있다.
예정된 철수시간(10시)보다 30분을 더 늦게 배가 도착한탓에 조금더 늙어버린 우리는 철수길에 위치한 중식당에 들러 제대로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먹으면서 느꼈지만 문명생활이 이렇게나 소중한것인지 새삼 또 느끼게 되었다.
최근 부산권 다대포 긴꼬리벵에돔이 많이 핫한데 통영권에도 이미 조황은 올라오고있으니 시즌을 기다리는 낚시인들은 국도로 출동해도 좋을듯 하다.
대신 조황의 편차가 많은편이니 사전에 유선으로 선장님께 정보를 얻는다면 조황에 조금이나마 유리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비가 예상되면 이럴 필요까지 있을까싶을 정도로 충분한 준비를 하는것을 권한다.
어차피 갯바위낚시는 고생이 재미라지만 이틀동안 비에 시달려보면 차라리 짐이 조금 더 많은것이 낫겠다 싶은 필자의 심정을 이해하리라 본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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